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시,냇물 20화

천년 나무

詩,냇물_20

by 앤 셜Lee

천 년을 살았다고 했다.

다른 은행나무들은 아직 노릇노릇했는데

천년나무는 가지를 자랑한다.

잎도 아니고 열매도 아니다.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남은 것이 없던가 남기고 싶은 것이 없던가

아니면 붙잡고 있을 힘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청춘들이 이파리를 뿜어낼 때

천년 나무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천년의 사랑

천년의 이별

천년의 미소

천년의 눈물


백 년도 살지 못한 내가

천년의 시간 앞에 서 있다.


어제의 한숨이 작아진다.

그제의 분노가 희미하다.

오늘이 천년의 시간에 파묻힌다.

나는 천 년 속의 오늘을 산다.


용문사 은행나무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