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다아사나(Garudasana, 독수리 자세)
한 발로 서는 자세는 모두 만만찮다. 그중에서도 독수리(Garuda) 자세는 유연성, 근력뿐만 아니라 집중력까지 요한다. 한 발로 서는 것 자체가 이미 과제인데, 내 팔과 다리는 베베 꼬여 방향성이 제멋대로다. 허리는 곧게 펴야 하고 시선은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탱하고 뻗어내고 유지해야 하는 가루다아사나는 늘 까다로운 아사나다.
속삭인다. 내 몸을 홀로 지탱하고 있는 오른쪽 다리에게. '네가 전부야. 네가 잘 버텨줘야 해.' 그럴수록 식은땀이 나고 빳빳해졌다. 매트가 아니라 폭 5cm짜리 평균대 위에 선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큐잉은 나를 아등바등 지옥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한 부분으로 의식을 몰지 마세요
몸 전체로 주의를 넓히세요
오른쪽 다리에 부하가 걸린 채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 선생님은 몸 전체를 떠올리라고 하셨다. 오른쪽 다리에만 주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의식 몰지 마세요'라는 표현에서 채찍을 들고 한 곳으로 동물들을 우르르 몰고 가는 목동이 떠올랐다. 나는 내 몸의 목동이 되어 내 의식 전체를 한쪽 다리로만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왼쪽 다리, 아랫배, 가슴, 어깨, 귀, 정수리를 다시 떠올리며 몸 전체로 인식의 범위를 넓혔을 때 균형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균형 잡기는 힘으로 서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몸 전체를 꿰는 한 점의 무게중심을 찾는 일이었다.
집착, 나는 독수리 자세를 잘하기 위해 오른쪽 다리에 집착하고 있었다. 독수리자세를 완성시키는 것은 몸 전체의 협업이지 다리 하나의 활약이 아니다. 좋은 인생이라는 것도 다양한 부분들을 두루 살피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뛰어난 혹은 부족한 어느 하나에만 집착하다가는 전체를 놓친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떠올렸다. 그것만이 전부라고, 그것이 아니면 별 볼 일 없는 것이라 믿으며 매달리고 연연했던 것들에게 인사하고 떠나보낸다. 흘려보낸다. 그리고 전체로서의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