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20
천 년을 살았다고 했다.
다른 은행나무들은 아직 노릇노릇했는데
천년나무는 가지를 자랑한다.
잎도 아니고 열매도 아니다.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남은 것이 없던가 남기고 싶은 것이 없던가
아니면 붙잡고 있을 힘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청춘들이 이파리를 뿜어낼 때
천년 나무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천년의 사랑
천년의 이별
천년의 미소
천년의 눈물
백 년도 살지 못한 내가
천년의 시간 앞에 서 있다.
어제의 한숨이 작아진다.
그제의 분노가 희미하다.
오늘이 천년의 시간에 파묻힌다.
나는 천 년 속의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