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떤 날 Oct 10. 2024

자장가

詩,냇물_15

부르면 온다.


엄마가 부르면,

저 멀리 기다리고 있던

잠의 천사가

아장아장

봄의 속도로.


들리면 달아난다.


띠띠띠 뚜뚜 또또뚜 따라라랑

아빠가 오는 소리

머리맡 작은 날개로 부채질을 하던

잠의 천사는

포로롱 날개 펴

다시 제자리.


엄마가 부르길 기다렸던

그 자리로.




‘섬집아기’를 부른 날도 있었고

‘아주 먼 옛날’을 부른 날도 있었다.

스르르 잠이 올 거 같던 눈가에 반짝 힘이 들어가더니

네가 말했다.

"엄마... 잠이 가버렸어. 도망쳤나 봐~"

잠이 온다는 말, 네 덕분에 실감했다.

나는 요즘 오지 않는 잠 때문에 새벽을 뒤척인다.

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그날의 나는 늘  잠이 부족했고,지금은 그때의 잠빚도 다 갚았는데

달빛에도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쉽게 잠들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던 그날의 나는

얼마나 능력자였던가.


이전 14화 밤의 주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