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인기업 창직 03.

Chapter 1. 창업은 미친 짓이다.

by 권경민


죽어도 창업을 하고 말겠다는 이들에게


지금부터 필자는 죽어도 창업을 하고 말겠다는 이들에게 죽어도 창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가임 여성 1명당 0.977명의 출산율로, 이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 절벽을 직면하게 되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대비 14%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그로 인해 생산과 소비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는 기계와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그로 인한 실업의 증가는 다시 소비의 둔화로 연결되어 경제의 흐름을 가로 막는 악순환을 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도 크게 지어서 많이 만들어내고, 많이 파는 생산과 소비의 패턴을 유지하지 못하고 경제 규모 자체가 작아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런 경제 상황속에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가 가게에 투자를 하고 영업을 해서 사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경제 상황이 좋아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대한 민국 통계청의 객관적인 통계자료 수치로 짚어 보자. 통계청 자료의 가장 최근 한 해 신규 사업자 수가 1,284,589 건이고, 폐업자 수가 908,076 건에 이른다.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분석해야 하겠지만, 다른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으로 한 해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률은 71%다. 물론 다른 요소를 전혀 계산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고, 모든 업종,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까지 모두 다 포함한 숫자다.


그럼 보통의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고 실질적으로 창업을 하는 편의점 등의 소매점과 음식점업을 살펴보자. 소매점은 신규 창업 198,319건에 폐업 172,268 건으로 폐업률 94.1%, 음식점은 신규 창업 181,304 건에 폐업 166,751 건으로 폐업률 92%의 믿고 싶지 않은 참담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폐업하지 않은 6~8%의 자영업자들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벌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을까? 단순 무지한 비교지만, 자신이 학교 전교생 1천명 중에서 50등 안에 들 자신이 있는가? 성적, 노래, 달리기, 춤추기, 주먹 어떤 분야라도 좋다. 전교에서 50등 안에 들 자신이 있는 분야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자.


적어도 1천명 중에 50등 안에 들 자신은 있어야 전 재산 걸고 사업을 해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박은 추후이 이야기다. 남들이 다 망해도 나는 아닐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만감은 버려야 한다. 본인은 뭐가 그리 남과 다른 재주가 있는지, 왜 절대 다수의남들과 달리 망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주변의 지인 3명만 논리적으로 설득해 보라. 그렇지 못하면 오늘부터 창업의 헛된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다른 수많은 자영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필자의 뼈저린 경험을 토대로 음식점업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저녁 있는 삶, 가족들과 오붓한 식사, 즐거운 주말 나들이, 친구들과 얼큰한 술자리는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해야 한다. 몸이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월차를 쓰고 병가를 쓸 수 있을 것 같은가? 가족 생일, 기념일, 경조사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은가? 남들 쉴 때 쉴 수 없고, 남들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새벽부터 도매상을 찾아 식자재를 구매하고,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점심 장사를 하고 오후 서 너 시 되어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도 맘 편하게 하지 못한다. 식사 중에 손님이 들어오고,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하면 사장이 일어나야 지, 직원들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또 저녁 장사 준비에, 밤늦게 손님이 나가고 나면 다음 날 장사를 위해 가게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퇴근한다. 장사가 잘 되면, 식자재도 조금은 더 비싸지만 배달되는 식자재 업체를 이용하면 되고, 힘든 일은 직원들을 여유 있게 고용해서 일을 분담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 달 내 하루도 못 쉬고 하루 13~14시간 일해서 대출받아 직원들 월급 주는 자영업자들도 한 둘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존감의 붕괴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순간 영원한 ‘을’ 중의 ‘을’이고, ‘죄인’ 아닌 ‘죄인”처럼 항상 자세를 낮추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과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깊숙이 박혀 있는 갑질 문제는 고질병이다. 자신이 조금만 상대방 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되면 무대포로 우기고 역정을 내는 갑질, 진상 고객이 하루에도 몇 명씩 있고, 그를 상대하는 자영업자의 자존감은 땅을 치고, 인생의 회의를 느낀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나보다 나이도 한 참 어리고, 배운 것도 모자라고, 가진 것도 없고, 착하지도 않고, 교양도 없고,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나보다 잘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진상 고객에게, 잘 못도 없이 그저 상대방이 내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개 숙일 자신이 있는가? 그런 굴욕감을 매일 이겨낼 자신이 있는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감과 자괴감이 뇌를 파고 들며 무릎 꿇게 만든다.


