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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Mar 26. 2024

요가를 가르치는 자리에 있을 법한 분이었다.

구루(Guru), 시스야(Shishya)


설명을 번복했다. 옆에서 '치'하는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툼한 살집의 그는 마음에 힘듦이 차 있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오늘 새로 시도해 본 동작이 어땠느냐고 회원들에게 물으며 동작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주셨다. 중간에 말을 자르며 그녀가 말했다.

아휴, 그런 거 안 해도 돼.

자신의 이해 부족과 몸뚱어리의 어려움을 동작의 의미 없음으로 돌려버렸다. 반말을 자꾸 섞어가며 말하는 게 거슬렸다. 여차저차 동작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던 선생님으로서는 힘이 빠질 법도 했는데 한 템포 쉬어가는 숨자리가 느껴지더니 말씀하셨다.


맞아요, 정말이에요.
이 동작 안 해도 상관없어요.



일단락을 지으려는 대답이 아니었다. 내내 퉁명스러운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수용이었다. 점입가경으로 불평을 이어가던 그는 또 다른 화재를 던졌다. 요가원에서 좌우 균형을 맞추려 수련을 해도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세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아파트 설계가 잘못된 것 같다며 자기는 키가 큰 편이기도 하고 설거지를 할 때 짝다리를 하게 되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요가를 해도 소용없다는 식이었다. 한 시간의 요가 수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짜증과 하소연이 섞인 그의 말에 선생님은 "힘드시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자신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그녀는 말했다.


뭐가 안쓰러워
선생님 미래의 모습인데.


정말로 맥락을 벗어났다. 명명백백 비난의 말이었다. 당황한 선생님은 '네?' 하며 토끼눈이 되었다.


그래도 저는 혼자 살고 있으니
치우는 사람도 저 혼자지만
어지르는 사람도 저 혼자라서
조금 나아요.



더 이상 공격할 의욕을 상실한 그는 툴툴 걸음으로 나서며  '다음에 봐요.' 했다. 평소 요가 수업을 할 때 명상적 요소를 담아 수련을 이끌어주신다고 느꼈는데 과연 그랬다. 뚱딴지같은 사람이 느닷없이 나를 향해 돌을 던질 때 아프게 맞지 않았다. 상대의 상황을 수용하면서도 담백하게 자기 이야기를 했다. 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자리에 있을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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