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두 가지 시스템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하는데..
21그램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이다.
나는 이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나름 마케팅 짬(?)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장례식장 마케팅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보호자분들(잠재고객)에게 우리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도록 광고하는 건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를 넘어서 '경험'을 통한 학습 데이터가 있을 때 구매 의사 결정을 내린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 아이의 장례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선택할 것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분들은 어떤 부분을 고려하여 장례식장을 고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21그램을 선택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 그러니까 나는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카너먼 모델'로 알려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아는 만큼 설명해보려고 한다.
인간이 내리는 경제적 결정은 머릿속 2가지에 달려있다. 인간의 뇌 속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의사결정을 할 때에 이 시스템에 따라 진행된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카너먼의 '생각의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책을 참고하자. 본인도 아직 다 안 읽어보았지만, 조만간 사서 읽을 예정이다.)
첫 번째 시스템은, 뇌 속의 '자동조종장치'처럼 직관적이고 빠르다.
나는 핸드폰은 무조건 애플, 노트북은 엘지, 운동용 레깅스는 스컬피그에서 산다.
이렇듯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구매의사결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시스템 1'을 통한 의사결정은 직관적이고 빠르고 생각이 필요 없다.
아이폰 xs를 3년 동안 쓰다가 아이폰 13으로 바꿀 때, 나에게는 큰 고민이 없었다. (13과 13 pro사이에서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이 우리의 브랜드를 '시스템 1'로 인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A 하면 우리지!'
이렇게 자동적으로 떠올리고 쉽게 구매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두 번째 시스템은, 뇌 속의 '조종사'처럼 고민하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시스템 2'는 고민의 영역이다. 깊게 생각하고, 비교해보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한다.
이 과정은 '시스템 1'에 비해서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느리다.
아마 21그램은 이 '시스템 2'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브랜드이지 싶다.
아이의 평생을 함께 한 보호자로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바로 21그램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경험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장례를 치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후기나 리뷰,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의 의견을 종합하여 간접경험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그러니까 브랜드 마케터는 '시스템 1'의 영역으로 잠재고객을 끌고 와야 고객 획득비용이 낮아지고 성과가 좋아지는데,
21그램은 어쩔 수 없이 '시스템 2'의 영역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반복과 경험을 통해 직관을 키워간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천천히 학습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경험을 쌓는다.
이것을 21그램에 적용해보면, 광고를 통해 잠재고객에게 브랜드 인지를 심어줄 수는 있지만 경험적 데이터를 축적해줄 수가 없다.
다른 보호자분들의 후기를 통해 설득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초 수습 키트'와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유사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 브랜드 터치 포인트를 이 유사경험에서 극대화해야겠구나.
다음 주엔 원데이 클래스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