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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Feb 06. 2021

결혼정보회사를 가다

이보다 상세할 수 없는 '결정사 상담' 후기  (TO. 마삼오 부대원들)

아무 이유없이 일찍 눈이 떠진 토요일 오전, 불현듯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되!!!


자유와 여유의 주말을 보낸지 6개월 남짓. 늘 주말 중 하루는 누군가와 데이트를 했었는데, 누군가가 없는 주말도 나쁘지 않았다. (마삼오 대원이 되서 그런지) 이런 주말 정말 편한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척 심심한데? 연애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 결혼은 진짜 못하는 건가? 다중이처럼 솟아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마삼오 대원들이 있다면, 일단 그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 채 이 칼럼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보다 더 상세할 수 없다. 결정사 상담 후기 최신판. 협찬 제로, 순수한 결정사 상담 후기. 가입여부는 맨 마지막에 공개.



'결정사'는 결혼정보회사를 줄여 부르는 은어이다. 그래, 소개팅도 잘 안들어오는데 상담이라도 받아보자. 요즘 세대(?)답게 유튜브부터 검색했다. '결혼정보회사, 결정사, 결정사 후기, 결혼정보회사 추천, 가입비, 만혼 가입비' 흥미위주의 컨텐츠로 꽤 큰 채널들도 있는데, 유튜브 채널을 성실히 운영하는 매니저의 회사로 가보기로 했다. 뭐든 한방에 끝내는 스타일이라, 전화를 돌려 예약을 잡고 이 동네 '결정사 탐방'에 나섰다. 결혼시장조사 스타트.


"어우, 왜 이제야 오셨어요?" 내 나이를 들은 커플 매니저님이 진심으로 안타까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사람 상대를 많이 해서인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좋으시고 뭔가 우아한 분위기가 있다. 내 인생을 맡겨도 괜찮을까? 정도의 편안함이랄까. 그래, 왜 내가 이제야 왔을까.


결정사라도 가보자라는 결심이 섰던 약 주일동안 총 네 군데의 상담을 받으면서 느낀 공통적인 상담 프로세스와 결정사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안가도 간 것 같은 결정사후기. 이 글은 해당 업계를 비난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아닌 그저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점을 참고하시길.



1단계. 우리회사는요, 요즘 결혼시장은요

- 우리 회사는 성혼률이 높아요.

- 좋은 인연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죠.

- 정말 좋은 스펙을 가져도 좋은 사람 만나는 것 만큼은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 결혼전제 만남은 지금까지완 조금 달라요. 이제는 조건적인 부분도 생각하셔야죠.

 

2단계. 당신의 스펙을 말해주세요

- 개인이 가진 현재 스펙 : 나이, 직업, 키, 종교, 학력, 연봉

- 모쏠 여부 : 최근 교제, 헤어진 이유, 부모님 인사했는지 등의 과거 연애 경력

- 자산 : 부모님 노후준비, 아버지 직업


3단계. 현실을 아셨으면 해요

- 솔직히 연하는 소개가 어려우세요.

- 나이 차이는 폭 넓게 보세요 : 나이차이는 얼마나 만나보셨어요? 몇 살까지 수용 가능?

- 현실적으로 능력있는 남자는 어리고 예쁜 여자 선호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다고 생각함)

- 결정사에서 만날 각오라면 이제 연하 포기 (죽어도 연하라면 자만추여야함. 앞선 칼럼 '연하는 어떻게 만나요' 참조)



4단계.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세요

- 소개는 어떤 분을 원하세요 : 외모, 직업, 키, 종교, 학벌 여러 요소 중 원픽

- 절대 안되는 것이 있는지 : 종교, 유흥, 뚱뚱, 탈모ㅋㅋ

- 내가 말한 스펙 : 직업이나 연봉, 학벌보단 자기관리 할 줄 알고 가치관이 맞는 분이요 (라고 했더니 약간 여러번 물어보셨음, 그래도 어떤 직업군을 선호하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었으면 좋겠는지...)


