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건 자기 가치를 저평가하는 행위
이런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한 A양, 사무실에 앉자마자 여기저기서 오는 메신저들에 답장하기 바쁘다.
다들 서로 급하다고 하니 바쁘게 처리해준다.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제목만 읽어도 벌써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이것들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얼른 해치우자는 마음을 먹어본다. 그러던 중 팀장님에게 연락이 온다.
이거 급한 거니까 빨리 좀 처리해달라고. 나는 노는 줄 아나? 자기는 손이 없나? 내가 이렇게 일이 많은데..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쩔 수 없다. 팀장님이 시킨 일부터 빠르게 처리하느라 원래 하려고 했던 일들은 밀어둔다.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점점 숨통이 막힌다.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 오늘도 야근 각이다.
이때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대충 하고 싶다!'
평소대로 꼼꼼하게 해 버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기한을 못 지킬 것 같은데, 조금 대충 해서 넘기면 적어도 늦었다고 욕먹지는 않겠지. 이렇게 합리화를 하고 대충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결과는 역시 좋지 않다. 평소엔 잘하더니 오늘따라 왜 이모양이냐고 팀장님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메일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한 번에 끝날 일을 두 번 세 번 고치느라 욕은 욕대로 먹고 신뢰도 잃었다. 억울하다. 나는 한다고 했는데, 일이 많은 건 내 잘못이 아닌데.. 역시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확 사표 던지고 이제라도 나를 위한 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지 않은가? 사실 이런 상황은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는 우리에게는 매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원래 일이란 것은 나의 상황을 배려하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주어진 업무를 해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그저, 최선을 다 한다.
A양이 놓친 것은 바로 이 '최선'에 있다. 최선을 다해 하나하나 공들여서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누구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늦을 것 같으면 양해를 구하면 되고, 나의 힘만으로 부족할 것 같으면 동료나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단, 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내가 최선을 다 한다는 전제 하에서.
'최선'의 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휘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좋아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해 보이는 보고서 한 장에도 최선을 다하면 문장 사이사이, 문서의 여백 사이에서 작성자의 소울이 풍겨져 나온다. 이 사람은 프로페셔널이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일을 최선을 다 해 마무리하고 나면, 그다음 일도 왠지 모를 애정이 생겨서 열심히 하게 된다. 그렇게 주어진 모든 업무를 나이스 하게 처리하게 된다. 바쁘고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 느끼는 뿌듯함은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상사의 칭찬, 동료의 신임, 그것들보다 더 강력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프로로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서 숫자로 보여주는 정략적 퍼포먼스이고, 나머지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로열티, 책임감, 신뢰감으로 빚어진 정성적 퍼포먼스이다. 최선을 다 하는 사람에게는 정성적 퍼포먼스가 쌓인다. 그리고 정성적 퍼포먼스 없이 정량적 퍼포먼스가 나오기는 참 어렵다.
결국, 최선을 다 해 일을 한다는 것은 외적으로 평가되는 나의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받는 평가 또한 높여준다. 하루를 최선을 다 해 살아내자. 나의 하루를 성공했다면, 인생의 성공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