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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Mar 15. 2022

자연의 품에서

떠나는 겨울이 아쉽네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하다. 행주를 빨아 싱크대에 붙은 행거에 걸어 두면 반나절이면 물기 하나 없이 말라 있다. 마당을 가로 질러 서 있는 차까지 스무 발자국도 안 된다.걸으면 흙먼지가 폴폴 일어난다. 

가을의 스산함을 느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싶었는데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한다. 

설 명절이 지나고 둥근 대보름 달을 바라보며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소원을 빌고 그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 사라지는 대보름의 달을 아쉬워하며 한 해의 시작을 다짐한다. 

대보름이 지나고 이른 봄 차가운 한기 속에 숨어 있는 따스한 온기가 어느새 대지 속에 머리를 내밀고 봄이 오고 있다고 속삭인다. 

속삭임에 대답이라도 하듯 누런 풀밭에 연한 초록의 잎들이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수줍게 머리를 내민다.

'이런!'

아직 겨울이 곁에 있다 생각했는데 겨울이 떠나간다고 말한다. 아직 나는 이별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애써 시간을 외면하고 살았는데.....

언젠가 헤어질 줄 알지만 "아직은..., 아직은 좀 남아 있네." 하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별은 '쓱'가까이 와 있다. 

순간 어쩔 줄 몰라 당황한다.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 오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흐른다.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는, 그리고 사람에게도......... 늘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한 계절이 떠나간다. 늘 계절의 끝에 서서 아쉬움만이 남는다. 

겨울은 고요한 낭만이 있다. 고요한 낭만을 사색과 깊은 묵상 속에서 보낸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기쁨을 느낄 찰나에 꿈이었나 싶게 겨울은 떠날 채비를 한다. 

아~아 야속하지만 이제 놓아줘야 한다. 흐르는 강물을 붙잡지 못하듯 시간도 붙잡을 수 없다. 

첫사랑처럼 떠난 뒤의 텅 빈 마음속에 봄이 자리 잡는다. 사랑의 아픔은 사랑으로 위로받는다고 했다. 

새봄의 기운이 허전함을 지운다. 

들녘에 생명을 불어넣는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기계소리가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밭을 갈기 위해, 논을 갈기 위해, 시동을 거는 농기구 소리가 아직도 겨울 잠이 들 깬 들녘을 흔든다.


삶도 아쉬움의 연속이다. 

조금만 더 할 걸, 이렇게 했다면, 저렇게 했다면, 하는 회한이 생긴다. 

완벽한 삶을 살 수 없다. 늘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만족한 삶보다는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아 있는 생을 충만히 살아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 세월의 변화를 새겨 넣었는지도 모른다. 

시작과 끝이 함께 있고 그 깊고 고요한 적막을 겨울이라고 말한다. 

가을은 모든 사물에게 마침표를 찍고 차가운 겨울은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 나는 사색하고 고뇌하고 그 생을 사랑한다. 비록 고통이 함께 한다 할지라도.

아쉽다. 가는 이 겨울은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이기에 더욱 아쉽다. 

늘 아쉬움 속에 새로운 절기를 맞이한다. 피가 흐르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기에 아쉬움이 생긴다. 

더는 시간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에 마음을 두지 않기로 한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과거는 나의 추억 지갑에 넣어 둔다. 그리고 다가오는 시간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마음 굳게 먹고 신발 끈을 조여 맨다. 

겨울이 희미해져 간다. 희미한 겨울 사이로 봄의 향기가 피어난다. 

늘 같지만 같지 않은 이 겨울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겨울이 돌아보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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