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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Oct 03. 2024

밤의 주인

詩,냇물_14

아들아.

새벽이 가까운 밤은

너의 것이 아니란다.


축구를 하느라 피곤했던

다리와 발바닥이


게임을 하느라 분주했던

손가락과 후두엽이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흘려보낸

너의 달팽이관이


밤을 기다렸다.

밤의 주인이다.


낮의 주인인 너를 위해

밤은 그들에게 내어줘야 한다.

밤은 너의 것이 아니란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깊은 밤이 모두 맡겨둔 시간인 줄 알고.

12시에 책상 앞에 앉더니 한 시간도 못 되어 엎드려 자던 너. 밤에 하면 된다고 당당히 미루다가 코가 깨진 다음 날.

엄마의 잔소리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동생에게 설교하던 어떤 날.

웃음이 나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었지.

시간을 잘 활용하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고 있기에,

오늘의 너는 나보다 훌륭하다고 엄마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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