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13
엄마는 빨래를 널고
구름은 햇빛을 널고
바람은 달빛을 널었어요.
엄마는 빨래를 걷고
나는 마당에 내린 햇빛을 걷어요.
달빛을 주워요.
어릴 때 우리 집은
마당이 넓고 방과 방을 연결하는 큰 마루가 있었다.
나무 마루는 틈이 갈라지고 걸을 때 소리가 나기도 했다.
때가 되면 할아버지와 아빠는 니스칠을 하셨는데
다 마른 줄 알고 밟았다가 생긴 양말의 실꼬임자국은
다음 해까지 남아있었다.
첫아이가 중학생이던 몇 해전 학교 도서관 주최로 학부모 대상의 가을 시 공모전이 있었다. 순위를 매기지는 않고 참가하는 학부모에게는 작은 상품을 준다고 했다.
어디 엄마의 솜씨를 좀 보여줘 봐..? 하고 생각해서
썼다가 지웠다가, 추억했다가 겨우 써낸 시.
가을마당을 생각한 나만의 동시였다.
엄마가 펄럭이는 빨래에 집게를 잘 꽂았는데 집게와 집게사이의 정확한 간격에 놀랐던 어린 마음도 떠올랐다. 그날의 엄마는 다 잘하는 분이었다. 원더우먼.
원더우먼의 망토처럼 엄마가 탁탁 터는 빨래가
알록달록 단풍 같던 어떤 가을날.
마루에 뒹굴거리다 바라본 엄마의 튼튼한 뒷모습도,
옆집에 있던 큰 나무에서 날아온 가을잎들도...
쓰지 못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 가을날.
젊은 엄마와 어린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