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지 않는 면접관

이럴거면 비대면 면접을 해주세요

by 지원


면접 경험담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당장 머릿 속에 떠오르는 회사가 몇 군데 있었는데 여기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사업 분야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체적으로 개발한 솔루션(기술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이었고, 직원 수는 200명 남짓이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채용 절차가 많은 편이었다. 공고 상으로는 서류 전형, 인적성 검사, 원격 과제, 1차 면접, 2차 면접, 처우 조정, 최종 합격 순으로 안내되어있었고 나 같은 경우에는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 회사의 면접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면접관의 행동이 흔치않아서였다. 면접은 1:1로 진행되었고 자신을 팀장으로 소개한 4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면접관이었다. 보통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급의 면접관들은 업무가 많다보니 기본적으로 고단해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면접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는 명함을 건넨 뒤 자신이 누군지 대충 설명하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듯이 양손을 가볍게 휘적였다. 준비해 온 자기 소개라도 있을테니 뭐라도 해보라는 뜻이었다. 나는 늘 하던대로 기본적인 자기 소개를 했다. 이전 회사에서 했던 프로젝트, 내가 맡은 역할, 프로젝트의 성과 등.


그는 내가 서브로 담당했던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이력에 약간 관심을 보이더니 서비스 기획자를 뽑고 있지만 실제 업무는 PM 비중이 더 높다고했다. 그리고는 내가 이전 회사에서 PM 역할을 수행한 배경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평범한 질문이어서 최선을 다해 대답했고, 실질적은 면접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는 가져온 노트북 화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


"뭐 궁금한 건 없어요?


살짝 당황스러웠다. 보통 면접이 끝나갈 때쯤 물어보는 질문이 이르게 찾아왔다. 면접관이 '얘는 아니구나' 싶어서 더 이상 에너지를 쓰고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체감상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면접이 마무리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머릿 속이 하얗게 되었지만 어색한 침묵을 두고 싶지 않아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조직 구조, 협업 방식, 나에게 면접 기회를 준 이유 등등. 질문을 던지고, 고개를 끄덕이고, 대화를 유지하는 역할이 내 몫이 되었다. 질문을 하는 동안 이 상황이 당혹스럽고 낯설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보통 다른 면접관이라면 딱히 관심이 가지않는 지원자라도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꼬리질문을 하며 이 사람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최소한의 시늉은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회사는 방문하기 전까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곳이었다. 자체 개발한 솔루션이 흥미로웠고 동종업계의 경쟁사와 비교해서 어느정도 강점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이 난 듯한 기색이 역력한 면접관 앞에서 내가 MC가 된 기분으로 30여분의 면접 시간을 억지로 채우고 나왔더니 그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면접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원자가 회사를 파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원자가 지켜야 할 기본이 있듯이 면접관에게도 최소한의 역할과 태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면접에서는 그 기본이 자연스럽게 지켜지고 있었다. 이 정도로 면접관이 말을 하지 않았던 면접은 이 회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마도 이 면접관은 한눈에 봐도 바로 ‘딱 맞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기준에 맞는 지원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기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사회 초년생은 아니어서 사람을 뽑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부담스러운지 안다.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충분히 이해한다. 면접관의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과 피로감이 있을 것이다. 다만 서류 준비부터 인적성 시험과 과제 수행을 거쳐 면접장에 앉아있기까지 적지않은 간과 정성을 들였을 지원자의 성의를 조금은 존중해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건물을 나오면서 1차 면접을 전화 인터뷰나 화상 면접으로 진행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서 좋고, 면접관은 빠르고 간단하게 나를 평가한 뒤 면접을 종료해도 부담이 없었을텐데. 만일 심층적인 대화가 필요한 지원자가 있다면 2차 면접에서 하면 되지 않았을까. 나중에 따로 쓸 예정이지만,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사전 면접을 진행하는 회사도 있긴했다. 다만 아직까지 많이 겪어보지는 못했다. 서로의 에너지를 덜 소모하며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면접 절차에 대해 많은 회사들이 한번쯤 고민해보았으면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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