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Yogi), 요기니(Yogini)
정신과의사 이시형 박사의 책을 읽다 눈을 멈췄다. 아, 이거다. 고된 날일수록 더욱 요가를 찾았던 이유, 유독 지친 날엔 요가를 하다 눈물이 나기도 하는 이유, 16년째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는 이유, 요가를 운동이 아니라 수련으로 여기는 이유, 조금 멋쩍지만 요가를 나의 치유자이자 구원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여기에 잘 표현되어 있었다.
정서적으로 소진되면 몸이 무겁고 빳빳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를 신체적 피로라고 착각하기 쉬워요.
쭈뼛쭈뼛 가시 돋친 채로 매트 위에 서지만, 언제나 어김없이 요가 수련이 끝나면 내 몸은 부들부들 말랑말랑 가뿐해진다. 그동안 그 느낌을 '개운하다'라고만 알았다. 몸이 무겁고 빳빳하다 느낌은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였고, 몸이 나긋나긋 여들여들 해지는 느낌은 반대로 내가 정서적으로 충전되었다는 의미였다. 성인이 된 이후 나를 씻기고 먹인 것은 요가였다. 그는 매번 일주일에 세 번씩 토박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내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