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15
부르면 온다.
엄마가 부르면,
저 멀리 기다리고 있던
잠의 천사가
아장아장
봄의 속도로.
들리면 달아난다.
띠띠띠 뚜뚜 또또뚜 따라라랑
아빠가 오는 소리
머리맡 작은 날개로 부채질을 하던
잠의 천사는
포로롱 날개 펴
다시 제자리.
엄마가 부르길 기다렸던
그 자리로.
‘섬집아기’를 부른 날도 있었고
‘아주 먼 옛날’을 부른 날도 있었다.
스르르 잠이 올 거 같던 눈가에 반짝 힘이 들어가더니
네가 말했다.
"엄마... 잠이 가버렸어. 도망쳤나 봐~"
잠이 온다는 말, 네 덕분에 실감했다.
나는 요즘 오지 않는 잠 때문에 새벽을 뒤척인다.
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그날의 나는 늘 잠이 부족했고,지금은 그때의 잠빚도 다 갚았는데
달빛에도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쉽게 잠들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던 그날의 나는
얼마나 능력자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