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여유의 주말을 보낸지 6개월 남짓. 늘 주말 중 하루는 누군가와 데이트를 했었는데, 누군가가 없는 주말도 나쁘지 않았다. (마삼오 대원이 되서 그런지) 이런 주말 정말 편한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척 심심한데? 연애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 결혼은 진짜 못하는 건가?다중이처럼 솟아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마삼오 대원들이 있다면, 일단 그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 채 이 칼럼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보다 더 상세할 수 없다. 결정사 상담 후기 최신판. 협찬 제로, 순수한 결정사 상담 후기. 가입여부는 맨 마지막에 공개.
'결정사'는 결혼정보회사를 줄여 부르는 은어이다. 그래, 소개팅도 잘 안들어오는데 상담이라도 받아보자. 요즘 세대(?)답게 유튜브부터 검색했다. '결혼정보회사, 결정사, 결정사 후기, 결혼정보회사 추천, 가입비, 만혼 가입비' 흥미위주의 컨텐츠로 꽤 큰 채널들도 있는데, 유튜브 채널을 성실히 운영하는 매니저의 회사로 가보기로 했다. 뭐든 한방에 끝내는 스타일이라, 전화를 돌려 예약을 잡고 이 동네 '결정사 탐방'에 나섰다. 결혼시장조사 스타트.
"어우, 왜 이제야 오셨어요?" 내 나이를 들은 커플 매니저님이 진심으로 안타까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사람 상대를 많이 해서인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좋으시고 뭔가 우아한 분위기가 있다. 내 인생을 맡겨도 괜찮을까? 정도의 편안함이랄까. 그래, 왜 내가 이제야 왔을까.
결정사라도 가보자라는 결심이 섰던 약 이주일동안 총 네 군데의 상담을 받으면서 느낀 공통적인 상담 프로세스와 결정사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안가도 간 것 같은 결정사후기. 이 글은 해당 업계를 비난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아닌 그저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점을 참고하시길.
1단계. 우리회사는요, 요즘 결혼시장은요
- 우리 회사는 성혼률이 높아요.
- 좋은 인연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죠.
- 정말 좋은 스펙을 가져도 좋은 사람 만나는 것 만큼은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 결혼전제 만남은 지금까지완 조금 달라요. 이제는 조건적인 부분도 생각하셔야죠.
2단계. 당신의 스펙을 말해주세요
- 개인이 가진 현재 스펙 : 나이, 직업, 키, 종교, 학력, 연봉
- 모쏠 여부 : 최근 교제, 헤어진 이유, 부모님 인사했는지 등의 과거 연애 경력
- 자산 : 부모님 노후준비, 아버지 직업
3단계. 현실을 아셨으면 해요
- 솔직히 연하는 소개가 어려우세요.
- 나이 차이는 폭 넓게 보세요 : 나이차이는 얼마나 만나보셨어요? 몇 살까지 수용 가능?
- 현실적으로 능력있는 남자는 어리고 예쁜 여자 선호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다고 생각함)
- 결정사에서 만날 각오라면 이제 연하는 포기(죽어도 연하라면 자만추여야함. 앞선 칼럼 '연하는 어떻게 만나요' 참조)
4단계.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세요
- 소개는 어떤 분을 원하세요 : 외모, 직업, 키, 종교, 학벌 여러 요소 중 원픽
- 절대 안되는 것이 있는지 : 종교, 유흥, 뚱뚱, 탈모ㅋㅋ
- 내가 말한 스펙 : 직업이나 연봉, 학벌보단 자기관리 할 줄 알고 가치관이 맞는 분이요(라고 했더니 약간 여러번 물어보셨음, 그래도 어떤 직업군을 선호하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었으면 좋겠는지...)
