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를 꿈꾸다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꿈과 희망

by 흔한여신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을 아프게 하는 건 결국 꿈이다.


나는 매일같이 꿈을 꿨다.


이를 테면 로또 번호 6개를 맞춰 1등이 되는 꿈. 어느 날 갑자기 일확천금을 얻어 하고픈 대로 '먹고, 자고, 노는' 꿈을 꿨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출퇴근이 우울하지 않을텐데. 용돈벌이하러 간다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갈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우연히 투자에 성공해 돈 좀 벌었으면 하는 꿈을 꿨다. 수중에 쥔 돈이 얼마 없으면 없을수록 더 간절히 바랐다. 가진 것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 안락한 여생을 꿈꿀 수 있기를. 그런 환상이 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그렇게라도 해서 내 인생의
제대로 된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늘 남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만 보아왔던 탓에 나는 내 인생에서 단역배우 역할을 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항상 인생은 내가 바라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내 통제 밖의 일들은 넘지 못할 허들이 되어 앞길을 가로막았다. 주어진 운명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야만 겨우 원했던 목표에 조금 근접해지는 정도였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만족'이라는 경지에 이르기엔 내 마음이 너무 허약했고 운명은 너무 가혹했다. 그런 운명을 넘어서기 위해, 내 꿈에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나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출처 Chosunpub


하지만 벼락같은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유복한 집안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런 허황된 꿈들이 이루어질 리 없다. 누구나 자신에게만큼은 기적이 행해지길 바라지만, 희망하는 자들 중에서도 노력하는 자들에게 그리고 노력한 이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기적의 수혜자가 된다. 거기에 내가 포함될 확률은 가히 셈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낮은 확률일 것이다. 행운이란 게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니까.


물론 누군가는 아무런 노력 없이 좋은 결과물을 얻기도 한다. 그럴 땐 '그가 전생에 쌓은 덕이 많았겠지' 혹은 '그의 삶과 나의 삶은 다른 평행선 위에 있는 거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은 보란듯이 불공평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 세상만사를 내 기준으로 저울질한다면 도무지 답이 찾아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거나 '내 몫이 아니었다보다'는 식의 어림짐작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게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우는 게 지금까지의 삶이 내게 준 가르침이었다.




누군가는 자살을 할 때 누군가는 퇴사를 한다.


사기를 당해 빌린 돈마저 날리고 무일푼으로 가족을 더 이상 부양할 수 없어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투자가 크게 성공해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둘다 드문 케이스지만 아예 없지는 않아서 종종 기사로 접한다든가 주변의 가십거리로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실패 혹은 성공이란 삶의 결과물을 마주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데 실패한 사람의 추락엔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지고 성공한 이의 비상엔 부러움의 찬사가 쏟아진다. 패배자의 죽음은 쉽게 잊히고 말지만 승자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두고두고 회자된다. 역사 기록물도 마찬가지다. 승자의 관점에서 씌어진 이야기엔 주인공이 되지 못한 패배자들의 이야기는 삭제되어 있거나 한껏 뒤틀려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추앙받는 영웅으로 남고 누군가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사람이 된다.



최근 내가 원하는 삶이 뭘까 하는 고민에 깊게 빠져 있었다.


답답함이 여러 날 반복되다가 어느 날은 그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문득 '이번 생은 망했다'하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지금 뭘 해도 미래가 더 나아지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나를 거칠게 뒤흔들었다. 또 다시 운명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과연 뭘까 하는 고민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화려해보이는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들을 바라보며 나는 대체 왜 행복하지 않은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지금 내가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남들의 화려한 모습만을 좇은 내 마음 때문일 것 일테지만 울렁이는 마음은 다독여지지 않았다.


