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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하)에 오르면 설악산을 눈으로 오를 수 있다.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2화 점봉산2

by 그리고

점봉산,

세번째 시도한 끝에 비로소 정상에 섰다.

휴식년제에 묶여있어서 등산로 찾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그래서 흘림골 코스로 대신할까도 생각했지만 점봉산 정상과는 산세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백두대간 종주하시는 분들이 아름아름 다니는 코스로 정상에 오르기로 마음먹고 다시 준비했다.

그래서 보름전에 시도를 했으나 역시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실패했었다.

절치부심 다시 준비한 끝에 여러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어렵게나마 정상에 선 것이다.



이번에도 오색 민박촌에서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않아 등산로가 희미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데다가 약초꾼들이 다닌듯한 길과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길을 잘 못 들고 만것이다.

결국 산꾼처럼 2시간이나 숲속을 헤메이다가 되돌아와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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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느라고 신경이 곤두섰고 워낙 가파른 산속이라서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거기에다 날씨까지 운무가 끼어서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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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만에 찾아낸 정규 등산로다.

산악회 생각이 간절했다.

단독산행이 아니고 산악회를 따라 나서면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것이다.

아무튼 3시간을 헤맨 끝에 찾아낸 정규 등산로는 의외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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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력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

정규 등산로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정상이 어느쪽인지, 얼만큼의 거리가 남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진행해야 할것인지 그냥 포기하고 하산해야 할것인지 결단을 해야했다.

외로운 결단은 일단은 계속진행하는 것으로 내렸다.



1km쯤 이어지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은 아기자기 걷기에 좋은 환상적인 길이었다.

수백년된 소나무들이 왜 점봉산을 보호해야 하는 산인지를 말해주는듯 했다.



소나무 군락지가 끝나고 다양한 수종의 잡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지점 쯤에서 첫 이정표를 만났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가운 이정표다.



이정표는 내가 올라온 오색리와 단목령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알리고 있었다.

정상까지는 2km.

이제야 겨우 예상이 가능한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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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와 정겹게 살아가는 주목나무.

산속의 나무들은 때로는 생존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적당히 타협하고 공존한다.

극과 극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배척만 하려고하는 우리 인류가 배워야할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꼿꼿한것도 좋지만 적당히 내어주고 타협하는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지도 모른다.



산행시작 6시간만에 첫 조망점이 나왔다.

물론 길 찾느라고 헤메인 시간이 3시간이니까 3시간이 걸린 셈이기는 하다.



이정표가 없어서 깜깜이 산행이지만 이제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다.

9부능선쯤 올라서자 운무가 걷히고 멀리 귀떼귀청봉과 설악산 서북능선이 조망되었다.

구름위로 펼쳐진 설악능선은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정상 (1,424m)

참으로 어렵게 올라선 정상이다.

세번의 시도.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기를 3시간.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그래서 더욱 감격스러운 정상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선 정상인데 정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키작은 철쭉과 초원으로 이루워진 완만하고 둥그스름한 정상은 그래도 작은 바위 하나가 정상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1,400m급의 이렇게 높은 산이 암봉이 아닌 흙산이라는 것도 신비하고 더군다나 확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는것도 신비했다.

사방이 확트인 정상의 북쪽으로는 설악산의 대청봉과 귀떼귀청봉등 주 능선의 장쾌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론 작은 점봉산과 곰배령의 부드러운 능선이 조망되었다.



작은 점봉산과 곰배령 방향이다.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그 부드러운 능선을 운무가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결국은 넘지 못하고 부딪혀 사그러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비한 자연현상이다.



곰배령 북쪽으로는 운무가 가득차서 넘실거리면서도 곰배령을 결국 넘지 못하는 현상....

그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이제 다시 북쪽 설악산 방향이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운무가 마치 호수같다.



오른쪽 뒷 산능선이 설악산이다.

오른쪽부터 설악산 대청,중청,소청,귀떼귀청 이다.

설악산을 눈으로 오른 셈이다.



사방의 장쾌한 조망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운무를 감상하며 한 시간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4시에 하산을 시작 했다.



하산은 원점회귀다.

인적도 뜸하고 등산로도 뚜렷하지 않기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하산을 마쳐야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일단 왔던 길이기때문에 등산로를 찾지 못해서 헤매지는 않았다.



산행시작 10시간만에 하산을 완료했다.

이번 점봉산 정상 산행은 사실 불법이라서 많이 망설였던 산행이었다.

벌금을 각오해야 했던 산행.

입산금지 기간이 2026년까지니까 그때까지면 내 나이가 70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래서 그때는 체력적으로 어려울거라는 촉박함때문에 약간 무모한 산행을 했다.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면죄부가 주어지는듯 한 현실에 나도 살짝 편승해서 다녀온 산행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백두대간이나 100대 명산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예약제라도 실시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본다.




*산행코스:오색리 민박촌 ㅡ가는고래골 왕복(알바)ㅡ단목령 삼거리 ㅡ홍포수막터 ㅡ정상 ㅡ원점회귀(보통걸음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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