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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사가 자꾸 화내는 진짜 이유

본인이 자신 없고 불안하기 때문에

by 최지현

유독 화가 많은 리더들이 있다. 불같은 성격, 까다로운 피드백, 날 선 어조로 말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본인은 카리스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본인이 자신이 없거나 불안해서 방어 기제로서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내가 예전에 그랬기 때문이다.


사람은 왜 화를 낼까? 인간이 화를 내는 행위나 날 선 태도를 보이는 기저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깔려있다. 자신의 불안함을 견딜 충분하 통제력이 없어서, 힘이 약해서 센 척을 하는 것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쉽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기분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필자가 25살에 스타트업 코파운더가 되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잘난 척을 하고 다녔지만, 사실 스스로를 '빛 좋은 개살구'같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정말 설익고 떫은 열매였다. 겉으로는 '코파운더'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거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문제는 이런 내 민낯이 들킬까 봐 전전긍긍했다는 거다. 그래서 누군가 편하게 다가오려 하거나 내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때면, 일부러 더 까다로운 척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렵게 생각하도록 행동했던 것 같다. 무시받기 싫어서.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다 누가 나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그것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단 속으로 화부터 냈던 것 같다. '내 상황도 모르면서 왜 저런 말을 하지?'라면서 방어벽부터 쳤다. 사실은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화가 났던 거였다. 그럴 때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화였다. 목소리를 높이고, "이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며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화내는 상사들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다. 그들도 탁월한 성과를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불안해서 잘못된 도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들의 화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일해?" 할 때

사실은 자신이 그 질문에 명쾌한 답을 못 할 것 같아서 미리 방어벽을 치는 거다. 이럴 때 "죄송합니다" 대신 "혹시 이 부분에서 제가 놓친 포인트가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태도가 180도 바뀐다. 왜냐하면 그들이 정말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거야" 할 때

다른 방법을 몰라서 그런다. 하지만 여기서 "요즘엔 이런 방법도 있던데요"라고 하면 더 화를 낸다. 대신 "기존 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이런 것도 한번 시도해 볼까요?"라고 하면 의외로 순해진다. 기존 방식을 부정당하는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되는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갑자기 세세한 것까지 관여할 때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게 무서워서 그런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건 그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미리 주는 것이다. 중간중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하며 진행상황을 공유하면, 마치 마술처럼 다시 원래의 방임하는 상사로 돌아간다.


화내는 상사를 만나거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말자. 대신 그 사람도 나름의 불안과 두려움을 가진 보통 사람임을 이해해 보자. 그리고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용기를 가져보자.

결국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서로 도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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