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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Aug 23. 2022

늦지 않은 지금  

체인지 3 20대 하지 않던 짓을 했다

인간의 두뇌는 100%다 활용도 못하고 죽는 다지만, 나의 뇌는 너무도 녹슬고 말았다.

어제 외운 단어가 처음 본 단어 같다.


9월부터 쫌 달려본 나는 그 후로 거의 달마다 토플 시험을 치렀다. 겨울방학이 되자, 텍사스는 미친 듯이 건조한 날씨인지라,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해는 와주었다


늘 실패했었지만, 난 참 착실하게도 새해 계획을 꾸준히 세우는 사람이다. 이 점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무계획과 안이함으로 삶을 대하지 않는 점을 높이 칭찬해주자. 자화자찬은 비웃음의 대상이지만, 이만큼 대단한 자존감의 무기도 없지 않나 싶다. 그때의 나의 새해 계획은 토플 부셔먹어 버리자! 였다. 거금을 들여 토플 새로운 교재들을 샀다. 옷과 화장품을 사는 대신에... 나의 패션은 화려한 원피스에서 서서히 텍사스 시골의 큰 티셔쯔, 쫄바지와 슬리퍼로 요 이 똥 변신했다. 역시, 공부에도 쇼핑이 필요하다. 새을 사니, 새 마음과 열정이 마구 샘솟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했다. 무식하게 무조건 외웠다. 60점 후반대 70점으로 올랐다. 앗싸! 그런데 70 언저리에서 몇 달째 계속 그대로다. 아뿔싸... 


주변에선 토플 시험을 끝내고 원서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토플 후기를 읽어보면 6개월 동안 힘들게 해서 60점대에서 90점으로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많다. 이러니 '난 정말 공부는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 괜히 시간과 돈만 죽이고 있진 않은지, 괜히 공부한답시고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이 아닌, 책상에 앉아 불가능한 목표와 환상에 젖어 사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하필이면, 그때쯤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지인들의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시험 본 거 어떻게 됐냐, 그냥 포기하고 육아나 해라, 그냥 심심하면 미국에서 직구 대행하는 사업을 해봐라 등 별별 이야기를 들었었다. 신랑도 공부를 하던 그때의 나는 우울했다고 한다. 난 몰랐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렇게 보였구나. 난 그 당시 결혼 이후, 처음으로 우울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쓸데없는 농담이나 건네던 와이프의 모습 대신 너무도 진중하고 고민 많던 나여서 그렇게 보였었나 보다. 난 우울하지 않았다네...


체인지 3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다

그래서 난 그러한 주변의 기류들에 반항해야만 했다. 꼬박꼬박 나가던 교회를 자주 나가지 않았고,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갖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책 읽기로, 내 마음을 다졌다. 장기간 공부가 되니, 처음의 열정만으로는 버티기도 주변의 만류도 힘들었다. 그때 아들러 심리학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변을 탓하지 말 것. 환경에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삶의 방향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서진규 님의 책도 도움이 되었다. 그분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나도 꼭 저렇게 유학생이 되리라 다짐했다. 그분의 어려움에 비하면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죄송하지만 그 점이 내게는 큰 위로이자, 존경심이 샘솟았다. 그 외에 <모티베이터>, <하버드 새벽 4시 반>,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와 <린인>등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아로새겼다. 주로 동기부여와 공부 좀 해 본 사람들의 책을 일부러 읽었다.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었고, 자신의 꿈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공부할 때 지쳤을 때는 손미나 아나운서의 스페인 유학 시절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나도 저러한 자유를 누리리라, 그리고 여행을 너무 떠나고 싶었는데, 책으로 대리만족했다.

유튜브 <원더풀 엘리시아> 영상 중 하나 섬네일

마음이 복잡하거나, 인생에 답을 모르겠을 때는 무조건 책이다. 제목을 보면 대부분 나의 고민거리를 콕 집어준 책이 있다. 그와 연관된 책을 구입한다. 특히, 내가 원하는 곳을 경험해 본 작가들의 책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https://youtu.be/M-87 Uhdp34 E


그러다 5월이 되었다. 모든 기운이 움직이는 듯했다. 내게 유리한 쪽으로 말이다. 한 마디로 그냥 공부를 00 언제까지 해보고, 안 되면 말지, 하는 마음보다 내 목표까지 될 때까지 하자로 바꾸고, 책 읽기로 마인드 컨트롤을 덕분이라고 난 믿는다. 내게 기회를 준 듯했다. 갈등이 있었던 옆집 이웃이 갑자기 어느 날 이사를 갔고, 대기를 걸어둔 1년 반을 기다렸던 집 앞의 데이케어에서 연락이 왔다. 기뻤다. 왕복 1시간의 픽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난 6시간 이상 통으로 쭉 내리 앉아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행운은 간절한 자의 노력이 있을 때 주어진다.


토플 공부는 6시간의 집중이 필요했다. 그래야 4가지 영역을 골고루 공부할 수 있었다. 중간에 흐름이 끊기면, 효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거의 점심도 거르거나 간단히 책상에서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뚝딱 식으로 간단하게 때우면서 공부를 했다. 누가 보면 고시공부 같겠지만, 내게는 토플이 그랬다. 남들 눈에는 고작 80이지만, 영어 무식자이자 시험 공포증이 있던 내게는 그렇지 않았기에.


더 이상 아등바등하며 시간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여쁜 정원이 보이는 창문 앞 내 책상에서 맘껏 공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땡큐 갓! 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하늘도 너무 예뻤다. 아~ 정말 기분 탓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맘에 여유를 갖추니, 난 좀 더 주도권을 갖고 학업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아~운이 좋아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버티니까, 날 돕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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