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12주 차)

폭풍전야일까?

by 라즈베리


데이터베이스 수업이 휴강이다. 자유다! 싶었는데 교수님이 인강을 잔뜩 올려두고 갔다. 가혹하다. 휴강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 배급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주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나와의 약속을 바로 어길 수는 없었다. 하하 하지만 인강은 오늘부터 조금씩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마지막 날 밤, 눈물 흘리며 벼락치기하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목요일 자바 수업에는 다섯 명쯤 왔을까. 출석 체크도 없고, 강의 내용도 특별히 없는 수업이라 다들 잘 오지 않는다. 조교가 출석한 팀원들에게 과제 진행 상황을 물었고, 나는 우리 팀을 대표해서 질문을 했다. 사실 대표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나는 팀원들의 질문을 대신해주는 사람이고, 팀원들은 집에서 열심히 과제를 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이런 팀워크가 낯설었다. ‘왜 학교에 안 오지?’ 싶었고, ‘왜 나만 수업에 나와서 조교랑 얘기하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그들은 집에서 열심히 과제를 했고, 나는 그들처럼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적당히 미안한 상태로 균형을 맞춰갔다.


밤에는 영어 발표가 있었다. 네 명이 발표했다. 내 발표가 끝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해서 얼굴이 빨개진 친구들을 보니 차마 딴짓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듣는 척, 메모하는 척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발표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다 괜찮아 보였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왔다. 불 꺼진 거실에서 맥주를 땄다. ‘나는 솔로’를 보면서 한 모금, 또 한 모금. 시원했다. 속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금요일 자바 실습 시간. 여전히 한 팀원은 집에서 작업했고, 다른 친구가 나와서 LaTeX과 Zotero를 알려줬다. 처음에는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익숙하게 손에 잡힌다. 이번 학기,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IntelliJ, GitHub, LaTeX, Zotero…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들이었는데, 그래도 하나씩 익혀가다 보니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프로그램 개발은 끝났고, 이제 개발한 코드를 토대로 문서 작업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 설명, 알고리즘 정리, UML 다이어그램 작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Scientific Poster까지 만들어야 한다. 아직 감이 잘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서 작업 경험이 많은 팀원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번 주는 꽤 마음이 편했다. 개강하고 처음으로, 가슴 한구석이 휑하지 않은 한 주였다. 그런데 겨울은 왜 이렇게 긴 걸까? 아직 1월 중순이라니. 남은 달력을 보면서 학기가 끝날 날을 세어본다. 시험 끝나고 한국 가는 비행기에 오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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