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남은 실재의 소멸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삶으로
자신을 버텨낼 터이니 이는 적확하지 않다
잔재의 소멸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에게서 떠났다는 것은
더 이상 내가 결부되지 않음이다
나의 떠남은 몸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슴속 뒷방에서 명멸하던 정서조차
남아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돌아보아 그의 기별에도 전변무상하지 않을 때,
나의 사유가 흔들리지 않음을 알 때,
그때가 되면
나는 떠남을 온전히 떠나보내었다는 것을 안다
이제야 그가 떠나갔음에
나의 해방은 남은 생을 조금씩 이어 붙인다
위태로웠던 나의 삶을 다시금 짜 맞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