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아 Sep 22. 2020

자연의 품에서

이제 가을인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선선한 가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할 정도다.

다른 곳과는 달리 산골의 가을은 일찍 피고 일찍 진다. 가을을 잠시 느끼는가 하는 순간 어느새 겨울이 다가와 싸늘한 공기를 불어 대고 차갑고 싸늘한 공기에 옷깃이 절로 여미어 진다.

희뿌연 새벽안개가 사방을 휘감아 돌고 고요한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안개는 동녘에 떠오르는 햇빛마저도 힘을 쓰지 못할 만큼 천지 사방을 무겁게 누른다.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아침은 어디로 갔을까!

아침을 먹고 부엌 정리가 끝나고 나니 두텁게 내리 앉아 햇빛마저도 삼켜버렸던 안개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은빛 태양이 내려 보내는 따스한 빛이 사방을 비추기 시작한다. 

마당의 풀과 야생초는 계절의 힘에 기운을 잃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어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안개와 이슬에 눅눅해진 대지는 어느새 태양의 따스한 손길에 생기를 되찾는다. 

이른 가을 햇빛의 따스한 온기가 창가에 스며든다. 햇볕이 부드러운 손길로 창가를 두드린다. 

마룻바닥의 따스한 햇살이 발바닥을 타고 옴 몸에 부드러운 손길을 보낸다. 

현관문을 열고 햇살을 가득 머금은 풀밭을 거닐어 본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뛰어오르는 풀 벌레들과 이제 겨울 준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개구리들이 사방으로 튄다. 

봄이 생명을 꽃피운다면 가을은 생명의 근원을 품는다. 긴 겨울을 대비하는 생명의 신비가 아름답다. 

가슴속에 일던 번뇌는 작고 귀여운 풀벌레 노랫소리에 슬며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서쪽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연이 한껏 뽐낸 그림을 감상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떠 있는 푸른 여백은 흰 손수건을 던지면 그대로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가슴 깊이 들이쉬는 공기는 맑고 깨끗한 물 한 잔 마시는 기분의 청량함이 감돌아 여름내 묵은 찌꺼기를 씻어 낸다.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고 편안하다. 

짧은 가을날 오전이 아쉽게도 흘러간다. 

자연이라는 갤러리는 오늘도 나에게 은은한 작품을 보이며 미소 지어 준다. 


이전 05화 자연의 품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