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10년 정도 하면 누구나 직업병이 생긴다. 상품을 업으로 하며 생긴 나의 버릇은 진열대 앞에서 상품의 뒷면부터 돌려보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상품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가 빼곡히 기재되어 있다. 굳이 어렵게 찾지 않아도 상품의 설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더 나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
10년 동안 MD로서 수백 수천 가지의 상품의 뜨고 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소비자는 공개된 유용한 정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꾸준히 매출이 높은 상품, 후기 +999 인 많은 상품들 중에도 여전히 그다지 좋지 않은 성분을 가진 것들이 많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을 유통하는 일은 없지만, 그 중에는 굳이 찾아 먹을 필요는 없는 상품도 있다.
나는 고르지 않지만, 누군가는 먹고 있을 그 상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럼, 왜 살까?
인간은 소비할 때 가격이나 성분 같은 논리적인 요소만 고려하지 않는다. 초저렴한 상품을 사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쿠팡 어플을 켜도, 결국 우리 집에 와 있는 상품의 이유는 각자 다르다. 가격요소와 또 다른 어떤 필요를 느낀 상품들. 그래서 어떤 상품을개발할때에는성분이나내실보다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예쁜 외형과 귀여운 캐릭터, 좋아 보이는 것들을 이미지화하는데 집중하기도 한다.이미지만잘 연결해도 좀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알기!
화장대 위에 있는 자외선차단제 안에 티타늄다이옥사이드가 들어있는지 징크옥사이드가 들어있는지를 보게 된 건, 몇 년 전 화해 어플이 대유행을 하면서부터였다. 나 역시 발림성 좋은 시세*도 마니아였지만, 지금은 안전성분으로 구성된 국내 브랜드의 무기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찾다 보니, 이제 화장품에 대해서는 안전성분과 유해성분을 먼저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정상적인 소비 패턴인 시대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식품은 아직이다. 어쩌면 굳이 알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잘 몰라도 지금까지 큰 탈은 없으니까. 매일 먹으면서도 가공식품의 성분에 무감각해진 이유는 어려운 용어도 한 몫한 것 같다. 소금, 설탕, 식물성유지, 쇼트닝까지는 알겠는데, 언하이드로밀크팻, 산성아황산나트륨까지 가면 뇌가 더 알아야겠다는 의지를 고이 접고 만다. 설마 기업이 사람이 못 먹을 것으로 만들었겠냐 싶은 마음에 그냥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이 글은 쉽게 써보려고 한다. 당장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좋은 걸 고를 수 있다.'는 모토를 가지고. 어려운 화학용어와 법령은 최대한 줄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 선택의 찰나에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볼 예정이다.
상품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여러 해가 지나고 보니, 좋은 상품 고르기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쉬운 상품 이해를 위해 내 브런치북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연애와 인간관계 이야기에 빗대어 풀어보려고 한다. 사카린나트륨 톡톡 쳐서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