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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Jan 06. 2021

자만추 대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

아직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고 있나요?

난 자만추 스타일! 너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고 지쳐 눈물 한 방울 찔끔 나올 때, 어디선가 백마 탄 장기용이 나타난다. 나를 무심히 위로하는 그.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한데 180 무쌍에 존잘남이다. 그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나 역시 그의 사랑을 마지못해 받아준다. 대단히 흡족한 연애 포르노의 결말이다. 우리가 꿈꾸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아마도 이런 모습이리라.


이불 앞에 TV, 그 옆에 귤 한 박스. 손바닥이 노래질 때까지 귤 까먹으며 여주인공의 얼평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입맛에 딱 맞춘 이런 문제작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신이 '현실 연애 장기 공백자'라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삼사십 평생을 거리를 우연히 지나가다가도 본 적 없는 정우성이 당신이 눈물짓는 순간에 나타날 리는 없다. 자, 이제 정신줄 잘 붙잡고, '연애 사짜 M과장'의 칼럼을 정주행 해보자.



마의 35선을 함께 넘은, 아직도 자만추를 꿈꾸는 전우들이여!


난 완전한 자만추 스타일이다. 구남친은 물론 오가다 만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썸&쌈남들도 인위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은 거의 다.


사실 삼십여 년 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내가 사람 만나는 루트'. 35선을 넘은 자라면 이제부터는 진지하게 나의 인생 리뷰가 필요하다. 고찰 스타트.



고찰 하나. 지금 내 모습은 자만추가 가능한가?


땡볕에서 몸집만 한 군장을 메고 야밤에도 산을 오르내렸던 어린 날의 내가 스쳐 지나갔다. 오, 국가가 앗아간 나의 고운 피부여. 늦게나마 수습하고 있지만, 그나마 딱 하나 가지고 있던 나의 장점도 마의 35 고지를 넘으며 사라지려 한다.


살짝 피로가 몰려오는 평범한 저녁,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서 보자. 그리고 어제보다 늘어난 눈가의 주름을 세어보자.  35선을 넘은 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영광의 흔적이다.


스스로의 얼굴은 매일 보기 때문에 객관적인 연령이나 매력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주변에 고슴도치 스타일 가족과 친구들만 포진시켜놓은 케이스라면 더욱 어렵다. 분명한 건 내 얼굴에 늘어난 눈가의 주름만큼, 자만추의 확률도 점차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결 방법은 그저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법뿐. 정정, 진행되는 노화를 늦추려는 노력. 전문용어로 '주름엔 백도가 없다'ㅋ


'오늘의 당신'이 당신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




고찰 둘. 나는 어떤 형태로 로맨틱한 관계를 시작했는가?


나의 자만추 원인은 부족한 기억력과 낯가림 때문이다. 한 3일이 지나면 소개팅남이나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어디 사세요?'로 시작하는 소개팅이 어색한 이유는 내 앞에 앉은 상대는 어제까지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생판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지렁이 생판 남과 1~2시간의 대화만으로  만남을 지속할지를 결정한다는 건,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내가 김태희였으면 헌팅이든, 소개팅이든, 화성이든, 목성이든 상대가 날 가렸을까? 메타인지가 꽤 잘 되어있는 '팩트 폭격기' 작가로서 우리 자만추 대원들에게도 진실을 말해줄까 한다.


자만추 스타일이란, 소개팅에서는 승부가 '그닥'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만추 대원들이여 화 내지 말 것, 나도 여기 포함이다)


그래, 나 그닥이다. 쿨하게 인정하자. 그래야 발전이 있다. 나 역시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 = 소개팅)보다는 내가 속한 그룹 안에서 나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는 방법을 체득해왔다. 첫눈에 반하진 않아도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볼매'가 되자. 


35선을 넘은 자라면 자신의 스타일과 스킬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테지만, 문제는 점차 세월이 가면서 인만추의 기회만큼 자만추의 확률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찰 셋, 지금, NOW! 당신의 '자연스러운 만남'은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미 우리는 빛보다 빠른 스캐닝 실력으로 매일 가는 학교와 직장에 더 이상 답이 없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다. 지난 연재에서 말한 그 몇 안 남은 미혼 남녀들은 서로를 스킵한 지 오래이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번에 갓 발령받은 신규 직원들도 당신만의 어장에 퐁당 넣었다가 빼 보았을 것이다. (미안하다, 얘들아.)


1+1=2, 2-1=1, 1-1=0 단순한 덧셈, 뺄셈은 잘하면서 왜 연애에 있어서는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는가? 내가 만약 자만추 스타일인데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 자체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결과 값은 0만 남는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 최근 한 달간, 당신이 나갔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은 몇 번인가?


만약 당신이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취소된 모임이나 미팅, 만남조차 없다면 당신 3단계 이상이다.

지금보다 아주! 매우! 많은! 적극성 없이는 앞으로 자만추 연인을 만들기 어렵다.



고찰 넷, 현재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한 어떤 인위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가?


