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상가 맛집투어 Tip
대치역 3번 출구.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랜 역사의 은마 종합 상가.
이 상가의 지하 세계로 내려가 보면 2000평 규모의 재래시장이 등장한다. 정말 반전이다.
이 곳에선 대치동의 서민 향기가 느껴지고, 소시민들로 가득해 보이는 착시 현상마저 생긴다.
하지만, 이 세계야 말로 대치동의 까탈스런 엄마들 입맛을 사로 잡고, 그녀들의 지갑을 열며 오랫동안 살아 남은 강자 중에 강자들로 모인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맛으로 승부한 노포 맛집들로 똘똘 뭉쳐 요즘 트렌디한 음식점은 발도 못디딘다는 은마 종합 상가 지하 맛집에 대해 내가 경험한 그대로 브런치에 소개해 볼까 한다.
1.떡집
지하 상가 내에 여러 군데의 떡집이 있지만, 주로 내가 자주 가는 떡집은 ‘김경애 떡방’이다.
이 곳은 명절 때 깨송편을 주로 사게 되는데, 다른 떡집들보다 깨의 달기가 우리 집 입맛에 딱 맞다. 깨도 많고 다른 떡집에 비해 조금 더 달다는 특징이 있다.
바로 옆 낙원 떡집에서 흰팥 송편을 함께 데려온다. 그 많은 떡집들 중에 낙원 떡집만 흰팥 송편을 함께 판다.
낙원 떡집은 사실 시루떡으로 유명하다. 또한, 갓쪄 나온 떡들이 늘상 대기하고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은 편이기도 하다.(내가 느끼기엔 대부분의 떡집들 맛이 비슷비슷 한데, 갓쪄서 나온 떡들이 자주 등장하다보니, 더 맛나게 느껴지는듯)
‘백의 민족’이라는 떡집은 왕모찌로 유명하다. 장인이 만드는 모찌로 왕모찌 하나 먹으면, 나같은 소식좌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거뜬하다.
떡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은 여기 지하 상가에 들르면 떡집들 앞에서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오늘 점심도 왕모찌 몇 개 업어 왔다.(개당 1,200원이며, 가격은 나름 합리적인 편)
2.콩두야
두부 전문점. 목판두부가 신선하고 맛이 좋다.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이지만, 고소하고 손두부맛이 난다.
이 곳에선 그밖에도 묵, 된장, 청국장, 콩물, 순두부 등 판매하는데, 은마상가 갈 때 마다 잊지 않고 들르는 곳 중에 한 곳이다.
3. 죽집
상가 안에 죽집들이 즐비한데, 내가 주로 사오는 집은 ‘은마 소문난 죽집’이다.
대부분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전라도 죽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많이들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진하고 깊은 맛은 ‘은마 소문난 죽집‘인듯.
맛은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개인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이 곳에서 파는 밑반찬들도 은근 중독적이다. 나는 이 곳에서 죽과 함께 양념고추장아찌를 구매한다.
녹두죽, 팥죽, 호박죽, 흑임자죽 네가지 맛을 판매한다.
이 죽집들은 가성비가 좋다. 가격대비 양이 넘침.
4. 분식집
분식집의 쌍두마차 맛나분식과 튀김아저씨. 그리고 은마왕만두와 산월수제비가 있겠다.
맛나분식에선 개인적으로 떡볶이와 쫄볶이 그리고 김밥을 추천한다. 김밥은 정말 최고다. 집에서 말은 김밥맛이다. 넉넉하게 발라주는 참기름이 입맛을 더욱 돋운다.
튀김아저씨는 바로바로 튀겨 주기때문에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오징어 튀김이 예술이다. 이 곳의 우동도 추천한다.
은마 왕만두는 찐빵과 함께 옛맛을 생각나게 해준다.
멸치 국물이 찐한 산월 수제비 역시 한 번 발을 들이면, 중독되는 집. 칼국수와 수제비, 그리고 칼제비(섞어서) 3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양 많이와 일반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가격은 동일하다.
5.서울 은마 꽈배기
종합 상가내 1층에 체인으로 경성꽈배기가 있기는 하지만, 지하에 있는 이 곳 ‘서울 은마 꽈배기’가 훨씬 맛있다.
산월 수제비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어, 수제비 흡입 후, 후식으로 거치는 곳.
자주 자주 튀겨내는 곳이라 운이 좋으면, 바로 튀긴 찹쌀 도넛과 꽈배기, 그리고 핫도그를 맛볼 수 있다.
6. 사랑의 집
이 곳은 오래된 족발 맛집으로 유명한데, 나는 주로 여기서 머릿 고기를 사다 먹는다.
점심에 가면, 테이블 한 켠에 많은 사람들이 순댓국을 먹는다. 머릿 고기는 담백하며, 냄새가 전혀 없고 꼬들거리는 맛이 좋다. 낙원떡집 옆 ‘한아름 찬’에서 홍어회 무침과 함께 사와서 먹으면 합이 맞는다.
참고로 은마 종합 상가 내에 많은 반찬 가게들 중, ‘한아름 찬’이라는 곳이 나름 알아 준다.
7. 오미닭강정
대치 키즈인 사람들은 치킨을 먹고 자란 것이 아닌, 이 집 닭강정을 먹고 자랐다는 썰이 있을 정도로 맛과 역사가 깊은 곳.
처음에 나도 멋모르고 먹었다가 다른 여타 체인 닭강정집들 모두 정리하고 이 곳에서만 사 먹는다.
국내산 생닭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하며, 주문시 바로바로 튀겨 수제 특제소스에 묻혀 주는데, 아주 훌륭한 맛집이다.
닭강정은 식혀서 먹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갓튀겨낸 후라이드 닭강정의 뜨끈뜨끈한 맛에 중독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 곳에서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닭강정을 시키면 두 가지 맛을 다 맛 볼 수 있다.
8.한소반 탕마을
탕을 끓여 파는 곳이다. 설렁탕, 육개장, 선지해장국, 감자탕, 추어탕을 판매한다.
대개가 3~4인용의 양으로 가격 대비 가성비가 매우 훌륭한 곳이다. 한 팩 사서 가져 가면, 4인 식구가 먹고도 남을 양.
이 곳에서 모든 탕을 먹어 보긴 했는데, 굳이 순위를 매겨 본다면 감자탕,육개장, 추어탕, 선지해장국, 설렁탕 순이다.(개인 입맛임)
감자탕이 가장 유명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자탕 나올 시간에 줄을 서고, 냄비 한 솥이 끝나게 되면,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탕을 주로 사간다. 늘상 줄서는 가성비 맛집이다.
이 밖에도 남대문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품목들 구매가 가능하다.
나름 가격대도 합리적인 곳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랜동안 찾는 곳이기도 한 듯.
왜 지금껏 ‘은마지하상가’타령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해가 간다. 이 쪽에 들르게 된다면, 나의 기록들이 브런치 이웃님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