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공식의 재해석: 넘어져도 괜찮아 pt.1

2021년 신년다짐(New year's resolution)

by 흔한여신
오랜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테두리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공부 외의 것들은 잘 해내지 못할 거라 단정지은 채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학업과 무관한 일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성공과도 무관할 것이라는 생각의 틀에 갇혀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다른 길에 대해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다. 내가 배운 성공의 공식은 공부라도 잘 하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것이었고 이는 오랜 세월 한국만의 성공신화로 굳건하게 믿음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 내게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 시험해 볼 생각이 미처 들지 않을만큼 도전정신이 거세되어 있었다. 공부 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실패자로 낙인이 찍혔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도 '안 된다'는 말로 내 편향된 생각에 부채질을 했다. 그들 역시 남들의 발자취를 무작정 좇으며 어떻게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보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마치 성공을 위한 지름길은 공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 동안 익숙했던 내 삶의 방식은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송충이가 솔잎만 먹어야 체하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나는 해 보지 않은 일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벗어난 삶을 감히 상상해보지 못했다. 사실 공부에 신경쓰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다른 데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학창시절 내내 부모님과 선생님은 일단 공부를 잘 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학업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강요했다. 앞으로도 써 먹을 만한 지식인지 필요한 공부인지와 상관없이 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레이스에 열중해왔다. 그렇게 아는 세상이 좁았던 탓에 안정적인 삶을 꿈 꾸었고 평생토록 무난하게 흘러갈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세상은 뒤쫓기 힘들만큼 저 만치 앞서 있었다.


경제발전이 갈수록 더딘 사회에서 더 이상 옛날의 성공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재를 요구했다. 내가 대학에 처음 입학하던 때만 해도 '경영학과'는 단연 최고의 인기학과였다. 다른 학과에 비해 취업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문과생들은 '문송합니다'라는 부담 속에 취업절벽에 내몰리게 됐다. 문제는 무리 많은 스펙을 쌓아 내 가치를 증명해내려고 애를 쓴데도 이과생들의 지식을 넘어 서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한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이 가져오는 사회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생존경쟁이 갈소록 치열해지고 사회의 안전망이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지지대가 되어주지 못하면서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도전'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 포기가 더 쉬운 세상에서 꿈을 꾸고 그걸 실현할 용기를 가진다는 건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한 힘든 일이다. 그들에게는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현저히 적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채로 실패의 쓰라린 아픔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처음엔 실패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는 것으로 끝났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불균형한 사회 속에서 희망을 잃고 병든 청춘들의 슬픔이 단순히 개인적 책임으로 끝나지 않게 된 것이다. '아프다니까 청춘이다'란 말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10년 전과 달리 현재에는 나의 아픔을 숨기고 참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된 이유다.


출처: pixabay


결국 작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남들의 뒤를 좇아 살아온 나는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얼떨결에 살아남았다. 운 좋게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어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뭐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닥친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하나의 관문을 겨우 통과했을 뿐 아직 인생에서 주어지는 여러가지 질문은 한참 남아 있었다.


직장이 생기고 난 뒤 경험한 첫 번째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다. 실수를 점차 줄여나가며 크고 작은 성취감 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뿌듯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크고 서열화된 조직은 때때로 너무 경직되어 있었고 함께 지내는 어른들은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못했다. 내 방식을 고집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기엔 내 경력은 보잘것 없었고 조직은 변화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구성원들의 안위에는 더더욱 무심했다. '늘 하던 대로'가 가장 편하고 안전한 선택이었다.


열심히 살고자 하면 더욱 고달파지는 게 직장인의 설움이다.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에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더 무겁게 다가오는 법이다. 또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긴장하기 때문에 더 쉽게 지친다. 하지만 나와 달리 조직 구성원 대부분은 성취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았다. 그들에게 경쟁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이미 평생 직장이 생겼으니 더 묻거나 따질 것도 없이 조직의 체계에 순응하며 아등바등하려는 욕심없이 살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출렁이는 내 마음과 달리 그들은 대체로 평안했다.



출처 https://1boon.kakao.com/whatisthis/5e6047b4a7b54302ff0bfdb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