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19
피아노를 배운다.
선생님이 묻는다.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목표가 있으신지요.
연주하고 싶은 곡은 있어요 선생님.
달빛.
선생님의 눈이 보름달이 된다.
그 달빛이요?
네, 그 달빛이요.
지금은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을 지날지라도
나는 달빛을 향해 가고 싶다.
손가락과 건반이 하나 되지 않는다
너는 어땠을까.
검은 피아노와 둘만 있는 이 공간에서
너는 힘들지 않았을까.
너의 손가락은 눈과 함께 잘 움직였을까.
애들은 금방 배운다는 말, 너는 듣기 좋았을까.
콩쿨에 나간다고 하면 트로피 값 낸다고 말했던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
어제는 선생님이
시니어 콩쿨이 있다며
콩쿨 준비해도 될 만큼 열심히 한다고.
생각만 해도 떨리는 그 무대에
너를 두 번 내보내고 나는 얼마나 좋았던가.
콩쿨 연주는 악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손이 악보를 기억해 내는 것임을
나는 요즘 느꼈다.
너의 작은 손이 악보와 건반을 정확히 기억해 내는데
얼마나 너의 품이 들어갔을까.
너는 얼마나 건반을 노려봤을까.
선생님 모르게 쾅쾅 치고 싶지는 않았을까.
피아노를 배운다.
너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