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좇는 삶

언젠간 빛나고야말 나라는 원석

by 흔한여신
어떤 상황을 예견할 때 대개 나는 최악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이는 피치 못하게 나쁜 순간을 맞이 할 거라 미리 못박아두고 불안함에 떨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긴장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준비가 안 된 채로 맞은 부정적인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두는 것이다. 최악을 대비할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나면 실제로는 그보다 나은 상황이 펼쳐졌다. 내 예상 밖을 벗어난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예상만큼 나쁘지 않은 현실이었다. 따라서 크게 실망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실망에 대처할 마인드컨트롤을 위해서 나는 구태여 안좋은 상상을 펼치곤 했다.


물론 그런 자세가 문제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특히 심리상담을 받을 때마다 들었다.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면의 성찰과 분석에 관심이 있어 종종 기회가 있을 때 상담을 받았다. 심리상담가들은 내가 남들에 비해 불안한 심리가 크기 때문에 더더욱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게 사고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작정 품은 희망 때문에 크게 낙심할 일이 생기는 게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적인 사고방식 또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타인에 대해서 평가를 할 때에도 좋은 점보단 나쁜 점이 더 강하게 다가왔고 내 단점과 결핍에 대해서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사실 부정적인 사고 습관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순진했던 탓에 남의 말을 쉽게 믿었고 그 때문에 쉽게 뒤통수 맞았던 사건들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남 몰래 나를 험담한 것과 아닐 거라고 믿었던 나쁜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이는 결국 내 인간관계에 세워진 또 다른 벽이 되었다.


월드컵공원, photo by. Jundori


나라는 존재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상처받을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는데 내 말과 행동은 종종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단순한 방어막 이상으로 내 사고를 지배하는 부정적인 사고회로가 일말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망쳐놓곤 했다. 어쩌면 더 좋은 결말을 맞을 수도 있었는데 때때로 나는 최선의 결과를 내는 데 실패를 했다. 부정적인 생각에 휘말려 한 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감정의 수렁에 빠져든 적도 있다. 결국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민낯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나와 내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내 행동의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게 두려운걸까,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 걸까 하는 여러 고민을 오랫동안 품어 왔다. 때론 지나치게 기쁘고 때론 지나치게 어두운 감정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는 한 없이 괴로워했다. 오르락 내리락 수시로 변화하는 감정의 세기를 어떤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남들에 비해 소모하는 감정의 에너지가 크다는 걸 알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쉽게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여정을 이어 왔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남들과 비교해 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작은 변곡점들이 존재했다. 만났던 사람들과 마주한 사건들 속에서 나는 때론 오답을 냈고 때론 정답을 맞혔다. 물론 답을 알지 못하고 지나친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오르지 못한 이상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행운에 웃음이 만개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어느 순간 깨달음으로 다가왔고 분노했던 나날들이 나중엔 가장 그리운 순간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사실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여러 교훈들을 바탕으로 내 사고의 방향은 좀더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내면에 부정적인 사고회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제는 최악을 피하기에 급급하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노려봄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은 '희망사항'을 얘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남들은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할 때도 있지만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내일이 더 나을거라는 생각은 오늘의 고난을 잊을 수 있고 좀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강력한 주문이 되니깐.



언젠간 그 무엇보다도 밝게 빛나는 별이 될 거다.
그렇게 나와 주변을 비추는 희망이 될 거다.



출처: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71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