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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 Oct 26. 2024

내 아이도 손주 보듯, 조카 보듯

화살처럼 날아간 잔소리


손주 보듯, 조카 보듯


잔소리.

이 세상 엄마들의 무기다.

사실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은 무기인 것 같다. 마치 귀 옆을 살짝 스쳐 지나가는 화살과도 같은.

처음엔 혹여나 그 화살같은 잔소리에 맞을까 봐 아이들이 눈감고 움츠리며 움찔한다. 몇 번 경험 해 보면 어차피 빗나감을 알게 되니 숱하게 날아오는 화살에도 두 눈 크게 뜨고 버젓이 서 있게 된다.


사실 엄마들은 애초부터 아이들을 정확히 맞춰서 상처를 주기 위해 화살을 당기지 않는다.

슬쩍슬쩍 지나가는 화살에 아이가 스스로 위험을 깨닫고 달라지길 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잔소리를 아이가 매번 한 귀로 듣고 흘리다 보니 왠지 정확히 가슴에 꽂히는 한 발을 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한 발을 정확히 당기는 순간 아이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남는다. 결코 엄마의 마음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제주에 살고 계신 엄마도 내가 어릴 적엔 엄격한 분이어서 엄청난 잔소리꾼이셨다. 신발 가지런히 놓아라부터 밥상머리 예절, 연필 쥐는 법,옷 뒤집지 마라, 인사예절, 세탁 방법, 빨래 너는 법, 등등 셀 수 없을 만큼의 잔소리가 하루 종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손녀한테는 한없이 너그럽다. 내가 아이에게 쓴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애기가 뭘 안다고 혼내냐? 냅둬라~"


"우쭈쭈. 엄마가 혼냈어? 우리 이쁜이를~ 할머니가 엄마 혼내줄까? 흐흐흐"


이렇게 세상 인자한 얼굴을 하고 함박웃음을 웃는다.


이맘때가 되면 손녀가 귤을 먹고 싶어 할까 봐 귤이 첫 출하되길 기다리셨다가 바로 귤을 보내시고 시기별로 제주에서 잡혀 올라오는 생선도 종류별로 보내신다.


'우리 손지 먹이라~'

(제주도에선 손주를 손지라 부른다.^^)


아마 엄마도 나를 키울 땐 삶의 여유가 없으시고 처음 키우는 아이라 서툴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만 앞섰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나의 모습처럼...


다 커버린 자식을 보며


'어찌해도 크긴 크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셨을 거다.


긴 세월 살다 보니 억척스레 살아도 삶이 고만고만한데 그때 좀 더 여유롭게 아이와 보낼 걸 후회도 하시고...

그래서 손주는 그냥 사랑만 주고 바라볼 수 있으신가 보다.

그리고 정확히는


'내 애가 아니니까^^'


나도 조카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모다.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응원해 주는 잔소리 없는 이모!


내 아이도 손주 보듯 사랑스런 조카 보듯이 그렇게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좋겠다. 가끔 귀 옆을 스쳐가는 화살은 있어도 깊은 상처로 내리꽂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엄마를 바라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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