5단계. 가입시 만날 수 있는 이성 살짝 공개
- 당장 가입한다면 소개가능한 분 : 직업, 나이, 어떤 분위기인지 등 몇 분 이야기해주심
- 내게 사진을 대놓고 보여주시는 업체는 솔직히 내가 가입했을 때 내 사진도 저렇게 오픈되나 좀 걱정되긴 했다. 대부분은 사진은 개인정보라며 보여주지 않으심
6단계. 그래서 가격은요
- 가입비는 본인의 프로필과 내가 어떤 스펙의 상대를 만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됨
- 공통점은 내가 전문직을 원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내야함
- 만혼이면 가입비가 올라감 (35~36세부터)
- 횟수제인지, 기간제인지 선택
- 노블레스급 결정사는 성혼사례비가 있음 (심지어 가입비보다 비싸게 책정되어 있음)
[당신이 결정사를 가입하기 전에 알아야할 구조]
- 오늘 당신이 1시간 내외로 상담한 그 분은 매칭매니저가 아니다 : 당신의 객관적 스펙과 앞서 언급한 내가 만나고 싶은 스펙을 룰렛처럼 돌려서 얼추 맞는 사람끼리 소개가 되는 게 보통의 시스템이다.
- 고로 매칭매니저는 둘다 만나보지 않고 연결시켜주는 것을 감수 (추천의 글과 함께, 응? 어떻게 뭘보고 추천ㅋㅋ)
- 스펙으로 매칭된 무작위 소개팅에 나가서 스스로 원하는 다른 것들을 알아봐야 함 (가치관, 말투 등등)
※ 주의 : 평상시 소개팅 성공률이 제로라면 흠... 만나도 승산이 없을 수 있음.
- 알바 없다고 하지만 고스펙의 남자 전문직, 어리고 예쁜 여자는 아주 저렴한 가입비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 모든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나 저렴한 가입비로 여러 소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내가 가입하려고 하는 그 업체가 사람에 따라 가입비를 차별하고 알바를 쓰는지는 확인 불가)
- 큰 업체는 신분 조회가 가능한 것 같으나, 작은 업체라면 직접 서류 제출해야함 :큰업체는 위임받아서 혼인여부 체크. 작은 업체는 남녀모두 혼인관계증명서는 제출하나, 남자에게 요구하는 재직증명서를 여자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회사도 있음 (응? 건강보험득실확인서라는 직장유무 정도만 확인할 뿐... 난 여자지만 불공평하다 생각함.)
- 공정위 표준 약관 : 가입비의 20%는 등록비, 나머지의 80%의 남은 횟수로 1/N로 환불은 가능함. 하지만 기본 횟수가 3~4회로 정하고 나머지를 보너스 횟수로 진행하기때문에 실질적으로 환불을 기대하긴 어려움. (이해했음?)
- 남자보다 여자회원수가 월등히 비율이 높다 : 고로 나이가 좀 찬 남자라면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여성을 소개받고 빠르게 결혼하려고 한다면, 결정사가 나쁜 대안은 아닌 듯 하다. 물론 비싸다.
- 여자의 연봉은 결정사에서는 최고의 스펙이 아니다 : 오히려 내 연봉에서 천만원을 적게 쓴 매니저도 있었다. (조금 적정해야 더 매칭이 수월하다며, 응?) 이 곳에서의 여성 회원의 최고 스펙은 어린 나이, 외모, 우리 집의 자산규모 순이다.
[결정사 가입이고민될 때]
- 자만추, 주변에서 소개팅 정말 안 들어오는 나이라면
- 내 나이로부터 3~4살 이상 연상 커버 가능하다면 (마삼오 여성대원이라면 우리 회사에서 내가 패스했던 그 차장님, 부장님이 나올 수 있다는 각오정도는 해야함)
- 내 스펙을 먼저 객관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상대에 대해 바라기 : 보통 학력과 직업 등을 매칭해서 연결해준다. 물론 여자의 스펙이 조금 떨어져도 나이나 외모가 좋은 편이라면 소개는 가능하나 성사율은 높지 않은 듯.
[번외. 호갱이 안 되는 법]
- 어디든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입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해서 최종 업체를 골라보자.
- 남녀풀이 얼마나 되나요? : 나이가 많아질수록 여성이 많다, 5.5대 4.5?라고 하셨으나 파악은 불가능.