상사들 눈치 보는게 싫어서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꿈 깨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자영업자가 되는 순간 직원들이 상사고 상전이다. 특히 식당처럼 고질적인 구인난이 계속되는 곳에서는 직원을 모시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내가 사장인데”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하면 붙어 있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 장사가 잘돼서 경쟁업체 보다 30~40% 더 높은 급여를 주지 않는 한,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는 고사하고 싫은 기색도 못한다. 음시점을 하면 직원들도 갑, 주변 상인들도 갑, 배달 직원도, 건물 관리실 직원도, 심지어는 거래처 직원들도 갑이고 자영업자는 영원한 ‘을’이다.


어느 편의점 사장 부부의 넉두리가 가슴을 멍하게 한다. 은퇴후에 편의점을 차린 50대 부부는 10평도 안되는 가게가 그들의 세상 전부라는 것이다. 장사가 안 돼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부부가 교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가게에 철창은 없지만 가게 밖으로 몇 걸음 걸어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맘 편하게 가 본적도, 밥을 편하게 먹어본 기억도 언제 인지 아련하다고 한다. 부부가 교대로 일을 하다 보니 사실 말이 가족이지 같이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고, 설날 당일과 추석 당일 2일을 제외하고 1년 363일을 창살 없는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돈이라도 벌리면 그 걸 위안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한 달 한 달 월세 내기 급급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돈 몇 억을 모으는 데는 평생 걸리지만, 몇 억을 자영업으로 날리는 건 불과 몇 달도 걸리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것 못 쓰고 모은 돈, 퇴직금, 부모님의 도움, 대출까지 합해서 전 재산을 쏟아 부어 자영업을 시작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허무한 거품처럼 사라진다.


조그만 음식점이나 맥주집 하나 해도 생각지도 못하게 쉽게 돈이 사라져 버린다. 상권에 따라 몇 천의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몇 천, 시설비, 간판, 냉난방기, 주방 집기, 보증금, 초기 물량 매입, 부동산 수수료, 마케팅 비용, 초기 손익분기점에 이르기 까지의 월세, 인건비, 관리비 등의 기회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는 그 순간부터 내 주변에는 나에게 청구서를 날리는 이들 밖에 없다.


크고 굵직한 것 말고도, POS, CCTV, 소독, 방역, 보험, 전화, 인터넷, 가스, 전기, 수도 등 그냥 쭉쭉 빠져나가는 비용들이 허무할 정도다.


직원들의 인건비도 단순히 월 얼마라고 생각을 하면 큰 오산이다. 실상은 4대 보험의 사업주 지급부분, 퇴직금, 연 월차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근로자 1인 첫 해 12개월 근무 시 14개월의 급여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음식업의 경우 워낙 이직도 많고, 요즘은 이런 법의 맹점 때문에 1년만 일하고 퇴사하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다.


매장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하게 되면 직원들은 실업 급여라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자영업자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업 급여도 없고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부부가 같이 일을 해도 특수고용관계라는 미명 하에 배우자의 근로를 인정하지 않아서 세금 납부 시 비용으로 처리하지도 못한다. 설령 장사가 좀 된다고 해도 초기 투자금은 언제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때까지의 본인과 가족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 것이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르고, 대부분은 그 전에 폐업을 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은 이미 너무 과포화 되어 있어 과도한 경쟁 때문에 구조적으로 누구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임대료도 오르고 식자재 비용, 인건비 모든 것이 오르지만, 정작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은 경쟁이 너무 심해서 오히려 내려가는 실정이다.


필자가 운영했던 수제버거 전문점 선릉역 지점 근처 오피스 상권 한 달 월세 1,600만원인 고기집에서 점심 특선 메뉴를 4,900원 받는 것이 오늘날 우리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경기는 안 좋아서 소비자는 주머니를 닫고, 실업률이 높아지며 불 기둥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늘어나는 자영업자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자영업의 성공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돈, 시간, 자존감, 건강, 인간관계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영업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개인이 전 재산 투자해서 하루도 편히 못 쉬고, 부부가 일을 해서도 90%가 넘는 사업자가 폐업을 한다면, 이 것은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구조적으로 자영업은 하면 안되는 것이고, 국가에서도 창업을 격려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하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선택은 “창업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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