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 세상에 가슴 뛰는 일은 없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by 다정한 진로

지난 10년간 수천 명의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을 상담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직무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00직무가 저랑 맞을까요?


이 질문들은 간단하지만, 그 답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질문을 한 내담자의 대부분은 진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막연히 '자신이 좋아할 만한 일, 즉 가슴 뛰는 일'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가슴 뛰는 일'을 찾는데, 자신만 못찾은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이렇게 취업준비생들이 '가슴 뛰는 일'을 찾지못한 상황에서 취업시장은 어떨까? 현실은 '가슴 뛰는 일'은 커녕 채용이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만큼 청년층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취업난은 연일 심화하고 있다.


2024년 통계청이 밝힌 청년 실업률은 5.9%로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나왔지만, 현장에서 취업컨설팅을 하며 체감하는 온도는 많이 다르다. 일단 내가 코칭하고 있는 개발자를 채용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첫번째로 IT플랫폼 회사가 더이상 신입을 뽑지 않는 양상이다. 아주 간혹 수시채용이 올라오지만, 합격자들은 대부분 올드루키라고 부르는 다른 중견중소 기업에서 1년 내외로 경력을 쌓은 친구들이다. 두번째로는 주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채용 규모가 대폭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00자릿 수를 채용해 갔던 금융권에서 아예 공채를 생략하거나 인턴만 뽑는 경우가 늘었다. 또는 뽑아도 한자릿수다. 지원자 수는 천단위인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글을 쓰고 있는 4월이면 원래 채용공고가 물밀듯이 올라와야 하는 시즌이지만, 최근들어 살펴봤을 때 지원 할 만한 중견 이상의 채용공고가 손에 꼽게 적었다. 한마디로 직업에 대한 내적 확신도 없는데, 취업할 일자리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직장인과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2024년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직업을 가진 20∼5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3.6%가 생성형 AI로 인해 업무가 대체될 수 있으리라고 답했다. 대체 예상 시기에 대해선 70% 넘는 응답자가 10년 이내라고 내다봤다. 우리만 느끼는 불안도 아니다. 2024년 4월 미국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66%가 AI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환경 속에서, 현재 나열된 직업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직업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T적인 사고 체계로 봤을 때, 취업준비생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상황인가? 안타깝게도 희망하는 대기업 채용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중 괜찮은 곳은 최대한 많이 입사지원 해보고, 어떤 직업이든 향후 AI로 인해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면 새롭게 도전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몇몇 취업준비생들은 현실적인 선택보다는 불확실한 ‘꿈’을 좇으며 완벽한 직업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다 그런 것은 아니다).


스튜디어스를 준비하는 A취업준비생은 벌써 3년 째 승무원 준비생으로 있다. 꼭 승무원이 아니어도 충분히 고객만족과 글로벌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은 많은데 말이다.
공공기관 전산직으로 취업한 B 취업준비생은 입사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이유는 개발이 아닌 업무도 맡겨서이다. 조직의 인프라관리와 창고정리를 맡은 날 퇴사 의사를 전했다.
데이터 분석가를 준비하는 비전공자 C 취업준비생은 벌써 세번째 부트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2개의 부트캠프를 통해서 4개의 프로젝트를 쌓았지만 스스로 아직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완벽주의적인 진로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좋아하는 일, 멋진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강박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일, 딱 맞는 직장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완벽한 직업도 완벽한 직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담 과정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스펙도 충분했지만 스스로를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 일이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은 그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에게 '완벽한 직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10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진로를 상담하면서, 처음엔 막연한 조언만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히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완벽한 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상이라는 점이다.

완벽한 일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가슴 뛰는 일이 없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소소한 성취를 통해 삶의 만족을 느끼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내가 상담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결국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직업적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런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쓰였다. ‘가슴 뛰는 일’ 대신, 현실적이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실용적이고 따뜻한 커리어 전략을 안내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불확실한 꿈을 좇으며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제, 그 다음 이야기를 펼쳐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