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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성격을 무기로 만드는 방법

예민함은 지능이다.

by 최지현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 나 스스로도 내가 피곤할 정도로 예민한 성격이다. 집에서는 형광등이 너무 밝고 특유의 소리도 들려서 간접등만 켠다. 초침 소리가 거슬려서 아날로그시계도 두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1시간을 못 버티고 혼자 있을 곳을 찾아서 짱 박히기 일쑤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나의 예민함이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예민해서 잘 먹고 잘 산다고 생각한다. 혹시 나처럼 스스로가 유별나고, 남들보다 예민하고 성격이 까탈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축하해요. 당신은 지능이 남들보다 높은 겁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별 일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냐며, 혼자 또 깊게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식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장에서도 '좀 까다로운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고,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 전, 회의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들 Yes라고 할 때 나는 No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는데, 내 주장에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다. 그냥 느낌적 느낌이 그렇게 해야 일이 될 것 같았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왠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데이터도 없이 고집부리는 번거로운 동료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우겼던 그 "느낌적 느낌"이 결과적으로 고객들에게 먹혔다. 나는 직관으로 시장의 미묘한 니즈를 파악하고 적중시킨 것이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동료들이 "혹시 너 신기 있니..?"라고 농담처럼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가진 '예민함'은 '직관력'으로 연결되며, 성격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재능이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예민함'이라는 재능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정보를 남들보다 훨씬 많이, 깊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뇌과학자들이 이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 일반인보다 정보 처리 능력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인지 처리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모두 활발했다.

즉, 예민한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더 많은 정보를 감지하고, 더 깊이 분석하고, 더 복잡하게 해석한다. 이는 고성능 정보처리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고성능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훌륭한 악기를 가졌다고 해서 연주를 잘하는 것 아니다. 그것은 다른 역량이다. 바로 메타인지가 당신의 훌륭한 재능을 예술로 표현해 줄 방법이다.


재능을 무기로 만드는 기술 - 메타인지

정말 중요한 건 연주법, 즉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란 '내 인지 과정을 인지하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나 자신이 언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관찰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민한 사람에게 메타인지가 결합되면 놀라운 시너지가 생긴다. 단순히 "뭔가 이상해"라고 느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상하다고 느끼는지, 이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제 이 직감을 믿어야 하고 언제 무시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민함이라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모르고 살거나 잘못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바이올린을 가지고도 소음만 내거나, 피아노를 가지고도 한 손가락으로만 치는 것처럼.

나 역시 오랫동안 내 예민함을 약점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억지로 무던한 척했고, 내 직감을 무시했고, 에너지를 잘못된 곳에 낭비했다. 하지만 이것을 강점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예민함과 메타인지가 합쳐지면 진짜 강력한 무기가 탄생한다.

먼저 고도의 패턴 인식 능력이 생긴다.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하게 된다. 고객사 담당자의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달라졌거나,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는 조짐이 보이거나, 팀 내부에 갈등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까지.

그다음엔 맥락 해석의 전문가가 된다. 표면적인 정보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읽어낸다. 고객이 "괜찮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만족스러워한다는 걸 안다. 상사가 "잘했어"라고 하지만 뭔가 아쉬워한다는 걸 느낀다.

마지막으로 예측 정확도가 향상된다. 복합적인 변수들을 종합해서 미래를 예측한다. 논리적 분석과 직관적 감지가 결합되어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감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손잡이를 잘못 잡으면 자신을 다치게 한다.

예민함 자체는 훌륭한 칼날이지만, 그것을 휘두르는 태도가 잘못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을 베어버리고, 결국 자신도 고립시킨다. 아무리 정확한 지적이라도 '까다로운 사람', '협업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올바른 손잡이 잡는 법, 즉 표현 방식의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함께 검토하자는 제안으로 바꾼다. 상대방을 틀렸다고 단정하지 말고, 추가적인 시각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모든 것을 즉시 지적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것만 선별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객관적 근거를 함께 제시한다.


예민함 관리하기

예민함은 강력한 무기지만, 동시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명검도 계속 휘두르면 무뎌지고, 관리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적으로 예민함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 정말 중요한 것에만 예민모드를 켜고, 나머지 상황에서는 끄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 다 반응하면 스스로가 너무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다. 또한 나의 에너지 사이클을 인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제 예민함이 최고조에 달하고, 언제 회복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자. 중요한 프로젝트 앞에서는 미리 에너지를 아껴두고, 끝나면 충분히 쉬자. 고강도 정보 처리 후에는 반드시 뇌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책, 명상, 혼자 있기 등 자신만의 회복 방식을 찾자.

힘들겠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덜 예민하게, 덜 완벽하게 살아보자. 80%도 충분히 좋다는 걸 받아들이자.


마지막으로, 예민한 당신에게

예민한 당신, 당신이 가진 건 약점이 아니라 제대로 가공만 하면 최강이 될 수 있는 재능이다. 다만 그 재능을 어떻게 연마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관리할지는 당신의 메타인지 능력과 예민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에 달려 있다. 언제 사용할지, 어떻게 표현할지, 어떻게 관리할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세상은 예민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더욱. 그러니까 당신만의 무기를 제대로 다뤄서, 원하는 걸 이뤄가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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