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인기업 창직 05.

Chapter 2.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창직을 말하다.

by 권경민

창직을 다시 정의하라


몇 년 전부터 ‘창직’이라는 용어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사용되기 시작했다. ‘창직’이란 단어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의를 보면 “기존 노동시장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않고 개인이 문화, 예술, IT, 농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지식, 기술, 능력, 흥미, 적성 등에 용이한 신직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이고, 창업이란 기업을 처음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타인의 사업을 인수하여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용어로서 창직도 큰 범위에서는 창업에 속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식백과의 사전적 의미를 참고하면, “창직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기존에는 없는 직업이나 직종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직업을 재설계하는 창업 활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창직의 현 주소는 취약한 취업시장과 자영업 창업시장에서 마땅한 해결 돌파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서, 궁여지책으로 오늘날의 경제상황의 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리며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지원도 없이 장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기관의 체계적인 연구나 양성, 지원없이 언론매체를 통해 창직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정부의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창업에 대한 대안으로 창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직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고, 교육이나 컬럼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창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정의하여, 실질적으로 어떻게 창직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너무나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주장과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지고, 실제 수익을 발생해내지도 못하는 네이밍만 그럴 듯한 말뿐인 창직 사례를 나열하며 창직을 독려하지만, 실상 그런 사례들을 보며 어떤 아이디어를 얻을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지도 의문인 사례가 허다하다.


창직이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직업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그렇다면 수만, 수십만의 창직자들이 수 십만 가지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 내고 있을까? 실제로 주변의 창직 사례자들을 보면, 기존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직업에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가미하여 새롭게 변형하여 직업활동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쉬운 예를 들어보면, 요리사라는 직업, 강사, 컨설턴트의 직업을 복합하여, 신규 음식점 창업자들에게 메뉴 개발을 도와주고 가르쳐 주는 일이 창직의 한 예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고정 관념 속에서의 요리사는 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 주는 것이 주 업무였지만, 자신의 음식을 먹어줄 손님도 필요 없고, 자신의 레스토랑도 필요 없지만 여전히 요리사이며, 강단에 서지 않아도 요리를 전수하는 강사이며, 부동산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도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들을 복합하여, 또는 세분화하여 자신의 재능과 노하우를 접목해서 새로운 직업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직이다.


창직의 분야는 한계가 없이 무궁무진하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기존의 업무분야를 변형 재해석하는 것, 여러 가지 영역의 일을 합쳐서 또 다른 분야의 일을 만들어 내는 것, 기존의 일을 세분화하여 전문화시키는 것 모두 창직이다. 기존의 어떤 직종, 직업도 관계없이 자신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하우, 열정, 흥미를 녹여낼 수 있다면,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 이 전의 직업들과 다른 모양의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창직인 것이다.


막연히 무조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식의 ‘창직’ 권유는 오히려 창직의 의지를 꺾고, 끝없이 샘 솟아야 할 창직의 아이디어를 주눅들게 하는 것이다.


혹은 말 장난 같은 네이밍으로 겉만 그럴 듯하게 과대 포장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허울 좋은 창직의 유혹에 빠져도 안될 것이다.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창직을 말하지 말라.


창직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창직을 찾아야 한다. 요즘 취업과 창업시장의 어려움으로 창직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 모호한, 그럴듯한 수식어구를 남발하는 뜬구름 같은 창직을 논하면 안 된다. 대학 경제학 수업 교재에나 나올 듯한 여러 이론과 학자들 이름으로 혼란스러운 창직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창조하겠다고 돈키호테처럼 달려들어봐야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깨달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그리고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창직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꿈꾸는 창직이 과연 현실에서 그 효용 가치가 얼마만큼 있어, 얼마나 실제로 수요가 발생할 것이며, 그 수요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온갖 수식어로 꾸며내거나 영어 단어로 혼란을 주는 네이밍으로 포장하지만, 정작 그런 창직 자체가 아무런 수요가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수익성이 없다면 그 것은 명함에 타이틀을 넣기 위한 용도 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대방이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거창한 네이밍으로 현혹시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다. 1인 개인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학교장, 대학 학장, 사관학교장, 협회장 등 기관이나 단체를 대표하는 타이틀을 이용하여 클라이언트를 현혹시키는 것은 오히려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지게 한다.


