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3화 두타산 1
무릉계곡으로 유명한 두타산은 의외로 난이도가 높은 산중에 하나다.
더군다나 그 무릉계곡을 산행코스에 넣어서 당일 산행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두차례에 걸쳐서 정상코스와 무릉계곡코스를 따로 탐방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등 도로가 잘 뚫려서 접근성이 아주 좋아졌다는 것이다.
무릉계곡 초입에 있는 '무릉반석 암각서'다.
그런데 이건 모조품이라고 한다.
원품의 보존을 위해서 모형을 제작했단다.
무릉계곡은 계곡이 깊고 아름다워서 중국의 무릉도원을 비유해서 무릉계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무릉계곡 초입에 들어서자 글씨가 빼곡히 쓰여있는 거대한 암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위에 새겨진 이런 명필을 볼때마다 느끼는 건 자연 훼손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선조들의 예술혼의 위대함이다.
쓰기도 쉽지않은 명필을 어떻게 바위에 새겼을까?
일제강점기에 삼척지방의 유생들이 모여서 울분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건립된 정자다.
원래는 삼척시내에 있었으나 1958년에 이곳으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삼화사 일주문.
아침부터 찌는 더위도 계곡과 나란히 하는 산책로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온으로 바뀌었다.
일단 삼화사 구경은 내려오면서 하기로하고 지나친다.
삼화사를 지나면서 길은 제법 가파라진다.
그렇다고 등산 수준은 아니다.
여기서부터 용추폭포에 이르는 구간을 해오름 길이라고 한다.
산길이지만 산책 수준의 난이도다.
비 온 뒤의 소나무 숲길을 걷는 기분이 더 없이 상쾌하다.
삼화사를 지나면서 부터 본격적인 산행길이지만 산림욕 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금강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길을 10여분 오르면 학소대가 나온다.
저 바위 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이 귀하긴 귀했나 보다.
관음폭포.
살방살방 걸으면서 만나는 절경들이다.
학소대는 등산로 옆에 있어서 바로 들여다 보고 지날 수 있지만 관음폭포는 이름처럼 깊숙히 숨어있다.
산책로에서 50여m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꼭 들여다보고 가야할 곳 중에 한 곳이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수십미터 위쪽에서 굽이치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특히 비가 온 뒤에는 수량이 많아서 더 장관이다.
다시 6월의 푸르름을 벗 삼아 신선이라도 되는양 천천히 용추폭포를 향해서 오른다.
장군바위다.
마치 용맹한 장군의 얼굴을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래서 퍼즐을 맞추듯 얼굴 형상을 맞춰보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신선놀음 하듯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어느새 쌍폭의 우렁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쌍폭
숨이 찰만하면 나오는 폭포들.
쌍폭은 그 폭포들 중에서도 으뜸인 폭포다.
y자형으로 떨어지는 두개의 폭포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폭포다.
바로 위에 있는 용추폭포와 함께 무릉계곡의 상징과도 같다.
그 쌍폭의 한쪽이 아름다운 여성스런 모습이라면 다른 한쪽은 웅장한 남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용추폭포.
3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용추폭포는 웅장한 맛은 덜하지만 사실 쌍폭보다 훨씬 아름다운 폭포다.
용추(龍湫)란 한자어의 뜻과 상관없이 용의 늪이란 뜻으로 쓰이지만 용의 고환을 우리의 옛 선조들이 고상하게 표현한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항아리처럼 움푹 파인부분을 용의 고환으로 상상해서 말이다.
실제로 전국에 용추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나 계곡이 많지만 한자 표기는 楸(개오동나무 추)와 湫(다할 추)를 혼동하여 쓰고 있다.
주로 용추폭포나 용추계곡이라 이름붙여진 곳들은 수천년동안 물이 흐르면서 바위를 깍아서 沼(소)를 이룬곳을 말한다.
그 소가 마치 하트나 복숭아 모양인데 옛 선조들은 용의 고환(불알)으로 봤던것 같다.
그래서 추(楸)라는 다소 모호한 한자어로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용의 고환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순전히 내 생각이다.
발바닥 바위.
발가락 바위라는 말이 더 어울릴듯한 기묘한 바위다.
맨 위쪽에 발가락을 닮은 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물음표를 남기고 이제 계곡을 벗아나 산을 오른다.
하늘문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임진왜란때 전사자들의 피가 많이 흘렀다고 해서 피마름골이라고 불리는 좀 으스스한 계곡에서 직각에 가까운 계단 300여개를 오르면 하늘문이 나온다.
마치 하늘로 오르는 문과 같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으스스한 피마름골을 지나 이 문을 나서면 별천지 같은 느낌의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문을 통과하면 보이는 병풍바위다.
이제 무릉계곡길에서 능선길로 올라섰다.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독특한 산세를 감상하며 내려가는 코스다.
간간히 나오는 아름다운 소나무들.
멋진 붉은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덕분에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고고한 자태를 즐기는 묘미도 솔솔했다.
신선바위다.
옛날에 신선이 아름다운 무릉계곡의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서 앉았던 자리란다.
그래서 천기가 흐르는 신성한 곳으로 자식을 낳게 해주는 소원 명당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요상하게도 생겼다.
신선바위를 지나면 나오는 관음암이다.
관음암은 하늘문에서 1km지점에 있는 암자다.
암자로서는 규모가 꽤 크고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런데도 도로가 개설되어 있지않아서 모든 물자를 등산로로 운반해야 되는 암자다.
그런면에서 더욱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산중에서 만나는 정갈한 장독대.
자연석을 그대로를 잘 살린 하나의 예술품 같다.
호젓한 암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삼화사를 향해서 하산길에 든다.
관음암에서 삼화사까지는 1.4km다.
짧지않은 거리지만 하산하는 내내 볼거리가 많은 길이다.
그래서 지치고 지루할 틈이 없다.
기괴한 모양의 바위들.
위에서 본 무릉계곡이다.
두타산 정상부의 모습이다.
구름이 걷히면서 정상부가 제법 또렷해졌다.
삼화사.
5시간만의 원점 회귀다.
빠른 걸음으로 2시간 반이면 가능한 거리를 5시간만에 걸었다.
어차피 정상을 찍을만한 여건이 안되어서 천천히 음미하며 걸은 결과다.
다음에 다시 찾으면 바로 정상으로 직행 할 예정이다.
삼화사는 보물이 2점이나 있으며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더군다나 이날은 공사를 하고 있어서 더욱 어수선했다.
다시 무릉반석이다.
무릉반석은 5,000평방미터나 되는 반석이다.
반석에는 옛 명필가들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무릉반석을 끝으로 관광인듯 산책인듯 한 산행을 마무리 했다.
*산행코스:주차장 ㅡ금란정 ㅡ무릉반석 ㅡ삼화사 ㅡ학소대 ㅡ관음폭포 ㅡ쌍폭 ㅡ용추폭포ㅡ하늘문 ㅡ관음암 ㅡ삼화사(아주 천천히 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