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인기업 창직 04.

Chapter 1. 창업은 미친 짓이다.

by 권경민

당신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을 건물이 있는가?


아직 그래도 창업을 하고 싶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창업이 딱 한가지 있다.


바로 임대사업 창업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고, 건물주들이 들으면 “임대업은 쉬운 줄 아냐?”고 난리가 나겠지만, 그래도 노력대비 가장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임대업이야 말로 갑 중의 갑이 아니겠는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이미 초등학생들도 아는 말이 되었고, 전 국민의 꿈과 희망이 건물주다.


세입자가 되어 상가 임대차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보증금을 건네는 그 순간부터 현대판 노예 생활은 시작된다. 통상 임대료와 임차료를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사실은 임대료와 임차료는 상반된 개념이다. 임대료는 임대인(건물주) 입장에서 받는 돈이고, 임차료는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서 지불하는 비용이다. 같은 돈이지만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임대료는 지급임차료라는 용어가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보통 임대료로 통칭하여 사용한다.


용어가 어찌 되었건 간에, 소위 말하는 월세 계약에 서명하는 순간, 세입자 입장에서는 웬만해선 빠져나올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된다. 세입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좋거나 나쁘거나, 몸이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장사가 안돼서 빚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때가 되면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하루도 못 쉬고 한 달 내내 일하고 적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월세는 지급해야 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장사가 안 돼서 월세가 밀리면 이미 받아 둔 보증금에서 제외하면 된다. 옛날 노비나 노예들은 먹고 자는 문제라도 주인이 해결해 주었지만, 현대의 세입자는 자신이 엄청난 돈을 들이고도 노예만도 못한 생활을 하는 수가 있다.


자영업자가 아무리 장사가 안돼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임대료는 올리고, 가게가 문을 닫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은 꼬박 꼬박 월세가 나온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투자한 돈이 있으니, 다음 세입자를 구해서 시설비 얼마라도 건져야 하고, 최악의 경우 원상 복구하는 비용이라도 들이지 않아야 하니, 자기 비용 들여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놓아야 한다. 망해 나가는 세입자는 계약서 상의 부동산 원상복구 규정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세입자를 찾고 나가야 한다. 그 때 부동산 중계 수수료도 세입자의 몫이다. 그 뿐만 아니라 낡고 오래된 건물도 세입자가 자기돈으로 인테리어 새로 해서 건물 고쳐주니 이 거야 말로 누구라도 권하고 싶은 창업 아니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대업자야 말로 “조물주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요즘 현실적으로 건물이나 상가를 소유하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쉬울까? 현실에서 건물이나 상가 등 부동산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강남권의 상가 가게 하나도 2~30억원을 호가하는 곳들이 있으니, 부모가 물려주지 않고 서야 아무리 돈을 많이 번 들 건물주 하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건물 물려 받아 임대사업자로 창업할 것이 아니라면, 자영업으로의 창업은 정말이지 무조건 말리고 싶다. 그렇다면 은퇴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예비 퇴직자들이나 청년 퇴직, 구직자들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총체적 난국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어제의 나를 버려야 한다. 많은 이들이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남의 눈치보다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에 후회를 한다. “대기업 중역 출신의 내가?”라는 생각으로 남들의 시선 의식해서 남 보기 번듯한 레스토랑을 시내 중심부에 차려서 돈 4~5억 날리는 건 불과 몇 달도 걸리지 않는다.


자 이제 어제까지의 나를 버리자.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 1인 지식서비스 기업으로 창직을 하는 것이 답이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꿈 같은 세상은 꿈 속에서 …


열심히 일한 만큼 잘사는 세상? 과연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고 잘 사는 세상이 있을까? 세상은 그렇게 도덕 교과서처럼 순리에 맞게 정의롭고 공평하게 흘러 가지 않는다. 세상에는 눈물 겹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잘 산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열심히 일해서 잘 살 수 있다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혹한이나 폭염속에서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가장 풍요롭고 풍족하게 잘 살아야 할 것이다. TV 교양 다큐멘터리 ‘극한직업’에 나오는, 눈물겹도록 고생하는 분들이 가장 잘 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자, 더운 날 시원한 곳에서, 추운 날 따뜻한 곳에서, 남들 일할 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더 잘사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당연히 그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겠지만, 단순히 열심히 산다는 것만으로 잘 살 수는 없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 열심히 살지 않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모두 생계를 꾸려야 하고,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기에 그냥 대충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결국 핵심은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집 마당에 우물을 파야 지, 남의 집 우물 파주고 물 얻어 마실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생선요리를 배달 앱으로 주문해서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요리가 내 식탁위에 올라올 때까지 얼마나 무수히 많은 손길을 거쳐야할 지 생각해 보자. 거친 파도를 해치고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는 어부, 집하장의 경매인, 도매상, 트럭 운전 기사, 도심 농수산물 도매장의 경매인, 도매상, 식당 주인, 식당의 조리사, 배달직원, 배달 앱 회사 콜센터 직원, 배달 앱 회사 주주 등 나열한 이들 말고도 세세히 들어 가면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얼핏 이구조를 들여다봐도 누가 더 고생스러울지, 누가 더 돈을 많이 가져갈 지 대충 눈에 들어온다. 그저 잠시만 생각해 봐도, 고생하는 만큼 돈을 가져가지는 않는 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과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고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건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고, 일은 결국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도와 그 진행 과정이 아무리 성대하고 가치 있다 한들, 아무리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한들, 결과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이 사업체의 사장이 되어, 자신의 주머니에서 월급을 줄 직원을 고용할 때, 열심히 하는 직원과 일 잘하는 직원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양파 슬라이스 하는 기계로 빠르게 채를 썰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직원과, 칼로 죽어라 열심히 썰고 있는 직원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는 명백하다. 두 직원의 성품은 같다는 가정하에 이야기하자.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한들 월급을 주는 사업주 입장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 말인가?


가족도, 친구도, 취미도, 자아실현도, 휴식도 다 포기하고 무조건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남들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면,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권하겠다.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 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왜 그 길을 고민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가? 길은 생각과 전혀 다른 곳에 있는데, 왜 길이 아닌 곳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가?지금까지 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창업은 결코 길이 아니다. 이제 창업에 대한 미련은 말끔히 잊어버려야 한다. 창업을 고민하는 만큼 창직을 고민해야 한다. 아니, 그 보다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분명 걸어가야 할 길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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