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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Jun 08. 2020

6월 일상들

# 벌써 6월이다. 코로나로 혼란스럽고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엇비슷한 일상이 하염없이 흘렀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유치원 입학일이 왔고 지난주는 12시 이번 주는 1시에 하원하고 있다. 딸은 처음 셔틀버스를 타고 등 하원을 해서 인지 많이 낯설어한다. 차에 올라타 자리에 앉아 창문 밖 나를 보는 눈엔 가기 싫다는 기색이 가득하다. 그래도 울지 않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대견해 짠하고 뭉클하다. 그새 컸다고 3살때는 울고불고 하더니 지금은 울어도 금방 그치고 주섬주섬 갈 준비를 한다. 엄마로서 나도 컸나보다.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땐 현관이 닫히고 우는 소리에 발이 안 떨어져 자리를 뜨질 못했다. 아이를 보내고 집에 와서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한번 겪어봤다고 지금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물론 마음은 아프지만, 게다가 코로나가 종식된 게 아니어서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말이다. 엄마와 세 달 동안 집에 있다가 갑자기 가려니 엄청 가기 싫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하고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게 4월이었나. 게으르게 지냈다. 낮엔 아이와 놀고 밤엔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정주행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보는 기분이 좋아 새벽까지 잠 못 들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덕분에 손목 통증이 생기고 눈이 뻑뻑해졌다. 좋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길었던 시간이 지나고 혼자 있게 되니 밀렸던 숙제를 이제는 해야 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비록 기다리는 이는 없지만 글을 쓰는 끈을 놓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은 지키고 싶어서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다짐했다.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멀리 서라도. 그리고 좀 더 많이 읽고 써보기로.


#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더니 정말 힘들게 겨우 갈 곳을 찾았다. 남편의 부담은 더 늘었고 아이의 유치원과도 좀 더 멀어졌다. 친한 동네언니와도 멀어진다니 조금 섭섭하다.(차로 금방이긴 하지만) 이곳은 남편이나 내게도 정이 많이 든 곳이다. 갓난쟁이 딸을 다섯 살인 지금까지 키운 곳이고 워낙 좁은 집이라 속으론 투덜댔지만 그래도 깔끔했고 우리 가족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게 해 줘서.

슬슬 짐을 정리하고 있다. 안 쓰는 것들은 팔고, 버릴 것들은 버리고. 새로운 곳이라니 설레인다. 익숙함을 벗어나 섭섭하긴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 때마다 설렘을 느끼는 일이 줄어드는데 이사가기 전까지 그 두근거림을 마음껏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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