"91부터 87까지 구하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모여서 무료 독서모임 한다고 해서 신청했었다. 그에 대한 모임장의 답신. 거절의 원인은 나의 나이였다. 세상에서 거절이란 걸 거의 당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으로서, 얼굴도 보지 않은 사이에서 나이만으로 거절을 당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여실히 느낀 사례였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다면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었던 걸까? 아마 그가 구상한 자만추 모임에 35세 이상 여자는 필요 없었던 것이다. 카카오 다니는 독서모임장! 너의 자만추를 응원한다. 그리고 밤길 조심해라.


그래서 35세 이상 남녀의 자만추는 유료 독서모임 혹은 동호회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왜 20~30만 원의 비싼 돈을 주고 독서모임을 할까? 나 역시 물 한 병 안 주면서 수십만 원씩 받아가는 모임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돈'이라는 최소한의 허들을 두고, 멀쩡한 직장과 비슷한 기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망설임 없이 또 결제한 이유도 이곳에선 나의 나이 듦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나의 관심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바리가 요새 듀오바리라며? 무성한 소문이 있었지만 독서모임을 결정사(결혼정보회사)의 대체물인 줄 알고 가입하는 사람은 아마 상당히 실망할 것이다. 정기 모임은 월 1회라 누군가와 관계를 발전시키기엔 다소 부족한 만남의 숫자이다. (내 기준에선) 선택사항이지만 번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사적인 만남도 있긴 하다. 연인 만들기를 떠나 자신과 맞는 제대로 된 클럽에 가입한다면 정말 인생에서 의미 있는 모임을 가질 수 있다.


함께 운동하는 모임, 주식, 그림, 등산... 모임을 참여하는 자세는 그저 나의 관심사를 좀 더 발전시킨다는 목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러다 누군가 만나게 되면 더 좋고, 이 정도의 마인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에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대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자만추 대장이 남기는 마지막 말이다. 





[M과장의 실전 연애노트 : 35세 이상 자만추]

- 부제 : 21세기에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부터 뒤져라.


1)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싶다면 '프립', 문토, 취향관 등 (어플) : 개인적으로 체험한 프리다이빙, 괜찮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너무 잘생겨서 그런지 회원들이 여자들만 바글바글. 마음먹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친해질 수 있다ㅋ 이해했나? 남자들은 잘 생긴 강사가 있는 운동모임에 나가라고!!


대체로 1회성 모임이고 20대가 주류이다. 문토는 문토 인싸 위주로 모이는 느낌이다. 모임에서 상대적으로 나이 때문에 30대는 소외되거나 위축될 가능성 높은 게 단점이다.


2) 독서모임 일인자 '트레바리' (홈페이지) : 보통 월 1회 오프라인 모임으로 총 3~4번을 하나의 시즌로 운영한다. 클럽장이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사 혹은 전문가라면 시즌당 약 30만 원 선. 오랜 경험의 클럽 멤버가 이끄는 모임은 20만 원 선이다.


정식 모임 전에 클럽에서 선정한 도서를 1권 이상 읽고 독후감을 써야 참석 가능하다. 적은 분량써도 돼서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모임 장소 안국, 강남, 성수 등등. 나름 접근성이 높은 곳에 개설되어 클럽마다 상이하지만 갈 만하다.


장점은 돈으로 걸러진 독서가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대화를 한다. 단점은 비싸다. 간단한 음료도 없기 때문에 커피도 본인 돈으로 사 가지고 가야 한다. (대표님 투자 많이 받으셨던데 음료는 좀 주시죠?)


3) 대놓고 여럿이 같은 주제로 만나는 '소모임'(어플) : 주식, 테니스, 달리기 등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클럽이 운영 중이다. 본인 관심사 모임을 검색하고 가입인사 정도만 남기면 다음번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규모가 조금 있는 클럽에 합류하는 형식이 무난하게 사람들과 관심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모임 장소 전국, 수도권의 비중이 높다.


장점은 강제성이 없고 풀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이 오간다. 항상 뉴 멤버가 유입된다. 모임비는 1회 1~2만 원 수준. 식사나 커피 N빵이라 합리적이다. 단점은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다 보니 핵심 멤버가 아니라면 겉돈다. 인간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땐 지인들끼리 모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나도 E성향이지만 기 빨려서 더 안 나간다.


4) 남의 집 (홈페이지)

카카오 출신이 운영하는 모임 서비스. 다양한 주제와 다소 높은 연령대 (30대)로 문토와 취향관의 20대 참가자들 사이에서 소외받았던 마삼오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 1회성 모임이고 취향 따라 고르면 된다. 모임은 보통 그날 끝나지만 모임에 따라 2차, 단체 톡방으로 모임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다음은 알아서..


다만 다소 참가비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고 여자 비율이 80%는 되는 느낌. 최근 당근 마켓 투자 후 남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이해했나? 마삼오 남성대원들은 남의집에 접속한다, 실시.


[각종 모임 참여 자세] 

어떤 모임을 하든 만약 당신이 그 공간에서 연인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월에 1~2번 이상 꾸준히 모임을 나간다는 전제하에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해야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단, 여기서 만난 누군가와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은 버려라. 오래 나가다 보면 클럽 멤버를 통해 지인을 소개를 받는 일도 있다. 중요한 건 당신의 일관된 이미지. 마음이 맞는 클럽이 있다면 한 두 개를 오래, 그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해라. 이성을 못 건지더라도 자아와 멋진 취향을 건질 수 있다.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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