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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Sep 30. 2021

자연의 품에서

가을이 익어간다

 작열하던 태양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 더위를 몰아내는 태풍이 한두 개 올라 와 그 뜨겁던 대지의 열기를 씻어낸다. 

아침저녁 선들선들 불어오는 선선한 산바람이 아직은 더 머물고 싶어 하는 더위의 기세를 꺾고 있다.

여름이 막 끝나가고 가을이 옮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송골송골 맺힌 땀을 씻어 내린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산바람과 아침저녁 서늘한 공기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 준다. 

초록으로 물들어 아직 익지 않았던 벼가 어느새 가을의 향기를 맡으며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파릇한 초록의 색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주변의 산과 들도 황록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땅으로 내려온다. 

산 정상을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이며 가을이 깊어 감을 알려 준다. 

아직 더위의 기운이 한낮에는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열매를 맺었던 아로니아 나무 잎이 주황색과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가고 끝내 갈색의 빛을 마지막으로 잎은 땅으로 떨어져 수명을 다한다. 잎새가 떨어지며 가을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의 끝 자락에서 가을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기 시작한다. 차례로 잎새가 지니 숨 막히던 더위도 선선한 바람결에 멀리멀리 갈 준비를 한다. 

실록의 푸르렀던 여름이 이제 떠날 채비를 한다. 가을은 떠나는 여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아쉬워하는 여름을 위로한다. 

가을의 향기에 물들어 가기 시작한 들녘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수확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날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들녘을 바라보는 어느 촌부의 흐뭇한 미소가 가을처럼 풍성하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 색처럼 가을이 깊이 물들어 간다. 열매는 익어가고 곡식을 거두는 손길은  춤추듯 흔들거린다. 

들녘에 수확이 끝나면 황금빛 가을색도 이제 생기를 잃고 윤기 잃은 누런빛만 남겠지! 

만물은 잠자듯 고요해진다.  깊어가는 가을의 쓸쓸함과 세월의 무상함만이 남는 시간이다. 

시간의 흐름에 자연의 색깔도 변한다. 

메마른 바람이 들판에 불어오고 황량한 대지에 긴 침묵만이 무겁게 내리겠지! 

윤기 잃고 쓸쓸함이 남은 들녘을 바라본다. 저무는 석양빛이 순간 붉게 타오르다가 꺼진다. 

가을의 열매는 봄을 기다리는 긴 꿈나라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의 봄을 꽃피울 생명들은 호된 겨울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의 결실이 긴 꿈을 꾼다. 그 혹한 시련의 시간을 이기고 다시 푸르고 따스한 봄을 꿈꾸며 길고 모진 겨울의 긴 시간을 참아 낸다. 

어쩌면 가을은 희망이라는 봄의 씨앗을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계절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머니의 품과 같다.

차갑고 혹독한 가을의 거센 파도에 힘없는 봄의 씨앗을 어머니의 품같이 품어 주는 가을이 익어 간다. 

가을이 쓸쓸하고 황량한 고독의 계절이라고?

아니다. 가을은 쓸쓸함과 황량하고 고독만이 휘몰아치는 그런 계절이 아니라 희망을 기다리는 봄의 씨앗을 품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계절이다. 

그래서 익어가는 가을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새봄을 기다리는 희망이고 출발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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