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3화 두타산 2
두타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 다시 새벽길을 나섰다.
지난주에 이어서 새벽길을 달리는 영동고속도로.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를 막 지난 여름날의 새벽.
5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밝아오고 있었다.
천은사.
아침 이른 시간에 산행 기점인 천은사에 도착했다.
천은사는 신라 경덕왕17년(758)에 두타삼선(인도에서 온 3명의 승려)이 창건한 유서깊은 절이다.
이후 범일국사.서산대사가 중건하여 흑악사라 칭했다.
그러다가 이성계의 4대조 목조릉을 만들면서 임금의 은혜를 입었다 하여 지금의 이름인 천은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두타산 깊숙한곳에 자리잡은 천은사.
천년고찰이지만 현존하는 유물이나 건물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것 같았다.
규모 또한 크지 않았지만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고즈넉해서 천년고찰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천은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아침 8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여름날의 이른 아침 산길.
소나기가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듯.
땅도 공기도 분위기도 촉촉하고 서늘했다.
산행시작 30여분만에 첫 산행객을 만났다.
천은사 코스는 비교적 힘든 코스라서 많이 찾지는 않는듯 했다.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예술적인 금강송 군락을 만나 소나무 담기 삼매경에 빠졌다.
여기서 가까운 울진 응봉산의 금강송을 빼어닮은 소나무들.
밤새 내린 비에 젖어 붉은 색감이 더욱 선명하고 매끈 했다.
마치 풋풋한 여인의 매끈한 몸매 처럼.
첫 조망.
출발한지 1시간여만에 확트인 조망을 만난다.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 출발점인 천은사가 있다.
천은사가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는 조망이다.
제법 고도가 높아졌는데도 멋진 숲길은 계속되고.
덕분에 마음 편한 사색을 즐기며 호젓한 산행을 한다.
신선이라도 되는듯 호젓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객들.
나만 호젓함을 느끼는게 아닌듯 하다.
2시간여만에 도착한 쉰우물 정상이다.
쉰우물은 50여개의 물웅덩이가 있는바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특한 바위에 패인 50여개의 웅덩이.
그 자체로도 신비감이 있었지만 오늘은 운무에 휩싸여 더욱 신비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운무에 휩싸인 정상.
운무때문에 정상쪽의 웅장한 산세를 조망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무릉계곡쪽과 천은사쪽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조망 할 수 있는 천혜의 조망지였다.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을 얻을만 한 풍경이다.
쉰우물 정상에서 사진 놀이와 충분한 휴식을 한 후 정상을 향해서 다시 길을 간다.
10시 30분.
쉰우물에서 정상가는 처음 1.5km정도는 능선길이다.
비교적 완반하고 소나무 숲길이어서 오솔길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쉬엄쉬엄 오를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그 이후 3km정도가 문제다.
간간히 나오는 조망점이 있었지만 운무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깜깜이 등산로.
등산로 주변 경관도 별로 볼거리가 없다.
거기에다 극심한 오르막 길로서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인내의 길이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극심한 오르막이 끝나고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다시 살방살방 걷기 좋은 오솔길이 나왔다.
그렇게 조금은 지루한 오름끝에 도착한 정상.
요근래에 올랐던 점봉산과 가리왕산과 비슷한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다.
그러나 운무에 휩싸여 있어서 아쉽게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두타산의 '두타'는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타산의 지형이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두타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드론이나 비행기가 없던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어떻게 전체적인 산세를 알았을까.
괜한 궁금증이 발동했다.
운무속 정상에서 그래도 운치있는 점심을 먹고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두타산성을 지나 무릉계곡으로 한다.
하산길에서도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만난다.
또 카메라를 들이대 보지만 마음에 썩 와닿는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금강송이 카메라에만 들어가면 볼품없는 소나무가 되어 나온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산길은 역시 소나무 숲길이 최고다.
여느 산이나 우리나라 산에서는 한두 구간쯤은 소나무 숲길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나는 금강송 숲길을 좋아한다.
매끈하게 쭉쭉 뻗은 붉은 나무에 구불구불 아름다운 가지.
그중 으뜸은 거의 산 전체가 금강송으로 이루어진 울진의 응봉산이다.
그외에도 문경의 주흘산,단양의 대야산과 황장산 제주도 한라산의 관음암 코스와 서산의 팔봉산
청평사에서 오르는 오봉산과 청송의 주왕산등등....
두타산 정상에서 두타산성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라서 아주 힘들었다,
더군다나 어젯밤 내린 비 때문에 약간 미끄럽기까지 해서 지루하고 힘든 하산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간간이 나오는 금강송 숲길이 있어서이다.
다리가 후들거릴만큼 지칠무렵.
오늘 산행에서 가장 멋있는 12폭포와 두타산성이 나왔다.
12폭포.
두타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두타산성일대에서 12개의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두타산성.
102년 신라 파사왕때 처음 축조되었다.
이후 1414면 조선 태종때 김맹손이 다시 축성한 천연적 험준한 지형을 이용한 산성이다.
임진왜란때는 3일만에 대승을 거둔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성의 본 모습은 보잘것 없다.
그렇지만 주변 경관이 아주 뛰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제 두타산성을 뒤로하고 다시 하산길에 든다.
두타산성에서 내려서는 길은 산성구간답게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비가 온 뒤라서 미끄럽기까지 했다.
무릉계곡.
오후 4시 30분 하산완료.
듣던대로 아주 힘든 코스였으나 운무로 인해서 날씨가 서늘한 덕분에 비교적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쾌적한 산행을 했다.
한가지 아쉬운건 정상에서 운무때문에 전혀 조망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 청옥산과 연계해서 산행을 하는데 그러지 못횄다는것.
아무튼 조금 아쉬운 산행이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청옥산과 연계해서 한번 더 다녀오고 싶은 산이다.
*산행코스:천은사 ㅡ쉰움산 ㅡ산성 삼거리 ㅡ두타산정상 ㅡ산성삼거리 ㅡ궁궐터 ㅡ12폭포 ㅡ두타산성
ㅡ무릉계곡 ㅡ천은사(택시:요금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