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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 Aug 24. 2023

어설픈 자신감이 위험한 이유

어중간한 육아 그 대가

어중간


애매하게 배웠을 때가 제일 위험하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완벽히 아는 것도 아닌데 자꾸 아는척하고 싶고 간섭하고 싶고 좋은 말로 오지랖을 떨고 싶을 때가 딱 이때다. 


어중간할 때.


육아서를 스무권 정도 읽었을 때 이제 뭐 오은영 선생님급으로 육아를 착착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처음엔 정말 그렇게 된다. 


어라? 

책처럼 하니까 이게 되네? 

와~ 몰랐으면 어쩔 뻔?

우리 애 영재되는 거 아냐?


그렇게 순항하던 일도 갑자기 '턱' 하니 막힐 때가 온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애를 잘못 키웠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다시 또 책을 찾아 헤매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처음보다 조금 힘들지만 다시 순항한다.



그렇게 한 살 한 살 키워내다 보면 깊은 깨달음이 온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것. 내가 아는만큼만 보인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아이는 이방법 저 방법으로 키워내는 게 아니라 엄마가 인내를 공부하고 아이가 스스로 커가는 걸 그냥 지켜봐 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같다.


미미한 신호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해피엔딩영화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사건도 없이 행복하고 또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끝난다면 별점 0점의 테러를 당할 것이다.



분명 우여곡절이 있고 상처가 있고 극복이 있다. 어떤 인생도 한 줄 수평선처럼 밋밋한 인생은 없다.


"제 인생은 무난했어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사소한 것쯤은 긍정적으로 넘길 줄 아는 사람이거나 깊은 성찰과 깨달음으로 실패가 왔을 때 빠르게 느끼고 배워서 극복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다가 그런 글을 읽었다. 신은 누구도 힘든 삶을 사는 걸 원치 않는다. 위기가 올 때 우리가 알아차릴 만큼의 신호를 항상 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약한 신호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큰 충격, 더 큰 실패, 더 큰 상처를 줘야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비를 넘긴다.


지금 아주 큰 실패를 마주 하고 있다면 그전에 아주 미미한 실패의 전조를 내가 깨닫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또다시 실패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아주 사소한 충격이 왔을 때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돌아보고 배우면 더 큰 실패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명상을 할 때 현재를 느끼라고 하나보다. 나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를 무디지 않게 잘 알아차리기 위해...


인생은 배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배우면 한 편의 영화처럼 위기 후 행복과 성공이 그려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나 스스로가 삶을 계획하고 왔기 때문에.


아이가 보내는 신호


아이를 키우다 보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를 무시하다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만큼의 힘든 일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느낀다.

이 정도로 감사하다. 크게 아프지 않길 다행이다. 건강한 것만으로 감사하자.


꼭 큰 상처를 마주하고 나서야 깨닫고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곤 다짐한다.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망각의 베일에 쌓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또 잊고 산다.


요즘은 현재에 집중하고 아이와의 오늘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 어떤 말도 어떤 상황도 허투루 지나쳐지지 않고 이것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물론 지금 일어나는 일도 오늘이 지나면 과거에 불과하니까 내일은 지나간 오늘을 신경 쓰지 않을 거다.

오지 않은 내일도 고민하지 말아야지.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아이의 오늘의 얼굴을 보고 오늘 표정을 느끼며 반응해 주고 싶다.


정신 차려


책을 읽고 '이만하면 되었을까?' 싶지만 더 읽고 또 읽다 보면 과거의 나는 너무도 몰랐었구나 깨닫게 된다.

그럴수록 다짐한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죽기 전까지 모르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어설피 아는 부분은 추측하거나 유추하지 말고 그냥 모르는 것으로 인정하자.


그러니 오지랖 떨지 말자고 생각한다. 작은 바람에도 정신 바짝 차리자. 

안 그러면 뒤에 태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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