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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31. 2020

신들의 정원,여름 태백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14화 태백산 ㅡ2

겨울산으로 유명한 태백산의 여름은 어떨까?

온통 하얗던 겨울 풍경의 정 반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워낙 겨울산으로 유명세를 떨친 산이라서 겨울에만 여러번 올랐던 태백산의 여름을 보러 간다.

아니 여름이라기 보다는 봄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랫쪽은 여름에 들어선 유월 초순이지만 산정으로치면 이제 봄일테니까.



환상적이리만큼 온통 하얗던 길이다.

언제 그런때가 있었냐는듯 싱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미끄러운 눈길과 추위를 견디며 오르는 겨울 산행과는 달리 초여름 싱그러운 산길은 걷는 재미가 솔솔했다.







임도 구간이라서 경사도가 낮은 2.3km의 유일사 구간을 50여분만에 통과한다.

겨울엔 최소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임도길이 끝나고 유일사 삼거리를 지나자 겨울엔 눈에 덥혀서 흔적도 없던 목계단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사도가 높아지는 구간이다.



그리고 제대로 땀도 흘리지 않았는데 주목 군락지가 나왔다.

겨울 산행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힘든지 새삼 깨닫는다.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 ㅡ

천년 가까이 살았을 듯 한 거대한 주목나무 두 그루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참 정겨워 보였다.


온통 순백의 겨울에 걷는 주목 군락지 길과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에 걷는 주목 군락지 길의 느낌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의 느낌이었다.

주구장창 겨울에만 걷던 길이기 때문에 순백의 느낌이 각인되어 있어서 전혀 새로운 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이윽고 이제 고사목 춤추는 풍경 앞에 섰다.



고사목이 푸른 하늘에 대고 연신 팔을 흔들어대며 춤을 춘다.

손자에 손자, 그 손자에 손자뻘도 안돼는 산객들에게 날 좀 봐 달라는듯...

그러나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은 산객들은 빛바랜 회색 고사목엔 제대로 눈 길 한번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가고 있었다.

오히려 따지고 보면 정말 보잘것 없고 하찮은 이제 애숭이인 철쭉꽃에 눈맞추며....



고도가 높아지면서 춤추는 고사목 아래에는 병꽃과 연분홍 철쭉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쭉 필 시기를 계산하고 오르긴 했지만 높은 산의 계절 시계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확신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맞춰서 오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백산의 국민 포인트.

일명 '신들의 정원'포인트에 도착했다.

여름 풍경도 가히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다.

푸르른 신들의 정원 앞에서 잠시 머릿속에 익숙한 순백의 눈꽃을 입혀 본다.


이렇게 멋진 포인트에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이 배경이 되어 주다니...

이건 순전히 행운이다.

풍경사진은 하늘이 반은 만들어준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그림같은 풍경의 '신들의 정원'을 뒤로하고 다시 정상을 향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산책하듯 걸으면 되는 능선길 700여m다.



살방살방 걸어서 20여분만에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태백산에 있는 세개의 제단중 하나인 장군단이 있으며 높이는 1,567m로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높은 봉우리이지만 산세는 동네 뒷산처럼 완만하다.


장군봉을 지나 이제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향해서 가는 길, 여기서 부터는 태백산의 철쭉군락지다.

시기는 잘 맞춘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원찮다.

여기도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진달래와 철쭉은 모두 꽝이다.

그래도 오늘은 푸른 하늘과 두둥실 흰구름의 풍경으로 위안을 삼을수 있어서 좋은 날이다.


장군봉과 영봉 사이에 있는 예술 고사목이다.

푸르름을 배경삼은 예술 고사목은 상고대가 핀 겨울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죽은 고사목인지 아직 살아있는 주목인지 아리송한 예술나무, 아마도 아랫부분은 살아있는듯 싶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숭고한 아름다움을 선사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이제 예술나무를 지나 그림같은 꽃길을 걸어 천왕단을 향해서 간다.



그 길은 여름 태백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이다.

하늘과 맞닿은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다.

오늘 한가지 아쉬운건 연분홍 철쭉이 풍성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불만이 없는 풍경앞에서 산객들은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천왕단에 도착했다.

유일사에서 4.4km.

사진찍는 시간 포함해서 3시간이 걸렸다.

그냥 오른다면 두시간 남짓이면 오를수 있는 난이도다.

천왕단이 있는 영봉은 장군봉보다 7m쯤 낮지만 태백산 산행의 종착지 역활을 한다.

천왕단 ㅡ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이다.

만들어진 시기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서적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고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섬겨졌음을 알 수 있다,

태백산 정상부에 위치한 천제단은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 남쪽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하단(下壇)의 3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을 쌓아 신역을 이루고 있다.(다음백과에서 가져옴)



영봉이 실질적인 정상 역활을 하게된건 아직도 실제로 제사를 모시는 천왕단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봉우리에서 느끼는 산세가 훨씬 신령스럽기도하고 조망이 아름답기때문이다.



동화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는다.

말 그대로 천상의 만찬이다.



하산은 태백산 산행의 정통코스인 당골로 한다.

당골코스는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볼거리가 별로 없다.



만경사

6시간의 산행이 끝났다.

수도없이 다닌 태백산이지만 여름 산행으로는 첫 산행이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그려진 태백산은 항상 순백의 풍경이었는데 오늘 산행 덕분에 그 순백의 풍경에 푸른 색감이 덧칠해졌다.


산행코스:유일사 매표소 ㅡ주목군락지 ㅡ장군봉 ㅡ천제단 ㅡ망경사 ㅡ반재 ㅡ당골 (쉬엄쉬엄 6시간)



ㅡ2017.06.04.태백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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