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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Feb 04. 2020

오늘 저녁은  찜닭

매번 비슷한 끼니를 차려서일까 주말에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왜 맛있는 거 안 해주세요?"

남편은 거보라면서 우리 딸 반찬 좀 시켜줘라 한다. 음식 솜씨가 좋진 않아서 그동안 근처 반찬가게에서 사보고 반찬 사이트에서 주문도 해봤다. 잡식성인 내 입맛엔 뭐든 다 맛있었지만 편식쟁이에 식탐도 없는 아이 손이 많이 간 음식은 거의 없었다.

 

요리도 창작이라던데 난 창작엔 영 소질이 없나 보다. 국은 시금치 된장국, 얼갈이 된장국, 미역국, 소고기 뭇국, 북엇국. 반찬은 메추리알 조림, 계란말이, 시금치무침, 두부부침, 호박전 대충 이 정도인데 내가 봐도 아이 입맛을 확 사로잡는 메뉴가 없다.(잘먹는 애들은 저런것도 다 잘먹겠지만) 

국과 반찬 몇 개를 계속 랜덤으로 주니 아이도 어지간히 물렸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내 요리보단 남이 해준 음식이 더 맛있다.(외식이 제일 좋다)

그래도 주말 동안 아이는 아침 점심 저녁 야무지게 먹었다. 입맛이 도는 시기일까. 아이의 식욕은 주기적으로 왕성해질 때가 있다. 지속기간이 짧아 그렇지.


아침에 누룽지와 달걀프라이, 김 점심엔 단골 국숫집의 간장 국수 저녁엔 고등어와 도토리묵무침에 밥 한 그릇 뚝딱 토요일엔 모든 끼니를 많이 잘 먹어줘서 모처럼 식탁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일요일에도 누룽지로 시작해 초콜릿 케이크, 우유, 배, 쌀국수, 주먹밥을 양껏 먹어 주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남편이 잘먹는 날은 흔치 않으니 오늘은 고기 좀 사서 구워주란다. 

고기보다 더 참신한 거 없을까 생각한 끝에 찜닭을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한번 시판 양념장을 사다 해준 적이 있는데 자꾸 맵다며 뱉어낸 적이 있다. 뭐가 맵다 그러니 계속 먹어보라고 강요?를 했는데 지켜보던 남편이 양념장 뒷면을 보고 청양고추 엑기스가 들어갔다고 얘기해줬다. 

그날 이후로 직접 양념까지 만들 자신이 없어 찜닭은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 오늘은 다시 정성껏 찜닭을 만들어 입맛이 돌아온 딸아이 입으로 쏙쏙 넣어주고 싶다.

하원 전 열심히 채소를 다듬고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급히 아이를 데리고 왔다. 

- 엄마 꼬꼬 좀 다듬을게 놀고 있어.

닭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한번 데친 후 양념장과 물을 붓고 15분 후 감자와 양파를 넣고 또 한 번 자작하게 끓여준 후 마지막으로 떡볶이 떡과 미리 삶아둔 당면을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


완성된 찜닭을 모처럼 일찍 온 남편과 아이와 둘러앉아 함께 먹었다. 사실 배달해 먹는 찜닭이 더 자극적이고 맛있지만 정성만은 뒤지지 않을 거다. 씻고 자르고 데치고 삶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생각 외로 많이 먹질 않아 허탈했지만 남편만은 밥 두 그릇을 뚝딱했다.(고마워)


아이의 식욕이 주말만 반짝하고 사그라든 건지 찜닭이 입에 안 맞은 건지 모를 일이지만  닭다리 하나 집어 들고 야무지게 먹던 모습을 기억하며 내일도 고민해봐야겠다. 입맛 돌게 할 정성 가득한 엄마표 요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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