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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Mar 29. 2024

의식을 몰지 마세요.

가루다아사나(Garudasana, 독수리 자세)

한 발로 서는 자세는 모두 만만찮다. 그중에서도 독수리(Garuda) 자세는 유연성, 근력뿐만 아니라 집중력까지 요한다. 한 발로 서는 것 자체가 이미 과제인데, 내 팔과 다리는 베베 꼬여 방향성이 제멋대로다. 허리는 곧게 펴야 하고 시선은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탱하고 뻗어내고 유지해야 하는 가루다아사나는 늘 까다로운 아사나다.


속삭인다. 내 몸을 홀로 지탱하고 있는 오른쪽 다리에게. '네가 전부야. 네가 잘 버텨줘야 해.' 그럴수록 식은땀이 나고 빳빳해졌다. 매트가 아니라 폭 5cm짜리 평균대 위에 선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큐잉은 나를 아등바등 지옥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한 부분으로 의식을 몰지 마세요
몸 전체로 주의를 넓히세요


오른쪽 다리에 부하가 걸린 채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 선생님은 몸 전체를 떠올리라고 하셨다. 오른쪽 다리에만 주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의식 몰지 마세요'라는 표현에서 채찍을 들고 한 곳으로 동물들을 우르르 몰고 가는 목동이 떠올랐다. 나는 내 몸의 목동이 되어 내 의식 전체를 한쪽 다리로만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왼쪽 다리, 아랫배, 가슴, 어깨, 귀, 정수리를 다시 떠올리며 전체로 인식의 범위를 넓혔을 때 균형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균형 잡기는 힘으로 서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전체를 꿰는 한 점의 무게중심을 찾는 일이었다.


집착, 나는 독수리 자세를 잘하기 위해 오른쪽 다리에 집착하고 있었다. 독수리자세를 완성시키는 것은 전체의 협업이지 다리 하나의 활약이 아니다. 좋은 인생이라는 도 다양한 부분들을 두루 살피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뛰어난 혹은 부족한 어느 하나에만 집착하다가는 전체를 놓친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떠올렸다. 그것만이 전부라고, 그것이 아니면 별 볼 일 없는 것이라 믿으며 매달리고 연연했던 것들에게 인사하고 떠나보낸다. 흘려보낸다. 그리고 전체로서의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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