5단계. 가입시 만날 수 있는 이성 살짝 공개

- 당장 가입한다면 소개가능한 분 : 직업, 나이, 어떤 분위기인지 등 몇 분 이야기해주심

- 내게 사진을 대놓고 보여주시는 업체는 솔직히 내가 가입했을 때 내 사진도 저렇게 오픈되나 좀 걱정되긴 했다. 대부분은 사진은 개인정보라며 보여주지 않으심


6단계. 그래서 가격은요

- 가입비는 본인의 프로필과 내가 어떤 스펙의 상대를 만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됨

- 공통점은 내가 전문직을 원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내야함

- 만혼이면 가입비가 올라감 (35~36세부터)

- 횟수제인지, 기간제인지 선택

- 노블레스급 결정사는 성혼사례비가 있음 (심지어 가입비보다 비싸게 책정되어 있음)



[당신이 결정사를 가입하기 전에 알아야할 구조]

- 오늘 당신이 1시간 내외로 상담한 그 분은 매칭매니저가 아니다 : 당신의 객관적 스펙과 앞서 언급한 내가 만나고 싶은 스펙을 룰렛처럼 돌려서 얼추 맞는 사람끼리 소개가 되는 게 보통의 시스템이다.


- 고로 매칭매니저는 둘다 만나보지 않고 연결시켜주는 것을 감수 (추천의 글과 함께, 응? 어떻게 뭘보고 추천ㅋㅋ)


- 스펙으로 매칭된 무작위 소개팅에 나가서 스스로 원하는 다른 것들을 알아봐야 함 (가치관, 말투 등등)

※ 주의 : 평상시 소개팅 성공률이 제로라면 흠... 만나도 승산이 없을 수 있음.


- 알바 없다고 하지만 고스펙의 남자 전문직, 어리고 예쁜 여자는 아주 저렴한 가입비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 모든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나 저렴한 가입비로 여러 소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내가 가입하려고 하는 그 업체가 사람에 따라 가입비를 차별하고 알바를 쓰는지는 확인 불가)


- 큰 업체는 신분 조회가 가능한 것 같으나, 작은 업체라면 직접 서류 제출해야함 : 큰업체는 위임받아서 혼인여부 체크. 작은 업체는 남녀모두 혼인관계증명서는 제출하나, 남자에게 요구하는 재직증명서를 여자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회사도 있음 (응? 건강보험득실확인서라는 직장유무 정도만 확인할 뿐... 난 여자지만 불공평하다 생각함.)


- 공정위 표준 약관 : 가입비의 20%는 등록비, 나머지의 80%의 남은 횟수로 1/N로 환불은 가능함. 하지만 기본 횟수가 3~4회로 정하고 나머지를 보너스 횟수로 진행하기때문에 실질적으로 환불을 기대하긴 어려움. (이해했음?)


- 남자보다 여자 회원수가 월등히 비율이 높다 : 고로 나이가 좀 찬 남자라면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여성을 소개받고 빠르게 결혼하려고 한다면, 결정사가 나쁜 대안은 아닌 듯 하다. 물론 비싸다.


- 여자의 연봉은 결정사에서는 최고의 스펙이 아니다 : 오히려 내 연봉에서 천만원을 적게 쓴 매니저도 있었다. (조금 적정해야 더 매칭이 수월하다며, 응?) 이 곳에서의 여성 회원의 최고 스펙은 어린 나이, 외모, 우리 집의 자산규모 순이다.


[결정사 가입 고민될 때]

- 자만추, 주변에서 소개팅 정말 안 들어오는 나이라면

- 내 나이로부터 3~4살 이상 연상 커버 가능하다면 (마삼오 여성대원이라면 우리 회사에서 내가 패스했던 그 차장님, 부장님이 나올 수 있다는 각오정도는 해야함)


- 내 스펙을 먼저 객관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상대에 대해 바라기 : 보통 학력과 직업 등을 매칭해서 연결해준다. 물론 여자의 스펙이 조금 떨어져도 나이나 외모가 좋은 편이라면 소개는 가능하나 성사율은 높지 않은 듯.


[번외. 호갱이 안 되는 법]

- 어디든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입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해서 최종 업체를 골라보자.

- 남녀풀이 얼마나 되나요? : 나이가 많아질수록 여성이 많다, 5.5대 4.5?라고 하셨으나 파악은 불가능.

