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데 문장 끝에 달린 문장부호의 정체가 또렷하지 않았다.
열심히 그 정체를 읽어내고 싶은데 노력해도 되지 않았다.
콤마와 마침표가 헷갈리는 시력이 된 것이다.
콤마와 마침표는 아주 작은 꼬리의 차이이지만 그 느낌도 쓰임도 많이 다르다.
나는 점점 그 미세함을 구분하지 못해서 실수를 하거나 왜곡하거나 오해를 받을 것이다.
나이 듦은 노련함이 있을 수 있지만
노쇠함으로 불안함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든 이들은 가끔 젊은이의 불안함을 걱정하는데
실상 불안함은 나이 듦에서 더 커지는 지도 모른다.
또렷하지 않은 시력과 정신
흔들리는 몸짓과 걸음걸이.
노쇠한 몸에 불안함이 가득 차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불안함을 잡아줄 이는 없다.
젊은 아들은 이 불안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늙은 부모는 나의 불안함을 잡아줄 능력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며, 그래서 어떨 땐 넘어져 크게 다치며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삶, 넌 대체 뭐냐...
매 순간이 사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