- 가입 전이라면 네고 해볼 수 있다 : 가입비와 성혼비의 비율을 조정할지, 횟수를 늘려달라고 할지 등등
- 상담한 그날 가입하지 마라 :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좀 더 고민해보자. 항상 첫날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는 혜택은 나중에 가입할 때 문의해도 받을 수 있다.
[나도 혹했던 커플매니저의 멘트]
- 인생이 달린 문제에요 :내 한 두 달치 월급으로 평생 반려자를 만날 수 있다면? 뭐, 해볼만 하지?
-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겨요 :혹시 이 곳에서 매칭이 안되어도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나의 스킬을 개발할 수 있다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 암, 그렇지.
"그래도 결혼은 해야하지 않겠니?"라는 살짝 소심한 엄마의 권유에 자발적으로 찾아간 결정사. 압축적으로 여러 업체를 비교해보고 최종 한 군데를 마음 속으로 결정했었다. 혹시 가입할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매니저님 너무 기뻐하시며 안내해주셨다.
주민센터 안에 설치된 지문인식기에 엄지를 대고 '혼인관계증명서'라는 걸 처음 출력해봤다. 빨간 기기에서 '기록할 사항 없음'이 찍혀있는 종이를 지급받을 때의 그 현타란... 느껴보고 싶은 분은 주민센터로ㅋㅋ
정말 가입해볼까라는 마음을 끝끝내 막은 건 결국 돈이었다. 그 돈 없어도 내 삶에 지장이 없지만 정말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비는 월급 한달치, 성혼사례비까지 하면 거의 두달치. 내가 나이의 숫자에 겁을 먹고 너무 많은 비용을 쉽게 지불하려고 한 건 아닐까? 내가 두달간 내내 지하철 타고 가서 노동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피같이 번 돈인데... 소개팅 몇 번에 이 돈을?
주변에 보면 결정사를 통해 잘 만나고 결혼까지 하신 분도 있다.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가치에 비해 이 돈은 매우 적은 돈일 수도 있다.어떤 것을 선택할 때 나에게 필요한지, 비용의 가치를 어디에 둘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깨끗이 결정사를 나의 선택지에서 지운 그날, 수백만원의 돈이 굳었다. (굳은 건 아니지 원래 내 돈ㅋ) 그리고 그날부터 모 기부단체에 소정의 금액으로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여기 10여년을 기부해도 오늘 내가 지불하려고 한 금액보다 적다.오늘부터 이 게 내 마음 속의 결정사!
딱 두달치 월급만큼, '나'와 '만남의 다른 기회'에 투자해보자.
함께할 가치 있는 사람 만나기 & 나도 되기
* M과장의 개인적인 의견 : 가입하는 게 큰 부담이 아니라면 걸쳐두는 건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개인의 선택일 뿐. 단, 돈을 입금하는 순간 아무리 조금 만남하고 환불 받더라도 최소 백만원 가량은 날라간다고 보면 된다.
더 중요한 건 가입하더라도 생각만큼 많은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주에 한번 프로필이 오가는 정도이고, 또 서로의 OK가 있어야하니까. 한번 만남에 큰 금액이 개념이라 상대도 쉽게 OK하지 않는다.
결혼을 꼭 하고 싶고 나이가 꽉찬 경우라면, 자만추 활동을 하면서 결정사는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만 보험으로 두는 것정도는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본다. 인연은 어디서 만날지 모르고, 시간은 빠르니.
결국 미팅에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것도, 그와 함께 나아가는 것 모두 결국 본인 몫이다. 결정사 가입한 것만 믿고 있다가 다른 노력을 손 놓고 있으면, 형식적인 만남 두세번하고 한 살 더 먹어버릴 수도 있다. 이것 역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다.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ps. 참고로 대장은 39세에모임에서5살 연하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제 연하는 포기해라, 니 나이는 이제 여기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일종의 가스라이팅입니다.
나의 현실은 직시해야하는 건 맞지만, 나만의 매력을 연마하고 잘 돌아다니기는 연애의 진리인것 같습니다.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복습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