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17
나, 쟤 키울 때 힘들었잖아.
엄마의 육아 무용담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나의 백일기침.
병원을 걸어서 갔다는 그 겨울밤의 이야기를 듣던
어린 내 귀에 그날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지금도 나는 그 한 장면을 기억한다.
차가운 공기와 엄마의 뜨거운 등
그 사이에 이글루 같은 엄마의 코트.
나의 쿨럭거림.
엄마의 두 팔이. 안타까운 신음이,
잠결에 기침을 하다 눈도 못 뜨고 울던 아이에게
엄마 여기 있어라는 그 토닥임이,
기침을 멎게 할 힘은 없었지만
잠깐 눈을 떠보면 보이는 엄마 얼굴은
내 기침이 꿈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주었을지도.
어른이 된 나는 지금도
새벽기침을 한다.
그럴 때면 엄마의 가슴이,
엄마의 등이 나를 눌러주고 토닥인 그때처럼
베개를 눌러 안고 새우잠을 잔다.
어쩌면 꿈인지도 모를
그 어린 날의 겨울밤을 잠깐 기억하며.
내가 형제들 중 유일하게 백일기침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백일동안 기침을 해대다니 상상할 수 없었다.
요즘 다시 유행하는 백일기침, 백일해.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그 이름의 뜻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잠들지도 못할 정도의 기침을 하는 밤이면
나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내가 안아줘도 등을 토닥여도 기침은 멎지를 않는다.
가슴을 들썩이며 하는 밤기침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긴긴밤을 가져다준다.
밤새 기침을 한 아이의 아침잠은 얼마나 눈부셨는지.
아침이 지나고 밤이 오면 잠들기 무섭게 기침이 시작되던 어떤 밤은 이제 다 지나갔다.
어린 날 만큼은 아니지만 밤기침을 자주 하는 나는
몸을 웅크려 엄마의 등을, 엄마의 토닥임을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