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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ul 19. 2022

자연의 품에서

장마

날씨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신묘한 약이다. 

기분이 상쾌하기도 하다가 또 마음 한편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고요함 속에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비가 내리면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 던져 여울이 일어나듯 마음속에 물결이 일고 잊고 살던 지난날의  추억과 내 마음을 바라보는 묘한 매력에 빠져 든다. 

고즈넉한 산촌 마을에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떨어져 잎을 적시고 줄기를 타고 내려온 빗줄기는 땅을 적시고 나무를 적신다. 

심어 놓은 봄의 작물들을 생장시키는 고마운 빗줄기이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비는 만물을 살찌운다. 사람에게도 건조하고 메말랐던 감정을 촉촉하게 만들어 생기를 북돋운다. 

너무 많은 비가 와서 농사를 망치지 않는다면 비가 내리는 고즈넉한 산골은 낭만이 가득하고  한 줄 시가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올 법한 풍경을 그려 낸다.


태양처럼 눈부시게 밝은 날 여럿이 함께 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조용한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영혼과 대화를 나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 시간이 장맛비가 내리는 이맘때쯤이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시베리아 유배 시절 때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괴로웠다고 한다. 

때로는 함께 함도, 어울림의 생활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가 되어 미완의 자신을 차분히 바라보며 자신을 완성하는 좋은 계절이 이 장마철이 아닐까 한다. 

차갑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자신을 녹여 새로운 나를 만드는 시간이 된다. 

고요한 침묵이 잊고 살던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이 된다. 

이 짧은 계절 내리는 빗줄기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작은 봄을 만들어 준다. 

어쩌면 장맛비는 대지를 살찌우고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켜 자연과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장마철의 비는 그쳤다가 내렸다를 반복한다. 

대지의 깊숙한 곳까지 하늘의 물줄기가 스며든다. 비라는 강장제가 대지를 살찌운다.

가끔 햇빛이 구름 사이로 얼굴의 내민다. 그 순간 자연은 화가가 된다. 구름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모양은 자연이 그려 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두터운 비구름이 조각조각 나뉘고 떠 다니는 구름이 해를 가릴 때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비가 내리다 그치고 저녁 시간에 해가 서녘 하늘에 잠깐 얼굴을 내미는 순간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은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의  불빛처럼 빛을 내어 사방이 붉게 타오르는 착각속에 빠진다. 

저무는 저녁놀의 구름과 해가 만들어내는 그림은 천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손으로 그린 듯 아름답다.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 자락이 두꺼운 비구름에 싸인 모습은 히말라야 정상이 구름에 싸인 모습에 비교되지 못해도 운해에 둘려 싸여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짧은 장마 기간 자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천연색의 그림을 만끽하자!

산골 생활하기 전, 도시의 장마철은 그저 눅눅하고 온통 회색빛으로 감싸여 있는 도시였다면 산골의 장마철은 야외 미술관에서 멋진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 속에서 계절이 주는 색다른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초여름에 비가 내리는 산골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자연을 느끼고 하나 되는 삶이 된다. 한국화의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처럼 작은 삶이 주는 여유가 마음을 살찌운다. 

잠시 자신을 놓아 볼 수 있는 짧은 초여름의 선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산골 생활에서 얻는 보석과 같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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