창직에 관련된 자료들을 보면 창직 사례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반려동물 사진사”다. 우선 반려동물 사진사라는 것은 새로운 직업영역을 만든 것도 아니고, 기존 사진사가 주로 사람이나 상품을 작업하던 것에서 동물로 피사체를 옮긴 것 외에 특별할 것이 없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고 퀄리티 카메라 보급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도 사진관에 갈 일이 없고 누구나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나오는 시대에 반려동물 사진사의 소비자 수요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누가 반려동물 사진사를 부르거나 사진관에 가서 비싼 돈 주고 사진을 찍겠냐?”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수요가 있다 해도 극 소수의 수요를 가지고 사업을 지속할 수 없으며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아무런 사업성이 없는 케이스를 대표 창직 사례로 계속 언급하면서 창직에 대한 아이디어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공부 환경 조성 전문가, 드림 아티스트, 매장 배경음악 전문가, 좋은 습관 수입가, 창조적 이벤트 디자이너” 등등 무수히 많은 시장성 없고 아무런 수요가 없는 영역을 창직이라며 어거지로 말 장난하는 멘토링을 해서는 안된다.


창직은 교사, 요리사, 목수, 운전 기사, 택배 기사, 프로그래머, 게이머, 마케터, 화가, 작가 등 무수히 많은 직업들 중에 어떤 일에 종사했던 그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 아이디어를 얻어 내 거나, 직업이 아니어도 취미, 흥미가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 직업에 종사하면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필요했던 것은 무엇인지, 소비자와 공급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업자와 사업자의 중간 단계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를 자신이 종사했던 분야에서 고민하고 찾아내거나, 자신의 취미활동에서 필요한 수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여 창직을 계획하는 것이다.


음식점을 하다 보면 가장 절실한 부분이 인력 공급과 저렴한 식자재의 공급이다. 워낙 구인난이 심각하고,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직원을 구하는 것은 음식점 주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요즘은 인상된 최저임금 이외에도, 4대보험의 고용주 부담금, 퇴직금, 연 월차 수당, 알바 직원들의 주휴 수당까지 고려하면 일당제 일용직 근로자(파출부)의 사용이 어쩔 수 없는 필수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의 구인 구직 중개 사이트의 틈을 파서 식당 일용직 근로자를 파견하는 인력업체들은 일당제 구직자와 식당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기존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세분화하여 특화한 케이스다.


오랫동안 고깃집을 운영했던 한 음식점 주인은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이 사업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이었다. 식자재 공급자들은 거래처에 따라 사용량, 거리 등을 고려하여 같은 물건도 다른 가격에 공급을 한다. 식당 주인들은 자신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조차도 알 길이 없다. 식자재 업체의 영업 사원들은 처음에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서 낮은 단가의 견적을 제시하지만, 거래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면 이런 저런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고 한 번 오른 식자재 가격은 웬만해선 내리는 법은 없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의 심각함을 파악하고, 식당 주인들은 같은 고민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고기 도매 유통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 고기의 종류별, 원산지별, 부위별 가격이 명확하게 공개되고 복수의 공급자들이 경쟁을 통해 가격 경쟁을 하고 누구에게나 같은 가격을 명확하게 노출함으로써 공급자와 음식점 간의 불신을 없애면서 수많은 음식점 주인들의 사랑을 받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적게는 몇 천에서 몇 억의 투자금을 들여 식당을 차리지 않고도, 고기 냉장, 냉동 보관시설, 유통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특별한 하드웨어 투자 없이 플랫폼 만으로 자신의 경험이 있던 분야의 가려운 점을 파악하여 새로운 창직을 이루어 낸 케이스다.


다시 위의 케이스를 벤치마킹 하여 복수의 주류 공급업체의 견적을 제공하는 주류견적 서비스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며 학원버스를 구매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 적이기 때문에,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개인 사업자로서 학원과 공급 계약을 맺는 ‘지입기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이 생겨났고, 지입기사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지입기사 고용의 편의를 위해 지입기사들과 학원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결국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다수의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가려워할 만한 포인트를 찾아내어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창직이다. 즉, 자신의 전문 분야의 컨설턴트로 독립된 경제활동을 영위하면 그것이 창직인 것이다.


결국 창직의 아이디어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거창한 온갖 수식어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가 아니다. 창직을 멘토링하고 코칭하는 입장에서 고려해봐도 수익성이 없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예비 창직자들에게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서 허황된 꿈을 부풀어 넣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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