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창업은 미친 짓이다.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하게 무너질 각오가 되어있는가?
필자는 30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잘 나가던 학원사업을 통해서 벌어 둔 전재산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어느 정도 상당한 규모가 있는 외식 사업을 미국에서 운영했다. 3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었고, 모국이 아닌 이역만리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외국인 직원들과 외국인 고객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호텔경영, 관광경영을 전공했고 스위스의 호텔과 미국 테네시 주에 있는, 당시 단일 규모로 세계 2위의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F&B 매니저를 하며 나름 경험도 쌓고 언어에도 문제가 없다고 자부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 했다. 젊고 패기에 넘치고,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도 있었고, 경험도 있었고, 언어의 장벽도 없었지만 결과는 처참하게 패했다.
어마어마한 인생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나는 왜 실패했을까?"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떤 사업이든 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두 가지의 요소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 지식, 경험, 기술, 인력, 타이밍, 마케팅, 추진력, 패기, 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추어 져야 비로서 성공하게 된다. 그 중에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성공하기가 정말 어렵다. 필자도 나름 여러 가지 사업 실패 요인을 파악해 보았고, 그 중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던 가를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나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패인은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아시아의 최대 자산가 중국 알리바바 마윈 창업주의 창업에 대한 조언은 지금까지도 나의 뼈 속과 심장을 파고 든다.
“100번 넘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창업해선 안 됩니다. 수없이 거절당하고 비웃음 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창업하지 마십시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창업은 안 됩니다.”
“90퍼센트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방안은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는 방법이라면 누군가가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미 기회를 빼앗긴 셈이니까요.
“창업을 할 때는 드림팀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이미 성공해본 사람들과 함께 창업해서는 안 돼요. 창업 초기에는 ‘꿈을 좇는 팀’이 필요합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성공에 목마른, 평범하고 단결할 줄 알며, 공동의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죠.”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의 말 한마디에 ‘영감’을 받아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창업을 해야 합니다.”
사업을 하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 건강은 악화되어 가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매장에서 아무리 화장실도 못 가고, 밥 한 번 마음 편하게 먹어 보지 못하고 일을 해도, 자금을 만들어와서 직원들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한국에서 잘 운영되었던 학원 생각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 더욱 더 나를 무너지게 했다. 누적된 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양쪽 팔을 잘 못 쓸 정도의 마비가 왔고,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학원을 하면 훨씬 더 쉽게 편안하게 살수 있을 텐데, 이역만리 타국에서 내가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처절하게 스스로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게 아니면 더이상 나에게 죽음 외에는 다른 길은 없다는 생각으로 싸워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여러 번 자살을 고민하고 팔을 그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게 필요했던 것은 밑바닥에서 다시 튀어 오를 ‘절박함’ 이었는데, 결정적으로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요즘 안정된 직장이 많이 없어서, 혹은 현재 직장에 만족을 못해서, 또는 대박을 꿈꾸며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통계청의 자영업 폐업율만 보아도, 10명 중 9명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자신은 아닐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그 뒤에 따라오는 현실은 냉혹하다.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조심 또 조심, 신중 또 신중 하고,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자부할 만큼 공부한 후에 다시 창업을 고민하기 바란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 현재는 작고, 당연하고, 소소하게 느껴져서 감사하지 못하는 소중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땅바닥으로 내팽개쳐질 처절함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신이 지금 누리는 너무나 당연시되는 일상 조차도 얼마나 큰 감사함 인가를 뼈저리게 느끼며 무너질 자신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연히 오늘 날은 평생 직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기 은퇴의 나이가 된 중 장년층은 물론이고, 청년층 조차도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기 란 쉽지 않다. 직장의 안정성, 소득에 대한 만족도, 적성, 자아실현 등 이러 저러한 이유로 퇴직을 생각하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필자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하게 무너질 각오가 되어있는가?”
“왜 창업을 하려하는가?”
“창업이 답인가?”
‘창업’이라는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 것들은 음식점 창업 관련 프랜차이즈 유료 광고들이다. 이상이 아닌 현실의 창업은 사전 속 그럴듯한 거창한 의미의 사업이라 기 보다는 소규모 자영업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공감이 될 것이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 은퇴를 앞둔 퇴직자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곱씹어도 뾰족한 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먹는 장사가 남는 거다” 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특별한 기술이나 준비 없이도 가능할 거라고 믿고 싶은 프랜차이즈 음식점 창업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기흥 삼성전자 앞 치킨집 주인 절반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웃픈 비유도 있다. 직장의 울타리를 떠난 후의 창업은 직장생활에서의 생존을 위한 싸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살아있는 지옥에서의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 된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 돌이켜보자. 요즘 청년들 같은 경우에는 5세부터 영어 배운다고 영어 유치원이며 학원으로 끌려 다니고,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그리고 대학 4년 동안 공부하고 자격증 만들고 스펙을 쌓아가느라 혼신을 다한다. 거기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다녀오기도 한다. 입사 면접을 위해 눈에 튀는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 돈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직장을 떠나며, 창업을 고민하며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할까? 인생의 전환점이며, 그 동안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창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저 네이버와 구글 검색이 자신의 창업을 위한 노력과 준비과정의 전부는 아니었는지,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들의 현란한 언변술에 나의 인생을 맡겨 버린 건 아닌지 뼈저리게 고민해 봐야 한다.
필자는 왜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왜 창업을 하려 하는지, 왜 창업을 해야만 하는 지, 왜 자신은 창업에 성공하리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필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필자의 이야기를 조목조목 반박할 본인의 확고한 논지가 있다면, 그 때 창업하기 바란다. 하지만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창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