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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현 Oct 08. 2020

광고주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세 가지 방법

클라이언트는 또 다른 나의 팀원이다.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마주치고 싶지 않고 나한테 카톡도, 전화도 안 했으면 좋겠다.

어제는 좋다고 한 시안도 오늘이 되니 갑자기 마음에 안 든단다. 분명 본인이 컨펌해준 건데..

그 혹은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런 생각 해본 사람이라면 필독.


필자는 백 명이 넘는 클라이언트와 협업해왔고, 그 과정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아침저녁으로 변덕을 부리는 광고주님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그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광고주가 내 편이 되게 만드는 노하우를 엑기스만 모아서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일 잘하는 사람은 클라이언트를 관계지향적이 아닌 목적지향적으로 대한다. 관계 지향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왜 딱딱하게 말하지? 왜 저렇게 날카롭게 피드백을 하지? 오늘 예민한가. 이런 생각은 할 필요 없다. 목적지향적으로 대하자. 우리가 같이 해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자. 클라이언트가 왜 우리에게 이 일을 의뢰했는지, 왜 우리 팀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머릿속에 명확하게 서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모든 순간에 오로지 '일'만 생각하자. KPI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을 구할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하자. 그게 프로다. 내가 프로페셔널하게 대한다면 저쪽에서도 그렇게 행동한다. 말은 누구나 번지르르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 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무나 못한다. 그걸 해내려고 노력하자. 액션이 좋다면 리액션도 좋다.


둘째, 셀프 포지셔닝을 '갑'으로 설정하자.

계약서에 명시된 갑과 을의 관계. 우리는 '을'이고, 저쪽은 '갑'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실제 과업을 수행할 때에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갑이다. 갑이란 무엇이냐,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갑이다. 필요로 구하는 사람이 을이다. 클라이언트에게는 내가 필요하다. 억지같이 들리겠지만, 현실은 내가 가진 프레임에 따라 변한다. 스스로를 '을'로 포지셔닝하면 일을 하는 매 순간 허덕일 수밖에 없다. '갑'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그것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된다. 레퍼런스를 10개 달라고? 당신에게는 1000개가 있다. 트렌드 분석 자료를 달라고? 당신은 분야별 자료를 모두 꿰고 있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에 드는 것과 실제 퍼포먼스가 나는 방향은 다르다는 것을 설득할 논리가 당신에게는 있다. 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아무리 어려운 걸 요구해도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훈련을 하자. 광고주가 불안해한다고 당신이 휘청거릴 필요는 없다. 불안해하는 그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자, 내 손을 잡고 따라오세요. 묵직하게 끌고 간다. 광고주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든든한 프로가 되려고 노력하자.


셋째, 진심을 다 해 일하는 전략을 세우자.

진심으로 온 맘 다해 일하는 것은 광고주에게 나를 어필하기에 아주 좋은 전략이 된다. 열심히는 누구나 하는 거라고?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직업인에게 업무란 권태로운 일상이 되기 쉽기에, 진심으로 온 맘 다해 일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렇게 너도 나도 주어진 굴레 속에서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며 살다가, 가끔 본인의 일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과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어딘가 다른 분위기, 반짝이는 눈과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긍정적인 에너지에 나까지 신이 나서 본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상쾌하다. 결과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다음이 기대되는 사람.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그런 사람과 일하고 싶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광고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협업관계에서의 시너지가 퍼포먼스에 반영된다. 써놓고 보니 정말 구태의연한 문장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과연 모든 순간에 진심이었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매일같이 열정을 100% 충만하게 채워놓고 웃으며 일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진심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프로젝트들의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순간들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증명된 팩트이다.


광고회사에서 클라이언트는 일을 의뢰하는 사람이자 돈을 쓰는 사람이다. 클라이언트 없이 광고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광고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과업에 착수한다.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는 우리 팀과 다른 팀을 경쟁시키기도 하고, 더 좋은 제안을 요구할 수도 있다. 계약서의 도장을 찍기 전까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계약 성사의 문턱까지 가서도 철회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 그래서인지 클라이언트는 대하기 참 어렵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었고 과업에 착수했다면? 그때부턴 빼도 박도 못하게 한 배에 탄 팀원이 된다고 생각하자. 실제로 그렇다. 광고의 성과가 좋았으면 하는 마음은 클라이언트도 똑같다. 오히려 더 절실하다. 그러니까 본인이 하지 않고 전문가인 우리를 찾아와서 의뢰한 것이다. 그의 필요를 채워주는 든든한 팀원이 되어준다면, 당신은 그저 대행사 직원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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