이런 불안함 마음을 달래고자 타로점을 봤다. 내 심리상태를 간단히 점치는 것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내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꿈을 꾸기에 아슬아슬 희망은 붙어 있으나 잡히질 않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피부에 닿는 현실은 뭐하나 보이지도 않고 말 그대로 희망고문을 실감하는 상태입니다.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자문하세요. 내가 보고 싶은 건 나무인가 숲인가? 꽃이라는 이름을 원하는지 향기를 뿜고 싶은 것인지? 마음만 가득한 채로 현실은 보지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차분히 살피고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단숨에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었지만 한편으론 마음 깊숙한 곳을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로점을 찬찬히 읽으며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영원한 골짜기나 절벽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겪는 어려움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온갖 생각들이 피어오르는 걸 애써 누르며 앞으로는 괜찮아지 질거라고 되뇌었다.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산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https://steptohealth.co.kr/depression-and-anxiety-is-a-sign-for-strength/


한편 여러모로 우울한 심정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속에다가 담아만 두고 있다가 동기들과 도란도란 수다떠는 메신저창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동기A: 아, 퇴근하고 싶어
동기B: 난 퇴사
나 : (퇴근하고 싶어에 답장하려 했지만 타이밍 늦음) 나도!!
동기A: 퇴근이 퇴사가 되다니 ㅋㅋㅋ
나 : 근데 퇴사도 맞아 ㅋㅋㅋ 부인하지 않겠어. 퇴사욕구가 빗발쳐
동기A: 요즘 난 사람에 대한 정이 떨어져
동기B: 난 항상 그래
나 : 근데 그 대답들이 왜 가장 위로가 되지?
마치 비정상이 정상인 거 같은 기분이야.


그 뒤에 우리는 서로 억만장자가 되는 발칙한 상상들을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떠들었다.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론 그 꿈이 바람에 불과하더라도 결국 비슷하게 우리가 미래엔 더 행복하리란 희망을 품고 있고 현실의 크고 작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그게 큰 위안이 되었다. 물론 행복을 찾아 나서려는 고민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생각이 들지만, 소소한 웃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을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웃음엔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이 되줄 용기가 들어 있었다.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원하지 않든 원하는 것이었든. 고정되어 있는 값은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도 지금의 기분도 지금의 나도 지금의 남도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우울하다가도 기쁜 일이 찾아오고 기쁘다가도 슬픈 일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꼼꼼히 계획해 왔던 일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도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목표에 집중해 오랜 시간 꾸준히 공을 들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도이탈하고 싶은 욕망에 수없이 휘둘리겠지만 버텨야 한다. 승자의 왕관을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요즘 주변 사람들은 모두 투자에 푹 빠져있다. 일 해서 버는 돈은 마뜩잖은데 반해 투자로 쉽게 벌어들이는 돈은 모두에게 유혹적이었다. 그렇게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모두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 전엔 소소한 일상 얘기로 일 하는 삶의 고달픔을 달래곤 했던 사무실 풍경이 변했다. 지금은 다들 온종일 코인 얘기로 바쁘다. 하지만 일찌감치 성공한 투자자가 되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나는 그저 들리는 얘기를 흘려 듣고 있었다. 덕분에 직접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알아서 지식이 척척 쌓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들이 옳고 내가 틀린 것 같다.


내가 인생의 또다른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려는 것과 달리 그들은 매일같이 얼마를 벌었다며 떠들어대기 바쁘다. 그런 그들의 행보를 좇는 대신 다른 길을 택한 내가 현명한 건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대세를 따르지 않는 내가 뒤쳐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만 치밀 뿐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마치 남들이 예스를 외칠 때 혼자 노를 외치는 것처럼, 투자와 거리두기 하는 중인 내 삶에도 ‘언젠가 볕들 날이 오겠지’하는 그런 믿음으로 난 오늘 하루를 또 버텨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속도가 있고 나만의 풍경이 있을 테다 생각하며.


나에겐 그들은 만나지 못할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으며.




물론 한편으론 오래도록 변치 않길 바라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그건 일상 속 작은 웃음일수도, 내 마음일수도, 오랜 내 꿈일 수도 있다. 나는 그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과거의 시간 속에 둘 것과 현재에 즐길 것을 잊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간직할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Some things never change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아
Turn around and the time has flown
돌아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네
Some things stay the same
어떤 것들은 그대로 머물러있어
Though the future remains unknown
미래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May our good luck last
우리에게 행운이 지속되길
May our past be past
우리 과거는 과거로 떨쳐버리길
Time's moving fast, it’s true
시간은 아주 빠르게 지나가지만

- Some things never change
(from "Frozen 2")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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