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년다짐(New year's resolution)
인생에 일이 전부랴, 즐거움이 최우선이다.
가끔 함께 일하는 직원들 간에 서로를 위로하며 꺼내는 말이다. 어짜피 해야하는 일, 하기 싫어도 울상짓지 말고 힘내자는 의미다. 일하기 싫은 건 방학이 없는 모든 직장인들이 다 마찬가지의 심정일 것이지만, 때때로 일하면서 '현실자각타임'이 오곤 한다. 내가 바라고 꿈꿨던 미래는 이런 게 아니었다. 과거의 나는 멋있는 커리어우먼처럼 바쁘게 일하면서도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면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수고로움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보람을 느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내 존재가치는 함부로 매긴 그들의 평가에 의해 좌우되었다. 의사소통의 주도권은 늘 그들에게 존재했다.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일은 내 몫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상처받지 않은 척, 괜찮은 척을 했다. 그런 거친 말들을 견디다 못해 떠나는 사람들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떠날 용기조차 없어 꾸역꾸역 하루를 버텼다.
가족인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회사
처음엔 따뜻해 보이는 분위기에 취해 너무 행복하다고 믿었다. 내가 제일 부족하니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불편하다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 자신의 공로는 자신있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결점은 감추고 남의 결점을 들추는 사람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모른척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 그리고 남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까지. 대체로 무난해 보이는 면들 가운데서 가끔씩 보이는 뾰족한 부분이 눈엣가시처럼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난 부분이 내겐 더 쓰라린 아픔으로 나가왔다. 누군가가 내게 사람을 함부로 단정짓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타인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회사는 내가 가진 고민들을 살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까닭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다. 주어진 일을 불평없이 그럭저럭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조직에 부합하는 인재상이었다. 결국 나라는 존재감은 조직에 불필요하다는 자괴감이 커졌다.
세상은 넓으니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전에는 시간에 쫓겨서 금전적 여유가 부족해서 해 보고 싶었던 일들을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로 나만의 정체성을 새로이 찾아 나서게 됐다.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록 회사의 조직문화가 나와 맞지 않다는 자각도 커졌다. 회사와 집만을 오가던 단조로운 일상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렇게 2019년도부터 일과 휴식 중간에 다른 일과를 만들어 나갔다. 나로서는 큰 용기를 냈던 변화였다.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어쩌면 늦바람이 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가지를 경험해보며 느꼈지만, 나조차도 잘 몰랐는데 내 안엔 너무 다양한 색깔이 있었다. 과거의 내가 어떻게 공부라는 한 우물만 팠던걸까 싶을 정도로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선배는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게 사회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고 했다. 그는 '벽지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잘나 보이겠다는 내 욕심이 문제인걸까하고 한 동안 그 말에 크게 충격을 받아 얼굴에 잔뜩 그늘이 져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남들 몰래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
알록달록한 나의 모습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그 에너지를 쏟으면 된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들 혹은 관심이 생긴 것들을 조금씩 배우고 한번 경험해보며 지난 1년을 살았다.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었거나 관심이 지속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가지런한 환경에 갇혀 있기를 거부했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학부생 시절엔 오히려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해야할 일들에만 관심을 쏟았다면 드디어 내 취향과 관심사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한 해였다. 그리고 단조롭고 평범했던 내 삶이 새롭게 변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목표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우뚝 서는 일이다.
실패가 두려워서 욕 먹을 게 감당이 안되서 나는 새로운 도전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등 돌리고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관심을 갖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해야 하는 일과 공부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싶다. 물론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실패를 겪을 것이고 엄청난 좌절감을 맛 볼 수도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또 눈 앞에 보이는 성취나 이익에 현혹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려고 한다.
비록 지금은 내가 해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목표하는 지점 근처에 머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달콤함이 좀 덜하더라도, 생각보다 쓴 맛이 강할지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회사가 내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장소라면 그 밖의 장소에서라도 내 꿈의 무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완전히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돌아봤을 때 후회없는 발자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이번 해에는 두려움을 넘어서
새로운 인생의 영역을 개척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