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사에게 자주 하는 질문 3가지
저는 00 대학교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그럼, 대학 교수가 된 거야?
-영어를 전혀 안 쓴다고? 그럼 어떻게 가르쳐?
-한국말을 가르치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이 3가지 질문들은 내가 처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1999년 베트남 시절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들이다. 아마 대학기관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받아봤을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반복되는 걸 보면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이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모든 직업의 일이 그렇지 않은가. 자기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늘은 <저는 한국어 교사입니다> 시리즈 1편으로 [한국어 교사에게 자주 하는 질문]으로 구성할까 한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친척 어르신들을 만나면 우리 영미가 대학 교수가 됐냐며 등짝을 두들겨 주신다. 아무리 교수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말해도 대학에서 가르치면 교수님이지 뭐... 하시는데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더 민망한 것은 그런 모습을 은근히 즐기시는 엄마에게 내가 아니라고 해도 박사 수료까지 했으니 그게 그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신다. 아무리 말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그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 외국어를 잘하냐는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도 살고 베트남에서도 살고 스페인에서 3개월 연구 학기를 보냈다고 하면 다들 외국어를 잘하니까 한국어 선생님이 된 거 아니냐고 말한다. 맞다. 전혀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어 수업을 할 때는 한국어만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영어를 잘하겠다는 말과 함께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그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한국어로만 가르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한다. 어김없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괜스레 영어를 전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사실 내가 가르쳤던 대학기관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모이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한국어로 설명해도 문제없는 수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한국말을 가르치는 데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냐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내용이나 가르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잘 준비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바로 안다. 그냥 한국 사람이니까 가르치는지, 뭘 알고 가르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특히 서양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나갈 때 하는 인사가 다르다. 수업에 대한 자기 생각을 주저 없이 표현한다.
“선생님! 오늘 수업 잘 가르쳤어요.”
“선생님! 오늘 게임은 아주 나이스예요”
이런 평가를 위해서 준비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가끔 수업시간이나 숙제를 하다가 질문하는 내용들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뜻밖의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기상천외한 질문도 나온다. 대답하기 난감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논문들을 찾아봐야 할 때도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것도 있기 때문에 자료를 많이 찾는다.
어떤 때는 적절한 그림이나 사진 하나를 찾기 위해 몇 시간이나 컴퓨터 앞에 목을 빼고 클릭질을 한다. 또 어떤 때는 학생들이 쓴 A4 1장 분량의 한국어 내용이 무슨 말인지 몰라 숙제를 고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작은 실수인 스펠링을 일일이 고치면서 -0.2점, -0.3점 점수를 주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이게 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최선을 다해 한국어로 써 내거나 말로 표현하는 학생들이 고맙고 대견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보람이고 즐거움이기에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내 sns 피드에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 따서 해외에 나가 취직을 하라거나 노후 대비를 하라는 교육기관의 광고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TV에서 [윤스테이]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어 교사에 대한 로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한국어 교사의 위치와 처우 문제로 시끄럽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다. 보람도 느낄 수 있고 한국이라는 우물 밖으로 나오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는 내가 몰랐던 세계와 열정을 갖게 하기도 한다.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자막 없이 이병헌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싶어 공부하는 일본 할머니에게서 나의 노후를 그려 보기도 하고 북한의 인권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국 대학생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에 시집와서 임신한 상태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는 어린 베트남 신부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내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한국어라는 매개로 소통하며 내 지경을 넓혀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