- 가입 전이라면 네고 해볼 수 있다 : 가입비와 성혼비의 비율을 조정할지, 횟수를 늘려달라고 할지 등등

- 상담한 그날 가입하지 마라 :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좀 더 고민해보자. 항상 첫날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는 혜택은 나중에 가입할 때 문의해도 받을 수 있다.



[나도 혹했던 커플매니저의 멘트]

- 인생이 달린 문제에요 : 두 달치 월급으로 평생 반려자를 만날 수 있다면? 뭐, 해볼만 하지?

-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겨요 : 혹시 이 곳에서 매칭이 안되어도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나의 스킬을 개발할 수 있다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 암, 그렇지.


"그래도 결혼은 해야하지 않겠니?"라는 살짝 소심한 엄마의 권유에 자발적으로 찾아간 결정사. 압축적으로 여러 업체를 비교해보고 최종 한 군데를 마음 속으로 결정했었다. 혹시 가입할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매니저님 너무 기뻐하시며 안내해주셨다.


주민센터 안에 설치된 지문인식기에 엄지를 대고 '혼인관계증명서'라는 걸 처음 출력해봤다. 빨간 기기에서 '기록할 사항 없음'이 찍혀있는 종이를 지급받을 때의 그 현타란... 느껴보고 싶은 분은 주민센터로ㅋㅋ


정말 가입해볼까라는 마음을 끝끝내 막은 건 결국 돈이었다. 그 돈 없어도 내 삶에 지장이 없지만 정말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비는 월급 한달치, 성혼사례비까지 하면 거의 두달치. 내가 나이의 숫자에 겁을 먹고 너무 많은 비용을 쉽게 지불하려고 한 건 아닐까? 내가 두달간 내내 지하철 타고 가서 노동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피같이 번 돈인데... 소개팅 몇 번에 이 돈을?



주변에 보면 결정사를 통해 잘 만나고 결혼까지 하신 분도 있다.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가치에 비해 이 돈은 매우 적은 돈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나에게 필요한지, 비용의 가치를 어디에 둘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깨끗이 결정사를 나의 선택지에서 지운 그날, 수백만원의 돈이 굳었다. (굳은 건 아니지 원래 내 돈ㅋ) 그리고 그날부터 기부단체 소정의 금액으로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여기 10여년을 기부해도 오늘 내가 지불하려고 한 금액보다 적다. 오늘부터 이 게 내 마음 속의 결정사!


딱 두달치 월급만큼, '나'와 '만남의 다른 기회'에 투자해보자.


함께할 가치 있는 사람 만나기 & 나도 되기


* M과장의 개인적인 의견 : 가입하는 게 큰 부담이 아니라면 걸쳐두는 건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개인의 선택일 뿐. 단, 돈을 입금하는 순간 아무리 조금 만남하고 환불 받더라도 최소 백만원 가량은 날라간다고 보면 된다.


더 중요한 건 가입하더라도 생각만큼 많은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주에 한번 프로필이 오가는 정도이고, 또 서로의 OK가 있어야하니까. 한번 만남에 큰 금액이 개념이라 상대도 쉽게 OK하지 않는다.


결혼을 꼭 하고 싶고 나이가 꽉찬 경우라면, 자만추 활동을 하면서 결정사는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만 보험으로 두는 것 정도는 가장 나은 대이라고 본다. 인연은 어디서 만날지 모르고, 시간은 빠르니.


결국 미팅에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것도, 그와 함께 나아가는 것 모두 결국 본인 몫이다. 결정사 가입한 것만 믿고 있다가 다른 노력을 손 놓고 있으면, 형식적인 만남 두세번하고 한 살 더 먹어버릴 수도 있다. 이것 역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다.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ps. 참고로 대장은 39세에 모임에서 5살 연하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제 연하는 포기해라, 니 나이는 이제 여기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일종의 가스라이팅입니다.


나의 현실은 직시해야하는 건 맞지만, 나만의 매력을 연마하고 잘 돌아다니기는 연애의 진리인것 같습니다.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복습 ㄱㄱ

30+@년 방구석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만남편&심화편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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