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16
공원 산책길에 만나는 너에게
멀찌기서 눈인사를 하고는 했지.
어제 새벽녘
빗소리에 너를 생각했다.
꿈인 듯 아닌 듯
다행이다.
여기서 만나다니
감사하다.
너의 젖은 하루
한 칸 내어주고
한 빛 켜주는 너의 다락방.
높이높이 오르거라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거라.
내가 우리 고양이를 만나기 이전부터
길에서 만나 인사한 노란 고양이가 있었다.
우아한 자태에 적당한 거리만 허용했던 녀석.
그래서인지 나는 노랑 고양이가 제일 좋다.
우리 고양이도 노랑이고.
비가 오던 밤, 아침에 만났던 고양이가 생각이 났고
비몽사몽 걱정과 피곤이 섞이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은 동네의 큰 카페.
들어갈 때는 계단을 오르니 볼 수 없었던 녀석을
카페를 나서 내려가는 계단에서 마주쳤다.
울컥함과 감사함이
밤새 켜져 있었을 비상구등과 조화를 이루어 마음에 뒤섞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운동가는 내 가방엔 츄르를 함께 담는다.
안녕, 우리 마을의 고양이들아.
비 오는 밤, 비상구를 발견하는 행운이 늘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