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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Feb 18. 2021

직지를 품은 황악산의 겨울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17화 황악산

겨울산은 역시 기차로 갈 수 있는 산이 최고다.

열차시간까지 감안해서 기차로 갈 수 있는 산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쉬운대로 하루에 다녀 올 만한곳이 몇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인 김천의 황악산은 열차도 김천역까지 수시로 있고,김천역에서 직지사까지 버스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래서 갈때는 김천역에서 시내버스를,올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시간은 20여분 걸린다.



허허벌판에 들어선 ktx김천역 앞에는 다른곳에서 옮겨왔다는 아름다운 소나무 한그루가 외롭게 서있었다.

120여년의 역사를 새기고 서있는 낙낙장송이 외로워 보이는건 왜일까?

주변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은 아스팔트 한 가운데 홀로 서 있어서이다.



버스가 직지사에 가까워지자 우뚝솟은 흰눈에 쌓인 황악산이 웅장하게 그 위용을 드러냈다.

황악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황악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면적에 잘 꾸며진 눈덮인 직지문화공원을 가로질러 직지사 경내를 지나야 한다.



일주문

직지사는 여느 궁궐 못지않게 문이 많았다.

거기에다 매표소까지 거창한 문으로 꾸며놓아 문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러나 일주문은 절의 규모에 비해 의외로 작고 수수했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訥祗王) 2년(418) 아도 화상(阿道和尙)에 의하여 도리사(桃李寺)와 함께 개창(開創)되었다고 한다.



직지(直指)라는 이름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禪宗)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는것이 정설이며,일설에 창건주(創建主) 아도 화상이 일선군(一善郡, 善山) 냉산(冷山)에 도리사를 건립하고

멀리 김천의 황악산을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에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吉祥之地)가 있다고 하였다고 해서 직지사(直指寺)라 했다는 전설(傳說)과 고려의 능여 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지(測地)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 설이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와 관련이 있으려니 생각해왔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대웅전과 삼층석탑

직지사는 큰 규모만큼이나 구중궁궐처럼 문이 많은 절이었다.

일주문,대양문,금강문,사천왕문,거기에 매표소문까지 5개의 문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대웅전이다.

거대한 절의 규모와는 달리 보물 제1576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않고 단아했다.

양쪽으로 또다른 보물인 3층석탑이 호위하듯 서있고 또 양쪽으로 새로 지은 전각이 자리잡고 있다.



탑너머로 가야할 황악산 줄기가 보인다.




눈쌓인 호젓한 아침 절마당을 한바퀴 돌고 이제 등산로를 찾아 나선다.




절의 규모가 워낙 커서 절마당 돌아 나가는것도 만만치 않을 정도였다.

마치 조그만 마을 하나를 돌아 나가는듯 했다.


 

미로같은 절마당을 돌아나와 돌담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비로소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절마당도 등산로도 한적하다.



직지사에서 운수암쪽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서 겨울 산행으로는 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능선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조망도 없고 별 볼거리도 없어 좀 답답한 산행이 계속된다.



눈덮인 김천벌

눈과 비닐하우스가 어우러져 온통 하얗다.


직지사에서 2.9km지점 백운봉에 올라섰다.

거리는 제법 길지만 볼거리가 없어서 그렇지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왔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라서 장대한 조망과 함께 할 수 있다.



추워도 식후경...

추위탓인지 산행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한적하지도 않아 가끔씩 만나는 산객이 반갑다.

등산로 바로 옆 한무리의 산객들이 추위속에서 점심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

바람결 ㅡ

이제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황악산정상부는 바람이 많은 산이다.

그래서 바람재가 있을 정도다.

그 바람은 눈위에 이런 바람결 문양을 만들어 놨다.



황악산 정상(1,111m)

직지사에서 3시간20분여만에 정상에 섰다.

대부분의 육산이 그렇듯 황악산도  정상 자체는 별 볼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조망은 일품이다.

광활한 김천들과 멀리 금오산인듯한 산무리와 가야산등의 조망이 세찬 칼바람 속에서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정상에서 점심 대용으로 빵과 커피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바로 형제봉으로 향한다.

형제봉까지는 능선길로 1km 거리다.



30여분만에 형제봉을 찍고 이제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오직 그림자와 함께 호젓한 산행을 한다.

간간이 만나는 산객이 있었지만 거의 혼자 걷는 눈길, 해를 등지고 걷는 길이라서 함께한 그림자가 있어 외롭지(?)않은 산행을 했다.

이런 눈밭이라면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한없이 걸어도 지치지 않을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길도 잠시.



형제봉,신선봉쪽으로 해서 직지사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너무 심해서 겨울산행으론 부적절했다.

거기에 거리도 5.8km로 체력소모가 많은 겨울엔 무리인데다가 나는 열차 시간까지 촉박해서 좀 무리를 해야 했다.

5시43분 열차인데 3km남겨둔 지점에서 4시, 한시간만에 직지사까지 가야하는 상황.

완만한 내리막길이라면 가능할것 같은 거리지만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능선길이라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돌아 본 황악산 정상이다.



어느새 해는 황악산 너머에 있고 구름은 황혼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산 완료시간이 5시20분,

다행히 택시를 불러 탈 수 있어서 기사님께 물으니 찻시간에 가능하겠단다.

마음씨 좋은 기사님께서 신호위반도 좀 하고 지름길로 태워다 주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예약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편안한 귀가 할 수 있도록 해준 기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산행코스:직지사 ㅡ운수암 ㅡ백운봉 ㅡ황악산 ㅡ형제봉 ㅡ신선봉 ㅡ망월봉 ㅡ직지사(왕복 9km,보통걸음 6시간)


ㅡ100대명산 17번째 김천 황악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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