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1화 관악산ㅡ2
모처럼 오랜만에 관악산을 오른다.
집에서 한나절에 다녀올 수 있는곳 .
별다른 계획없이 흘쩍 다녀올 수 있는곳.
수리산,광교산,청계산,북한산,도봉산,관악산....
그중에 관악산을 찍었다.
요즘처럼 눈도 없고 꽃도 없고 푸르름도 없는 어정쩡한 시기에는 그래도 바위산이 가장 무난하리라는 생각때문이다.
완전한 종주는 아니지만 육봉에서 정상까지 종주를 염두에 두고 안양 관양동으로 차를 몰았다.
관양동 현대아파트에서 육봉으로 오르는 길은 황토색 마사토 길이어서 초반에는 걷기에 참 좋다.
중간지점까지는 약수터가 3군데 ,자연학습장,산림욕장,명상의 숲,전망대등 쉴곳 즐길곳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명상의 숲 끝나는 지점부터 암릉이 시작되는 구간까지이다.
그 구간은 황토길에 키작은 소나무 숲길이어서 솔향기가 참 좋은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산행도 책 읽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읽기가 속독이 있고 정독이 있듯이 산행도 그냥 정상 정복만을 위해서 오르는 산행이 있는가 하면
충분히 느끼고 즐기면서 하는 정독산행이 있다.
나는 그런 산행을 좋아한다.
좋아하기도 하지만 체질에 맞고 내 정서에 맞다.
그렇게 산길을 책 읽듯이 읽어가다보면 걷기좋은 흙길이 끝나고 암봉길이 시작된다.
암봉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는 적당한 스릴을 느낄정도의 아기자기한 바윗길이다.
자칫 지루해질 무렵에 나타나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산행 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암릉길이다.
그래서 나는 과천에서 연주암으로 오르는 길보다 훨씬 이 코스를 좋아한다.
물론 정상까지 가려면 종주를 해야해서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부담없이 육봉 정상만 다녀올 수도 있고 시간이 되면 과천이나 서울대로 내려와도 좋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며 쉬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육봉정상 아래에 도착했다.
육봉 정상 바로 아래 암벽은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조금 우회하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그렇게 책을 읽듯 산을 읽으면서 1시간 30여분만에 첫번째 목표인 관악산 육봉에 올라섰다.
육봉능선은 비록 짧은 능선이지만 관악산에서 내노라하는 난코스다.
어찌보면 봉우리가 아니라 좀 까칠한 바위가 줄지어 서있는 능선이다.
몇년전에 진눈개비가 내리는 날 그 코스를 탔다가 워낙 아찔했던 경험때문에 지금은 관양동에서
직접 육봉정상으로 오르곤 한다.
육봉에서 이제 관악산의 정상을 향해서 간다.
관악산의 주능선에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펼쳐졌다.
주능선에서는 까칠한 바위봉우리인 육봉능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비록 짧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아찔한 암벽타기를 해야하는 코스로 초보자에게는 위험한 코스이기도하다.
물론 능선으로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안전한 길이 있기는 하다.
육봉과 더불어 또다른 난코스로 유명한 팔봉 삼거리를 지나고나면 멀리 주능선의 최고 명품바위인 불꽃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불꽃바위까지는 적당한 오르내림만 있는 암릉길이다.
그래서 마치 설악산의 공룡능선 느낌이 나는 구간이다.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험하거나 장쾌하지는 않지만 느낌은 그렇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아담한 사이즈의 기암괴석 사이를 산책하듯 걷다보면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바위하나가 나타난다.
일명 불꽃바위다.
마치 횃불이 타오르는듯한 모습의 바위다.
올망졸망한 바위만 보다가 불쑥 나타난 불꽃바위는 순간 나를 움찔하게했다.
불꽃바위의 상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두바위''합장바위''아기바위'라고 이름붙여진 모양의 바위들이 있다.
카메라에도 담고,눈에도 담고,생각으로도 담으면서 한참을 노닐다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은 다시 설악산 공룡능선 느낌의 오르락 내리락 바위길이 이어지다가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학바위능선 갈림길과 만난다.
학바위 능선쪽 조금 으슥한 곳에 있는 바위 문인데 정상적인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아서 대부분 지나치기 쉬운 명품바위다.
그 바위문을 지나 이제 방송 송신탑을 끼고 말바위 능선으로 향한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말바위 능선이다.
말바위 능선은 제법 험하기는 하지만 무리하지만 않으면 안전하고 스릴넘치는 관악산의 대표 바위능선이다.
뿐만아니라 연주암과 연주대는 물론 동남쪽으로는 청계산과 광교산,서쪽으로는 삼성산과 호암산,그리고 멀리 인천 앞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다.
다시 말바위 능선에서 기상관측소를 우회해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관악산의 최고 명소인 연주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연주대
관악산의 불가사의 한 명물이다.
의상대사가 문무왕 17년(677)에 암자를 세워 의상대라 부르던 연주대에는 절경만큼이나 애절한 사연들이 있다.
그중에는 태종이 셋째인 충녕대군을 태자로 책봉하려하자 첫째 양녕과 둘째 효령대군이 이곳에서 수도하면서
궁궐쪽을 바라보며 왕좌를 그리워 했다고 하는 이야기와, 또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말 조선을 반대하는 고려의 충신들이 이곳에 모여 멀리 개경쪽을 바라보며 고려를 그리워 했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 연주대(戀主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산행시작 4시간만이다.
물론 사진찍는 시간 포함해서니까 3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을것 같다.
관악산 정상은 사실 너무 너저분하다.
온갖 인공 건조물이 많기때문이다.
뭐 서울의 안전과 편의성을 위해서 어쩔수 없는 시설들이라서 어쩔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관악산의 최고 명소 연주대가 있고
사방팔방을 다 조망할 수 있어서 그 장쾌한 기분은 그 어떤 명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산은 과천향교쪽로 택했다.
정상에서 과천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3.2km로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좀 지루함이 있는 등산로이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서울대코스와 함께 관악산 정상으로 오르내리는 주 등산로 중에 한 곳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거의 줄지어 올라야 하는 불편도 각오해야 한다.
1시간 30여분만에 하산이 끝났다.
산행 시작으로 하면 휴식과 사진 촬영포함해서 꼬박 6시간이 걸렸다.
육봉에서 말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 관악산 주능선 종주코스는 말 그대로 기암괴석의 바위 전시장이다.
걷는 내내 조망도 좋아서 피로를 느낄 겨를이 없다.
등산로도 바위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흙을 거의 밟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바위산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산행이 가능한것은 조망이 두루두루 좋고 보는 방향에 따라 바위의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걸으면서 그 다양한 풍경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산이 관악산이다.
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좀 삭막할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산행코스:관양동 ㅡ6봉정상 ㅡ팔봉입구 ㅡ불꽃바위 ㅡ송신소 ㅡ말바위능선 ㅡ정상 ㅡ연주암 ㅡ과천향교
산행시간: 천천히 6시간
산행 일:2014.04.02.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